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安東)을 가다

내 나라안에도 좋은곳이 많고 아직 못가본 곳도 많으면서 휴가철만 되면 해외 여행 안내문에 자꾸 눈이 머무는것은 왜일까?
한마디로 헛된 망상 아닐까? 내나라 여행은 무언가 좀 부족하고 남들에게 내놓기그런 곳으로 비추어지지 않을까 하는 선입감 일게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쉬는 안동(安東)으로 간다.

대전에서 안동가는 길은 찾아가기 어렵진 않지만 거리가 멀어 선뜻 나서기가 망서려지는게 사실이다.
우선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경부고속도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안가본 길로 가기로 했다. 늘 든든한 여행가이드 김사장과 함께 나섰다.

대전에서 안동까지는 대략 승용차로 2시간 30분정도 걸린단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안동하면 내가 아는게 무얼까? 안동 간 고등어, 헛 제사밥, 안동 국시등 맨 먹는것만 생각난다.

어릴적 너무 배 고프게 자라서일까? 아니면 입맛 당기는 맛 때문일까? 아무래도 후자에 더 점수를 주고싶다.

요즈음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엔 내륙지방이라 싱싱한 고등어을 보관하기 어려워 소금에 절여 팔던것이 간고등어인데 안동의 특산물이자 명품이되였다.

노릿 노릿 갓 구워 올린 간 고등어 맛은 먹어 보지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
안동 간 고등어는 안동호에서 자란다는 농담이 있을정도로 유명세를 탄다.
오늘 점심엔 필히 간고등어를 반찬으로 먹어야 한다. 그런 기분 좋은 희망으로 차는 안동을 향해 달린다.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를 완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은까지만 가 보았을 뿐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고속도로 노면에서 동요음이 들려온다,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도로 바닥에 새겨진 홈에서 차가 주행시 바퀴음으로 들려오는 소리다. 기발한 발상이다.
무심코 지나면 놓치기쉽다.

안동을 자세히 보려면 하루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지붕없는 박물관이 안동이지 않은가.
투어 버스타고 따라 다니는 여행이 아니기에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기로 했다.

제대로 보기로 했다, 많이 돌아보기보다 관광지의 역사와 내력을 보며 문화를 느끼기로 했다.

우선 천원짜리 지폐에도 나와있는 퇴계 이황(退溪李晃,1501-1570)선생의 교육전당이였던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찾았다.

도산서원은 안동을 대표하는 곳으로 옛부터 안동을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하여 “예와 의리가 밝은 선비의 고장”이라 부른데는 퇴계선생이 끼친 커다란 족적이 남아있단다.

추로지향이란 퇴계선생이 “추나라의 맹자,노나라의 공자와 같이 대학자이고 성인이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선 주차장에 도착하니 상점 아가씨의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입장료( 어른 1,500원)을 내고 강돌로 예쁘게 쌓은 산자락 축대를 따라 아늑한 골짜기 안동호 지류를 바라보며 깨끗하게 빗질 흔적이 남아있는 길을 걸어 서원으로 향한다.

서원이란 유학을 공부하던 조선시대의 사립교육기관이자 제사를 모시던 곳이란다.
참되고 양심있는 인재를 많이 길러낸 사학(私學)의 원천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서원 입구엔 마치 용트림하는 모습의 오래된 나무가 두그루 있다.

파이프 구조물로 지탱은 해주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장관이였다. 그 옆엔 열정이라 이름 붙혀진 우물이 있다.

도산서원의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이였는데 샘물을 두레박으로 하나, 하나 퍼내어 마시듯 자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심신을 수양해야 한다는 교훈이 내재되여 있다고 안내문에 적혀있다.

조선중기 성리학의 대학자이신 퇴계 이황 선생이 명종16년(1561)에 도산서당과농운정사(膿雲精舍)을 지어 이곳에서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을 연구하며 지냈단다.

도산서당은 선생께서 4년에 걸쳐 지으신 건물로 몸소 거쳐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란다.
농운정사는 퇴계선생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는 유생들의 기숙사로 집 모양이 ‘공’(工)자 모양으로 공부에 열중하라는 의미였단다.

작지만 큰 의미가 있는 재미있는 구조였다.
공부하던 동편마루를 시습재(時習齋),휴식하던 서편마루를 관란헌(觀爛軒)이라 하였단다.

유교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곳,목조건축의 아기자기함과 섬세함,그리고 처마의 고은 선, 막힘없는 열린공간과 감추어진 사적공간, 수평과 수직의 질서가 공존하는 한옥의 아름다움, 그런것은 콘크리트 건축물에선 느낄수 없는 또 다른 섬세함이다.

서원안에는 매화나무가 많았다.
추위에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강인함을 배우라는 의미 아니였을까? 그리고 연꽃을 심어논 작은 연못,정우당(淨友塘)도 의미있게 보였다.
선생께서 생존시 있었던 건물은 도산서원과 농운정사였고 나머지 건물들은 사후에 지어진 것이란다.

서원 안에는 400여종. 4,000 권이 넘는 장서와 장판및 퇴계선생의 유품이 남아 있어 별도의 유물 전시관이 작은 박물관 규모를 갖추고 전시중이였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광명실,전교당, 장판각, 상덕사, 전사청--등건물의 용도와 짜임새, 건축 구조물을 하나, 하나 눈여겨 본다.
퇴계선생은 떠나셨지만 그 학덕은 이곳 도산서원에 남아 후손들에게 전하여지리라.

도산서원을 나오는길,
저 멀리 강건너 시사단(試士壇)이 눈에 들어온다, 정조 임금이 평소에 흠모하던 퇴계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혀 주기위해 어명으로 특별과거인 도산별과(陶山別科)를 보인 장소란다.

관리소에 근무하시며 시(詩) 낭송가이신 권영태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도산서원에 대한 설명을 더 자세히 듣고 아름답고 정겨운 목소리로 시(詩) 한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여 더욱 좋았다.

도산서원을 뒤로하고 영국 여왕도 다녀가셨다는 천등산(天燈山) 봉정사(鳳停寺)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계속)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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