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올라 장경판전 입구를 막 넘으려는데 사진으로만 뵌 익숙한 모습의 한분을 만났다.
이곳으로 오는길에 동행하신 김사장님이 동아일보(2011년,10월3일자) 인터뷰기사 신문을 가지고 오셔서 차안에서 읽으며 게재된 사진모습을 본 장경판전 15년 지킴이 안진만씨(61세)를 우연히 만난것이다.
해인도(화엄경을 압축한 법성게가 만(卍)자 도형에 아름답게 배열한 모양)가 선명히 새겨진 모자를 쓰고 계셔서 확실히 알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기사의 중요 요점은 이렇다.
아무리 말려도 발로 차고, 손대고, 장경판전 살창에 매달리고, 촬영하고, 만지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과 90%는 뜻도 모른채보고 가는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역시 화재란다. 화재방지가 최우선이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절대 어긋난 행동을 안한단다. 외국인 중 60%는 일본인인데 그들은 더 정확하단다.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에서도 1등이돼야 하는데--. 아쉬움이 참 많단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 나가면 잘 지키는지..? 궁금하단다.
현재 장경판전을 지키는 직원은 4명, 장경판전은 1995년에, 팔만대장경은 2007년에 각각 등재됐다.
2008년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문화재관리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져 그나마 위안이 된단다.
신문에 난 기사얘기로 만남의 인사를 나누고 우린 장경전을 돌아본다.
입구에서 대장경을 프린트 한 복사종이를 한장에 5,000원식 팔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하는데 비해 일본인 관광객들은 거의 모두가 하나씩 구입하고 있었다.
우리보다 관심이 많은 건가 아니면 또 오기 어려우니 사가는 것일까..? 아무튼 우리와 다르다.
팔만 대장경이 완성된해는 1,251년이란다.
횟수로 따져 자그만치 750년전에, 그것도 썩고 벌레먹기 쉬운 나무로 만든 경판이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옛모습을 고스란히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었을까?
대장경판을 보존케 한 기술과 정성의 집결체인 장경판전의 건축법에 있다고 한다.
비밀의 가장 큰 열쇠는 서로 다른 크기의 붙박이 살창에 있단다.
벽면의 아래 위와 건물의 앞면과 뒷면의 살창크기를 달리함으로써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서 아래 위로 돌아 나가도록 절묘한 건축 기술을 발휘하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바닥은 깊이 땅을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쇄술의 발명으로 인해 세계문명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혁명을 맞았다.
이러한 인쇄술의 역사에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을 함께 보유한 우리는 인쇄 문화의 종주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7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완벽한 목판본으로 남아있는 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목판 대장경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삼장(三藏:경經,율律,논論) 을 집대성 한 것이란다.
팔만대장경을 만져보거나 꺼내 볼 수는 없었다. 그저 틈으로 보는 수 밖에---.
원본 2장을 축제 전시장에서 만날 수는 있지만 그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단다.
추사 김정희도 그 글씨를 보고 "이는 사람이 쓴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 라고 감탄했단다.
경판에 사용된 나무는 주로 산벚나무, 돌배나무, 자작나무 등 이라는데 뒤틀림을 방지하기위해 소금물에 삶기도 하고 바닷가 갯벌에 장기간 매몰시키기도 했으며 좀 방지를 위해 경판표면에 옻칠을 했다는 설명이다.
장장 16년에 걸친 이 큰 불사의 결실, 고려 팔만 대장경.
대장경의 제조공법과 경판전의 오묘한 건축기술을 듣고 세심히 주변을 한바퀴 돌며 이제 출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오는길,
소림선원의 지붕이 저 만큼 보인다.
이번 축제를 맞아 해인사 창건 1,200년 이래 지난 9월24일 하루만 일반인에게 최초 공개된 선원, 예약자 440명만 우선으로 입장시켰단다. 선방을 10분동안 천천히 돌면서 참선하는 포행을 했고 30분은 벽을 보고 앉아서 명상하는 좌선을 했단다.
1,000년 이후에나 다시 일반인에게 오픈 한다니 내 일생엔 이제 그 기회가 없다.
공양실 앞을 지난다. 일반인에게도 열려있다고 쓰여있어 절집의 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점심시간도 지나 배도 고팠지만 절집의 발우 공양에 더 관심이 갔다.
하지만 아뿔사 시간이 지나버려 그 기회가 우리에겐 오지않았다. 12시30분까지만 이였는데 시간은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행자스님들이 열심히 공양간을 치우고 계셨다.
이제 발걸음은 백련암을 향한다. 성철스님이 기거하시던 부속암자다.
성철스님이 백련암에 계실때 한번 뵈려면 누구나 3,000배를 올려야만 뵈올 수 있었단다.
일반인들은 108배도 정식으로 할려면 힘이 든다는데.. 3,000배라니---. 정신이 번쩍든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하지만 이런기회가 아니면 백련암에 가기가 어려운게 사실.
힘든 몸을 격려하며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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