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에 오름니다,날씨는 무덥지만 일단 나서면 견딜만 합니다.
잠시 내려준 소나기 덕분에 달구어진 대지가 조금은 식었습니다.
산의 초록은 지금 절정기를 맞았습니다, 짙푸르다 못해 검어졌습니다.
초록의 열매들은 토실,토실 영글어 가고, 그 나무에 오른 매미들은 목청을 돋구어 가며 맴~~맴~~~~쉼없이 사랑을 갈구합니다.
그 울음소리에 잠시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고향 미루나무엔 지금도 매미가 울어대고 있으련만~~~ 부모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이후엔 찾을 기회가 많이 적어졌습니다, 뻐꾹기 울음소리 들으며 참외밭 원두막 2층에 누워 할머니 부채바람 쐬이며 잠들던 내 어린시절, 이젠 대신 제가 할아버지가 되어 외 손주녀석 부채질에 팔이 아픈줄도 모름니다.
산자락 입구에 여름꽃 능소화가 마른나무 가지를 타고 오르며 환하게 홍황색의 꽃을 피웠습니다.
치렁~치렁 줄기를 내리며 꽃을 피운 능소화. 바람에 꽃이 일렁입니다,아름답습니다.
이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부르기도 했다는데 그 이유엔 애닮은 사연이 하나 있답니다.
복숭아빛 같은 빰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님의 눈에 띄어 하루밤 빈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도 있었지만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시지않아 기다림에 상사병과 영양실조로 세상을 뜨게되자 그 유언대로 담장가에 묻어 주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담장타고 오르며 임금님 발자국 소리라도 들으려고 나팔꽃처럼 넓게 벌린 꽃이 피어났으니 이를 능소화라 이름붙혀 주었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답니다.
옛날엔 꽃이 너무 아름다워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가 있어 일명 ‘양반꽃’이라 부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여기 저기 지천입니다, 꽃은 아름답지만 장미에 가시가 있듯 독이 있다고 하니 함부로 만져서는 안된답니다.
봄은 꽃 세상이지만 자세히 관심있게 바라보면 여름꽃도 많습니다.
자주 만나는 꽃이 목 백일홍이지요.백일간 피고지고를 반복한다는 목 백일홍. 수수한 진연분홍 꽃술이 뭉쳐서 피기에 더욱 보기좋은 꽃이지요.
금산군 부리면 가는 길목의 가로수가 목백일홍 입니다.
아마 지금쯤 만발했으리라 생각되여집니다.
덕분에 요즈음은 가로수로 많이심겨지기도 하고 조경에 빠질 수 없는 수종이 되였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름꽃의 황제는 연꽃입니다.
진흙속에서 고결한 꽃을 피우는 연꽃. 연꽃은 부처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더럽고 추하게 보이는 진흙물에 살지만 그 더러움을 조금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습니다.
이것을 불가에서는 불자가 세속에 처해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신행(信行)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고도 했습니다.
지금 부여 궁남지에서는 서동 연꽃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먼거리가 아니여서 다녀 왔는데--- 금년에 아직 가보질 못했습니다.
궁남지 일원에 천만송이의 백련, 홍련, 황련, 수련이 피었다고 매스컴에선 난리인데-- 언제쯤 잠시다녀 올시간이 되려나? 갈 기회를 만들어야 겠지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르는 여름산.
지난 장마에 여기 저기 생채기가 생겼습니다.
급류에 길이 유실되기도 하고 나무뿌리가 돌출되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모습이지요, 곧 그 상처는 치유되겠지요.그러면서 생태계가 유지되고 변화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여름산 오르기, 땀은 흐르고 힘은 더 들지만 운동으로 이겨내는 더위 탈출이 가장 즐거운 느낌입니다.
나무 그늘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오늘도 나는 산이 거기 있기에 오름니다.
숲속 향이 좋습니다, 신선합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귀를 즐겁게 만듭니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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