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의 푸른 하늘.
산과 들에는 푸르름이 물들었다.
연초록 잎새가 밝은 태양빛 받으며 점차 녹음으로 변해가는 요즈음 나는 제 3회 숲 속의 야생화 전시회가 열리는 서대산 산울림 농원을 찾아 나섰다.
추부 I.C를 빠져나와 서대산 길목으로 향하는 길.
도로에 설치된 안내도를 따라 산에 오르니 주변 길목에 아름답고 예쁜 집들이 많이 생겼다. 작년에도 왔었지만 한채 정도가 전부였는데 도로변을 끼고 바위로 축대를 쌓고 그 사이 사이에 진달래 철쭉 연산홍을 심고 목재로 아담하게 지은 집들이 많이 늘었다. 정원이 넓고 잔디 푸르고 정말 매력적인 것은 담장이 없어 졌다는 것이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시멘트 블럭으로 담을 쌓고 그것도 모자라, 위에는 유리병을 조각내 심거나 날카로운 철조망을 둥글게 말아서 설치했었다.
물론 도둑들이 넘어 오는 것을 방지할 목적이었겠지만 지금은 모두들 담을 헐고 개방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관공서가 그렇고 학교가 앞장서기 시작하자 새로 짓는 아름다운 전원주택들도 담장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다.
정말 아름답고 예쁘게 지었다.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얼하는 사람들일까. 산속에 아름답게 집을 짓고 살면서 매일 산위를 오르내리면 건강에도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소나무 향이 그렇고 신선한 공기, 산자락을 오르내린 바람 한점, 산속에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새소리 들으며 탐욕을 벗어나 살고픈 마음이 앞선다.
도심은 아파트 일색이다. 아스콘과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위엔 차량들이 매연을 뿜으며 질주하고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바쁘기만 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에 학원에 억눌려 지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삶에 여유가 없어 보인다. 조금이라도 기다리지 못하고 늘 발을 동동거리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한다.
산엔 여유가 있다. 소나무 숲 향이 있고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이 있다. 차는 그런 향과 여유를 느끼며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량들이 많다. 모두가 삶의 여유가 그리웠나 보다.
여기저기 야생화가 자연스레 피어 있다. 늘 보던 철쭉과 꽃잔디. 매발톱, 금낭화에서부터 이름 모르는 꽃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또 금산 산업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의 작품과 금산군 꽃사모회 회원 전문가들이 소장하고 있던 야생화와 분재가 진열되어 있다.
하나하나 눈여겨보면 우리가 어릴 적 이산 저산 오르며 만나던 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와 숲 때문에 산길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산에는 나무들이 스스로 얽히고 설키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 틈바구니에서 작은 야생화들은 정말 싹틔우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어쩌다 등산길에서 만나는 야생화 몇 송이가 전부다.
이렇게 전시장이 아니면 모든 야생화를 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요즈음은 원예 식물이 꽃을 대변하고 있는듯하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꽃도 있지만 순수 우리말 꽃인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야생화는 그 이름도 아름답고 순수하다. 봄에 피는 꽃으로는 꿩의 바람꽃, 노루귀, 깽깽이풀, 얼레지, 애기똥풀, 금낭화, 금강초롱 등 순수 우리말 이어서 더욱 좋고 친근감이 간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꽃 한송이, 한송이를 유심히 살펴본다. 저렇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관리하는 사람들의 손길도 무척 바빴으리라.
보는 사람들은 그저 하루 눈으로 즐기지만 이렇게 행사를 준비하고 꽃을 가꾸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노고가 대단했으리라.
조금 내려가자 해학이 있는 전통 장승이 줄지어 마주보고 있다. 작년에는 없었다. 아마도 금년에 다시 깎아 세운듯 하다. 그 모습만 보아도 웃음이 절로 난다.
또 비닐로 만든 터널에는 금산 문인협회 주관으로 야생화 시화가 20여전 걸려있다.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싯귀들이다. 한점 한점 유심히 읽고 또 음미해 본다. 그리고 그곳엔 옛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탈곡기, 풍차, 어느집 대문, 모두가 실제 사용하던 물건인듯 손때가 묻어 있다.
농업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다시 산위 쪽으로 오른다.
수백종의 야생화가 비닐하우스에서 커가고 있었다.
작게는 인삼도 있고 정말 보기 힘든 것들이 자연 그대로의 상황처럼 자라고 있었다. 차라리 정리 되지 않고 일반 잡초들과 같이 자라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야생화(野生花)란 말 그대로 들에 피는 꽃이다.
높은산 깍아지른듯한 절벽 바위틈에서 아슬 아슬하게 피어나는 희귀한 꽃에서부터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 누구하나 눈여겨 보지 않는 개망초같은 무리까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흩어져 피고지는 그런 꽃을 말한다.
야생화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것이 그리 오래된 기간이 아니다. 산에 숲이 조성되고 나무가 빽빽히 들어서면서부터 산에 오르기가 점차 힘들어지자 하나, 둘 자생 야생화를 채취해 화분에 또는 꽃재배단지에 아니 집 정원에 심기 시작한것이 시초가 된듯하다.
그들의 생장과정과 아름다운 꽃모습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꽃들의 사연과 함께 점차 도시민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야생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꽃집도 많이 볼 수 있다.
들꽃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생활사가 짧다는 것이다.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숲속은 햇빛이 늘 부족하다.
그러기에 숲속 야생화들은 큰 나무들이 잎을 피우기 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하단다. 나무 사이로 비쳐드는 약한 빛으로는 제대로 씨앗을 만들기가 어렵단다.
높은 나무아래에서 낮게 자라는 식물은 빛에 대한 욕구를 충족 할 수 없다.
아래층 식물에 도달하는 빛은 양이 적고 세기도 약하며 이미 상층에 위치한 나무에서 적색 광이 흡수된 뒤라 그것을 제외한 파장만이 내려올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래에 자라는 식물들은 이렇게 빛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잎이 넓고 얇으며 옅은 녹색을 띤다.
때로 씨앗은 이런 빛 조건에서는 싹을 내지 않고 잠을 자기도 한다니 식물들의 그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산울림 농원.
참으로 잘 가꾸어진 곳이다. 매년 올때마다 변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황무지 같은 소나무 산자락에 길을 만들고 꽃을 심고 잔디를 조성하고 장승 마을을 만들고 야생화 단지를 만들어 놓았다.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아침고요 수목원”같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도시민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해줄 산이 있고 물이 있고 바람이 있고 꽃이 있는곳 내년 숲속의 야생화 전시회는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나를 반겨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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