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4일과 9일은 대전에 있는 유성 장날이다.
대형 할인마트와 전문상가, 기업형 수퍼마켓, 백화점,홈쇼핑이 우리들의 생활과 쇼핑문화를 편리하게, 또 고급화 시킨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재래시장은 나름대로의 정(情)과 삶의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어 좋다.
우리 어릴적에는 장날에 대한 의미가 대단했었다, 시골장터엔 팔 물건을 바리바리싸서 트럭에 싣고 이 동네, 저 동네 장날마다 찾아다니는 장똘뱅이가 있었다, 열흘에 두번 정해진 장날, 시골 장날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다.
꼭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아니였다, 그날은 만남과 소통의 광장이 됐다.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꼭 필요한 것이 없어도 장터을 찾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서 국밥에 대포 한잔 나누는 삶의 쉼터가 되기도 했으며, 이런 저런 소문을 접하는 정보의 광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아련한 추억이 남았던 장날은 산업화와 도시화 되면서 의미가 퇴색 됐고, 꼭 장날이 아니어도 언제나 물품을 구매할 수 있기에 점차 우리들 삶의주변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요즈음 재래 전통시장 살리기에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면서 다시금 그 추억속의 장날이 우리주변으로 찾아들기 시작했다.
시설도 현대화 되고 공영 주차장도 만들고 했다.
지난 일요일은 유성장날이였다, 유성장은 인근의 논산, 공주, 조치원, 계룡을 껴안는 큰 장터다.
유성장도 성남의 모란시장,신탄진장,진천장---등등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장이란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내서 유성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특별히 살것은 없었지만 삶의 현장에서 훈훈한 우리들의 인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유성 장날은 주변도로가 차로 막혀 교통소통이 어렵다.
주도로 몇개를 빼고는 차가 진입할 수없다, 노점상, 좌판,그리고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유성장엔 없는게 없다는 한 촌로의 걸쭉한 입담을 들으며 장터로 들어선다.
우선 도로변에 모여있는 기름짜는 집, 고소한 참기름 내음이 주변을 장악해 버렸다,국산, 중국산등 참깨마다 원산지표시가 확실히 표시 되여있다.
조금 걸어 오르니 과일가게. 중복날이라 수박이 작은 트럭에 가득하다. 모두가 꿀 수박 이란다.
방울 토마토, 참외, 자두, 복숭아등 제철과일이 곱게 단장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생선을 파는 어물전, 후덥지근한 여름날씨에 얼음이 줄~줄~녹아 내렸지만 연신 얼음을 채워 놓으신다.
이곳 오징어는 살아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란다, 그만큼 신선도가 높다고 자신있게 말 하시는 사장님, 물 뿌리며 파리쫓기에 손은 바쁘다.
장터에서 먹거리를 빼면 앙꼬 없는 진빵아닐까? 전집주변 탁자엔 좁지만 사람들이 앉은뱅이 의자에 가득앉아 막걸리파티가 열렸다, 전을시키니 막걸리는 서비스란다, 사장님 인심도 후하고 얼굴엔 밝은 미소도 가득이다.
그옆 꽁보리밥집, 열무, 콩나물, 고추장,야채에 들기름 두어방울 넣어 비벼 먹으니 배가 불룩하다, 값도 싸다, 한그릇에 2,000원이다. 그렇게 배도 채우고 또다시 구경에 나선다.
뒤쪽한곁, 닭, 오리, 고양이, 개, 새까지 철망에 갇혀 새주인을 기다린다.
작은 하얀 강아지 한마리, 눈망울이 선하지만 오가는사람들에 지쳤나 보다.
오늘도 새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장날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작은 고양이 새끼는 아예 눈감고 누워 더위를 이겨내는라 헐떡이고 있다.
정말 없는게 없는것 같다. 채소, 과일, 화초, 수삼까지--유성장은 만물상이다.
고양이뿔만없지 다 있단다.
햇 감자, 햇 양파, 햇 마늘등 모두가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는 농산물.장에 나오신 아주머니들은 작은 시장바구니용 수레에 산 물건들을 챙겨 넣으시느라 바쁘시다.
수박, 양파, 감자, 오이, 호박, 열무, 배추, 생선류, 깐마늘까지 주로 반찬거리가 많다.
괴산의 대학찰옥수수도 제철을 만났다.한자루 30개에 11,000원이란다.
옥수수를 워낙 좋아해서 엊그제 인터넷을 통해 괴산에 있는 작목반에서 18,000원을 주고 같은 수량을 직접 구매했는데----.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배달비가 포함 됐다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곳. 걸쭉한 입담으로 장터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정력에 으뜸이라는 하수오(何首烏)를 팔고 있었다.
뿌리모양이 꼭 사람의 형체를 닮았다는 덩굴 약용식물 하수오.
옛날 하공(何公)이란 왕이 복용하자 백발머리가 까마귀(烏)처럼 검게 변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였다는 하수오.
말은 몇번 들렀지만 보기는 처음이다.
판매사장님 왈,중년남성의 자존심을 지켜준단다.
지금 이곳에서 잡수시면 밤부터 달라지고 아침 준비하는 부인의 도마소리가 달라 진단다.
재미로 듣고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구매하는 사람은 보지못했다.
옛날엔 애들은 가라~~~. 소리치며 뱀술같은 정력제를 팔기도 했는데--- 요즈음 발기부전제 때문에 장사가 예전처럼 안된다는 불평도 하셨다.
상점가 앞편 한자락, 나이드신 할머니가 애호박, 오이, 당근, 대파등을 가지고 나오셨다.
직접 농사지으신 물건을 들고 나오 셨단다. 돈좀 만들어 귀여운 손자녀석 장난감을 사주어야 한다면서 사라고 하신다. 역시 손주사랑은 할머니인가 보다.
재래시장엔 아직 정(情)남아있다,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된다, 안된다 하면서도 깍아주고 덤으로 더주고~~~대형마트에서 바코드로 찍어버리는 그런 획일한 계산이 아니다.
사람 냄새나는 재래시장의 장날 풍경.
정말 돌아 볼만한 가치와 즐거움을 주었다.
유성장은 종일토록 사람들로 붐볐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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