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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를 가다[2]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시차는 없지만 대략 30분정도 우리보다 빠른것 같다.
해가 일찍뜨고 일찍진다. 늘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나의 습관때문일까 ?
아침 6시30분에 오픈하는 온천탕 시간을 기다리려니 지루함을 느낀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의 풍경, 참 아름답기도 하지만 조용하다못해 평화로움마저 느껴진다.
어제밤 어둠속에 호텔에 도착해 잘 몰랐는데 무척 큰 호텔인데다가 전실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잡은 고급(?)호텔이었다.
그 옛날 일본이 내수 호황기엔 넘쳐나는 손님들로 무척 붐볐다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내수침체로 지금은 관광업이 무척 어렵단다.일본인들이 돈을 쓰지 않는단다.
그 이유는 미래가 불안해서란다.

아침 식사시간, 진수성찬이 펼쳐진 뷔페식당, 전망좋은 바닷가 2층 창문쪽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온천 관광지역에서는 "유카다" 라 불리는 가운을 입고 다닐 수 있어 참 편하다.
호텔내 온천탕, 식당은 물론 주변 상가까지 입고 나가도 실례가 아니다.
우리나라 두루마기 형태라 앞이터져 있긴하지만 조금 조심하면 참 편하고 좋다.
구김에 대한 걱정도, 식사시 음식을 조금 흘려도 문제되지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
이제 바다도 잠에서 깨어난 것일까? 파도도 잔잔하고 일렁이는 물결에 은빛 아침햇살이 내린다.
반짝, 반짝, 은빛구슬이 물결위에서 춤춘다. 이른 아침 조업나온 배일까? 저 멀리서 작은배 한척이 그물을 당겨 올리고 있다.
아래쪽엔 노천 수영장과 산책로가 방파제를 경계로 바다를 껴안고 여름날의 풍요롭던 과거를 얘기해 주고 있는듯 바람과 함께 속삭이고 있다.

오늘은 오렌지열차를 즐기는 날이다.
구마모토 야쓰시로시에서 가고시마 사쓰마센다이시를 28개 역으로 잇는 히사쓰오렌지 철도다.
식(食), 도(道), 락(樂)이 함께하는 가고시마 오렌지열차.
그 열차를 즐기기위해 우리는 이즈미(出水)시로 향한다. 시골길이다.
우리가 어릴적 성장했던 그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억새꽃이 바람에 넘실대는 작은 산자락, 전답이 푸르게 펼쳐진 전원풍경, 동네 어귀마다 작은 편의점이 있고 옹기종기 작은집들이 모여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즈미시는 우리나라 다큐방송에서도 자주 보았던 곳이다.
학(鶴), 두루미가 매년 10월중순부터 다음해 3월 중순까지 시베리아에서 이즈미시로 건너와 겨울을 지내고 돌아가는 철새도래지로 전망대도 설치하여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통상 10,000여마리가 관찰된다고 하며 그들이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란다.

열차를 타기전 시간에 여유가 있어 예정에 없던 지란의 무사저택을 버스기사 덕분에 잠시들렸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년전에 만들어졌다는 무사저택, 집도 집이였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정원이 정말 아름다웠다.
옛 무사들도 자연을 사랑했나보다. 무사저택이 연이어진 거리가 마치 정원과 같은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수북히 쌓여있고 단풍나무 고운잎은 아직도 붉게 물들어 있다.
너무 고맙게도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한분이 불편하신 몸을 이끌며 이곳 저곳 안내하시며 설명해주시기에 바쁘셨다.
오렌지열차를 타기위해 이즈미역에 도착하자 노란오렌지 색갈의 유니폼을 입으신 여자 현지가이드 한분이 작은 깃발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왜 오렌지 열차라했을까? 궁금했다.
규슈 서해안을 오렌지 색으로 물들이는 석양, 귤밭으로 채색된 산들과 개성이 강한 감귤류로부터 이름이 붙혀졌단다.
열차색깔도 오렌지빛이고~~~. 회사이름도 히사쓰 오렌지 철도주식회사였다.
열차시간을 기다리며 역구내를 돌아본다. 게시판에 오늘 관측된 학(鶴)의 숫자가 기록되어있다.
11,036마리.--. 어떻게 숫자를 파악했기에 끝자리수 까지 적어놓았을까? 웃음이 나왔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일본인 특유의 치밀함일까? 역구내는 학(鶴) 관찰에 대한 안내문과 그것을 소재로한 인형, 모형등의 선물과 지역상품을 활용한 먹거리로 가득했다.
작은 것에 감탄하는 일본인들의 습성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시간을 쪼개여 학(鶴)의 무리를 보기위해 전망대라도 방문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투어일정에 들어있지않아 갈 수가 없단다.
이곳에서 30분정도 가면 된다는데---. 보기위해 일부러라도 오고 싶은곳인데--정말 아쉽다.

12시38분.
오렌지열차를 타야 할 시간이다.
기차는 역으로 들어오고 우리일행은 사전 준비된 전용객차에 오른다.
중간 중간 열차는 역에 정차하지만 객실밖으론 나갈 수는 없단다. 일반 손님들은 우리가 탄 객실에 들어올 수 없다.
전세열차다. 미리준비된 예쁜 도시락이 좌석마다 음료와 함께 놓여있다.
"엑기벤"이라 부르는 역장추천의 도시락이다.
도시락 문화가 널리 퍼진 일본, 역마다 그지방의 특산물을 이용한 엑기벤 상품이 인기다.
어떤사람들은 귀가시 선물로도 많이 사가지고 간단다. 포장이 너무 예뻐 먹고 버리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때쯤, 가이드가 식사후 지참하셔도 좋다고 한다. 기차는 출발하고 해안가를 달리며 도시락 삼매경에 빠져버린다.
하얀쌀밥, 작게, 작게 요리된 별도의 반찬, 부족함이없다.
배낭에 준비해간 우리나라 소주를 반주 삼아 도시락을 즐긴다.
식사하랴, 주변 풍광보랴 --눈과 입이 바쁘다. 즐겁다.
 
시원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서해바다, 그 사이를 바쁨없이 시원하게 달리는 열차, 현지가이드는 조금 어눌한 한국말로 주변의 풍광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시골길을 달리는 열차, 정차하는 곳은 많아도 역무원이 없는 간이 무인역도 많다.
간이역에 내리고 싶다. 아무도 없는곳에 내려 이곳 저곳에서 자연에 심취했다가 다음열차를 타고도 싶다.
목적지없는 여행, 서두름없이 덜커덩~~ 덜커덩~거리며 천천히 가는 열차여행, 조금은 사치스러움마저 느껴진다.

내려선 역이 마음의 시발역.
기암과 암초가 늘어선 해안선도 지나고 모래사장이 긴 해수욕장도 지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저 멀리보이는 무인도, 그곳에는 130여 마리의 야생사슴이 자생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먹이주기같은 이벤트도 벌린단다.
산간의 고요하고 풍광이 있는 신사(神寺), 최고(最古)의 온천탕도 만날 수 있단다.
인형암도 만난다. 해변에서 죽은 어머니가 남편과 자식을 만나기위해 기다리다 지쳐 암석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인형암.
기차안에서 바라보는 바위의 형상은 영낙없는 사람모습이였다.
그런 즐거움을 안고 기차는 종점에 도착한다.
가이드분이 버스타는 곳까지 따라와 배웅을 한다. 이제 살아 숨쉬는 화산이 있는 "사쿠라지마"로 향한다.[계속]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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