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맑은 5월 하순. 산에 오릅니다.
산속 나무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감, 그리고 시원함, 그 자체 입니다.
산은 늘 올라도, 같은 산을 다시 와도
올 때마다 새롭고 신선합니다.
산은 도심의 찌든 공해를 정화시켜주는
어마 어마한 허파 역할을 하나 봅니다.
빈틈없이 꽉 메운 풀, 어린나무가 숲을 만들고
그리고 하늘 향해 솟아오르는 큰나무, 나무들
그 그늘진 길을 따라 오르는
산행 길은 너무 상쾌합니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향긋한 꽃 내음이 나를 반깁니다.
꿀벌들도 꽃 찾아 모여 들었습니다.
줄기에 작은 가시가 돋쳐 있지만
꽃향기와는 무관합니다.
산속은 무질서하게 자라는 것 같아도
질서가 있습니다.
서로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같아도
질서가 있습니다.
서로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칡덩굴이 나무를 감싸며 오르고
마른 억새 대궁엔 작은 덩굴 식물이 의지하며
꿈을 키워 갑니다.
떡갈나무 넓은 잎새 사이엔 벌써
도토리가 푸른 꿈을 간직 했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오름니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힘니다.
길옆엔 겨울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 쩍 갈라지고 부러진 소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이리 저리 얼키고 설키고 쓰러지고 말라버린 고목들,
또 그 사이로 솟아 오른 작은 나무들.
그들도 사람 사는 세상과 같은가 봅니다.
병들고 늙고 죽어가고 또 태어나는
우리 사람들처럼 돌고 돌아가는 세월의
흐름속에 윤회의 삶은 계속되나 봅니다.
저 나무들도 간벌과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대로 두다보니
쓸모없는 나무로 성장해 버림니다.
곧고 똑바른 기둥감이 아닌
그저 휘어지고 구부러진 모습으로
커버렸습니다.
하기야 우리나라 산에는 쓸모 있는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모두가 화목(火木)뿐이지요
국토의 6~70%가 산인데 유용한 나무라도
자랐으면 경제에 큰 자원이라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슴니다.
하지만 이런 산이 있기에
늘 오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겠지요.
산행에서 느끼는 자연의 신비스러움, 오묘함 그리고 그들도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는 자연의 법칙에서 우리 사람들의 삶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또 이렇게 산에 오르고 바위를 넘고 산등성이를 걸으며 느끼는 여유로움도 좋지만 산행에서 만나는 산사(山寺)나 작은 암자를 방문 하는 것도 산행의 남다른 즐거움이다.
나는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가끔 산사의 대웅전 법당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합장을 하게 되고 불상의 자비스런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미미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새벽 03:00시 기상 및 예불로 시작하여 밤 9시 취침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빈틈없는 하루 일과를 보고 정말 어려운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늘낄 수 있었다.
스님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공양 준비에서부터 빨래하기, 절 주변 청소 및 행사준비, 그리고 스스로 경작하는 채소류 울력까지 모두가 스님들 몫이다.
물론 일부 큰절에서는 행자스님이나 보살님들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큰 틀은 스스로 해결하고 준비하는 것이 스님들의 생활이다.
그 뿐만이 아니고 끊임없는 수행을 하고 계신다.
하안거, 동안거, 용맹정진 이라는 이름으로 늘 공부하며 수행 하신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여유로운 산속 생활의 즐거움만을 머리속에 생각 할지도 모른다.
나는 절집의 하루 일과나 생활, 아니 그 분들이 쓰는 어휘도 잘 모른다. 그저 가끔 책에서 본 내용이 전부다. 山行中에 만나는 절이 있으면 늘 돌아본다.
일주문을 거쳐 대웅전 법당 앞까지 세심히 살핀다.
정갈하게 빗질 자국남아 있는 흙길이 우선 좋다.
절 내부 광장이나 오가는 길은 대부분 포장되어 있지 않고 모래 깔린 흙 그대로여서 좋다. 그리고 5층 석탑이나 석등 등 배치되어 있는 석물들도 흘러온 역사를 담고 있는듯 하여 좋다.
곱게 단청된 대웅전이나 산신각, 처마밑 사각 코너에 매달린 풍경, 대웅전 댓돌에 노여진 스님의 하얀 고무신, 모두가 절집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큰 국립공원같은 대형 산사에는 관광객을 위해 스님의 독경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곳도 있다.
끊일듯 말듯 이어지는 예불소리. 그리고 목탁소리 나는 그 목소리가 참 좋다. 그래서 가끔은 반야심경이 녹음된 테이프를 사서 홀로 차에서 듣기도 하고 휴일날 좀 여유로운 시간이 있으면 TV불교 방송을 시청하기도 한다.
산사는 정말 정갈하다.
지저분함이 없고 흐트러진 모습이 없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대충 대충 넘어가는 삶이 없다.
책도 여러편 출간하신 법정(法頂)스님은 지금도 홀로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자락 오두막에서 지내신다. 늘 무소유를 강조하시고 계신다.
홀로 계시지만 여름철 오후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방에는 늘 죽비를 준비하고 계신단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졸리시면 잠시 눈을 붙혀도 될듯한데 그잠을 쫓기 위해 죽비를 준비하시면서 홀로 수행하고 계시는 것이다.
정말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기지 못해 할 수 없을 것 같다.
전에 한번 오대산 월정사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한 산사체험 수련 과정을 TV다큐멘터리프로로 본 적이 있다.
14살부터 70세 할아버지까지 스스로 희망해서 30일간 진행되는 수련 과정이었다. 우선 삭발의식을 거행하고 먹물옷을 입고 절집의 시간에 맞추어 따라야 한다.
물론 속세와는 연락을 끊어야 한다.
핸드폰은 물론 면회도 되지 않는다. 밤새워 3000배도 올려야 한다.
땀이 비오듯 하고 그런 과정을 모두 마쳐야 수료증을 준다. 삼보일배도하고 엄격한 절 집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
참으로 고된 수행이다. 참선과 수행, 득도는 그런 엄격한 규율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나 보다.
산사는 아름답다.
산사는 정숙하다.
산속 녹음과 함께 자리한 절집은 고요하고 맑다.
산행에서 만나는 산사.
나는 그곳을 꼭 그저 지나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고요하고 정숙한 산사의 매력도 느껴 볼만하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