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을 뒤로하고 천등산 봉정사를 찾아 가는길,마침 점심시간이 되었다, 가는길 주변에서 안동을 왔으니 간 고등어 구이를 먹을 요량으로 식당을 기웃거린다.
고등어는 무우와 함께 조림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되지만 기름기 좔~좔~ 흐르는 간 고등어 구이가 자꾸생각나는것은 내 어릴적 바다없는 충주에서 자란 식습관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시 신선한 생물은 구경도 못하고 늘 염장된 생선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는 커녕 전기도 한참을 성장한후 들어왔다.
하얀 쌀밥에 노릿,노릿 갓 구어낸 간 고등어 한 마리.정말 맛있게 먹었다.
봉정사(鳳停寺)에도착했다,관람료,1,500원.주차장에 차를 놓고 올라 갈 예정이였으나 친절하게도 멀리서 오셨으니 차를 가지고 가라는 관리인의 배려.절 초입에 드러난 소나무숲 길은 아름다운 자연 터널로 마치 도열하여 길손을 맞아 주는듯하다.
예사로운 절집이 아님을 금새 알 수있었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12년(672년) 의상스님의 제자인 능인(能人)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서 극락전 보수(補修)시 발견된 상량문인 기문장처란 글에서 공민왕 12년(1363)에 옥개(屋蓋)부문을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나왔다고 관람권에 기록되여있다.
특히 국보 15호로 지정된 극락전은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거물(木造建物)이며 부속암자 영산암은 한국10대 정원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사찰이란다.
그런 기록물을 염두에 두고 4단으로 된 돌 계단을 오르고 만세루(萬歲樓)밑으로 나와 대웅전과 함께 또 하나의 본전인 극락전을 살펴본다.
절집은 작은 공간이였지만 짜임새가 있고 평온한 느낌이다. 가람배치는 “ㅁ” 자 형태였다.
즉 화엄강당을 축으로 좌측에 극락전, 삼층석탑,고금당이 한 공간을 이루고 대웅전.
무량해회가 만드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무량해회와 요사는 반대로 입구가 돌아앉은 형상으로 배치되여 있어 안온(安穩)가람으로 느껴졌다.
요사채에서는 방문한 여자 불자님들이 바쁘게 움직이신다, 무슨 행사가 있어 음식물을 준비해야 하는 모양이였다.
바로 뒤쪽 개울을 지나 봉정사는 영산암(靈山巖)을 위쪽에 부속암자로 두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암자로 향한다. 꼭 또 다른 절집을 만난 기분이였다.
우화루(雨花樓)밑을 지나 앞 마당에 닿는다.
비구니 한분이 이곳 저곳을 정리하고 계셨다. 깜짝 놀랐다. 아래 봉정사는 남자스님들이 계셨는데---.
누구든 이곳에 오르면 영산암의 공간 배치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으리라.아기자기한 한옥의 건축구조, 마당 옆에 자리한 작은 동산엔 기암괴석 위에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어울어져 정원을 만들었다,배롱나무는 여름이면 붉은 꽃을 피울것이고 소나무는 한 겨울에도 푸른잎을 유지하고 있을터 ---.꽃과 초록이 번갈아 그늘을 만들어 줄것이다.
그리고 주변 건물의 뒷마루와 누 마루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돌아가는 공간은 한옥만의 특징이자 자랑이 아닐까? 나는 일본 방문시 그들이 자랑하는 일본정원에 많이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정원은 깔끔하게 처리되여 있지만 인공으로 만든것이라 향기가 없다고 할까? 꼭 조화를 보는 기분인데 반해 이곳 영산암은 자연을 축소해 놓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좀 좁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수행,정진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그것도 넓게만 보여진다.
이곳 영산암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의 제작 무대가 되기도 했단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왜 이곳을 방문했는지 영산암을 돌아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허술해 보이지만 최대한 절제의 미를 살린 조경과 건축공간의 조화,한옥의 곡선이 어울어진 한폭의 그림이였다.
천등산 봉정사(天燈山 鳳停寺). 능인대사가 수도중 한 여인의 끈질긴 유혹을 끝내 물리치자 옥황상제께서 감화하여 환한 등불을 내려 도업을 이루게 도와주었다는 전설이 잇는 천등산(天燈山). 그 산자락 봉정사에는 화엄의 등불이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작지만 아름다운 절, 봉정사였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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