- 갈 길 바쁜데 찾아온 불청객 -
일반적으로 토목공사를 할 때 시간 당 30mm 정도의 비가 오는 상황을 고려해서 공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 크고 확실하게 공사를 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공사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이상의 비를 만나면 수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물난리에 남이면에는 하루에 190mm의 비가 왔고, 부리면에는 시간 당 49mm의 물폭탄이 터졌다고 했다.
이번 호우로 우리 지역에서 입은 피해가 상당히 큰 것 같다. 논산을 비롯한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경미하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재를 당한 사람들의 괴롭고 힘든 심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산군에서 집계된 피해 상황을 보면 6개의 도로가 유실, 또는 침하되었고, 하천 제방은 72개나 무너졌다고 한다. 산사태가 6개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하겠다.
사람 사는 집들도 피해가 커서 가옥 세 채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반파된 집과 물에 잠긴 집들도 20채에 가까운 모양이다. 334 농가의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매몰되었고, 비닐하우스도 146동이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제원면 천내리의 지방도 68호는 30m 가량의 도로가 유실되고, 부리면 선원리에서는 농로 200m 가량이 유실되면서 일시적으로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고 한다.
오룡천·조정천·봉황천 등의 하천제방 유실을 비롯한 피해 현황은 조사결과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데, 이러니 많은 수재민들이 고통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병원을 찾은 한 할머니는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물에 잠긴 인삼밭에서 삼을 조금이라도 건져 보려고 무리하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수재 당한 분들 중 나이 드신 분에게는 체념의 눈빛이, 그리고 젊은 사람에게서는 재기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진악산 보광사는 마당이 온통 돌투성이로 변하고 돌계단이 무너져 내리는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나마 보광사는 법당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법당까지 피해를 본 사찰도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금산군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은 역시 공무원, 경찰, 소방관, 그리고 군인 아저씨들이다.
피해 지역에는 포클레인·덤프트럭을 비롯한 각종 중장비들이 동원되었고, 우선 급한 곳부터 응급복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금산군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금산신문 기사에 의하면 금산소방서도 직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수해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고 한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지역 중 하나인 부리면 일대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는데, 갑자기 뜨거워진 무더운 날씨에 너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안쓰럽다. 그늘에서 부채만 무치고 있어도 엄청 무더운 날씨에 말이다.
- 인삼엑스포, 9월 2일이다 -
그렇지 않아도 코앞에 다가온 인삼엑스포를 준비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비지땀을 흘리는 시간에 찾아온 불청객 ‘수마(水魔)’는 더욱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지만 ‘장벽은 나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으려는 열정이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랜디 포시(‘마지막 강의’의 저자)의 유명한 말과 같이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하면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고야 마는 저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 한국 사람의 근성이고 금산 사람의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내가 지난 주에 중도일보에 기고한 글 중 일부를 인용해 보겠다. 이 글은 인삼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이다.
<19세기 말에 조선을 4차례 방문했던 이사벨라 비숍이라는 이름의 영국 지리학자는 조선 민중의 너무나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단정을 내렸다고 한다. 지도자가 무능한 것은 정권이 바뀌면 고칠 수 있지만 민중이 무능한 것은 고칠 방법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베리아에 건설된 조선인들의 정착촌을 방문해서 너무나 청결하고 질서정연하고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고는 ‘이 사람들이 정말 조선인들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비숍은 정착촌에서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사회를 구성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으로 너무나 달라진 조선 민중의 모습을 분석했다.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이런 모습을 실용주의로 해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는 실상은 ‘현장주의’에 다름 아니지만 최근 100년 간의 모습을 볼 때 우리의 국민성은 애초부터 철저하게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조선 말기에는 양반들의 착취가 심했기 때문에 어차피 농사를 잘 지어 봐야 수탈당하는 양만 늘어날 것이기에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게을렀던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사회 구조에서는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시베리아 정착민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다른 이 두 모습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방인인 비숍은 아마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100년 간의 한국인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멋진 역사의 창조자였다. 그 과정에 뼈를 깎는 아픔과 생각해보면 참으로 서러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창조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강원도 평창이 이전삼기 끝에 동계올림픽 주최지로 선택되는 과정을 보면서 새삼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 또 하나의 대사건을 이루기 위해 직접 발로 뛴 사람들이야말로 ‘영웅 없는 시대의 영웅들’이다.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폭발력과 응집력을 확인한 사건은 많이 있다. 이 에너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식민지에서 벗어난 수많은 국가 중에서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선진국 진입의 꿈을 현실로 이룰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힘일 터다.>
닥치면 해내고 마는 근성이 우리의 유전자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100년 전 우리 조상님들을 보면서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오늘이 7월 중순이니까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은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다.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고 동네 개는 짖어대는 데다 배마저 고픈 나그네에 비유할 바는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라고 마음은 바쁜 것이 지금 금산인삼엑스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금산 사람들의 심정일 것이다.
이제 2011금산세계인삼엑스포의 진행상황과 금산 사람들이 인삼엑스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한 번 정리해본 다음에 성공한 축제로사의 인삼엑스포를 위해 매진해 보도록 하자.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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