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2월에서 3월로 접어들더니 어느날 갑자기 봄 날씨였다. 엊그제 토요일,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지인 K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전북 완주 화암사(花巖寺)로 복수초(福壽草)꽃을 보러 가시잔다. 글세?? 좀 이르다 싶었지만 화암사 극낙전(極樂殿)이 지난해 12월1일부터 보물에서 국보(國寶)로 지정되였다는 보도도 있었고 봄 바람이 그리워 서류정리라는 숙제도 남겨둔채 화암사로 향한다.
호남고속도로 연무대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우회전하여 완주방향으로 차는 달린다. 노란 봄 햇살이 곱다, 들녁에선 벌써 농사준비가 시작되였다, 언땅이 녹자마자 트랙터는 빛깔 고은 황토색 흙을 뒤집고 장화차림의 촌노는 밭고랑 만드느라 허리를 숙였다.
바람이 분다, 겨울바람이 아닌 훈풍의 봄 바람이다, 열린 차장으로 신선함이 빨려들어온다. 하얀 비닐하우스에 반사된 태양빛은 하늘향해 다시 무지개 빛을 발하고 초록은 숨긴 얼굴내밀고 땅속의 물줄기를 찾는다.
밭 고랑사이, 나물캐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씀바귀,달래, 냉이가 봄철의 삼대 제철보양식이라는데---. 무엇을 캐고 계실까? 동토속에서 추위를 이겨낸 초록들, 하우스속의 나물들과는 그 맛이,향이 다르리라. 정말 보기힘든 장면이 내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누런 황소가 워낭소리 울리며 우마차에 두엄을 가득 싣고 천천히 길을간다. 요즈음은 대부분 트랙터나 경운기를 이용하는데 사진 한장 찍어두고 싶었지만 소 끄는 농부아저씨의 마음을 몰라 천천히 차를 움직이며 우마차옆을 지나간다.
역시 농촌마을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온화스럽다, 시끄러움이 없고 높게 지어진 네모진 콘크리트 건물도 없다.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옛 농가들,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아직 고추대궁이 그대로 남겨진 밭, 그런 모습을 보며 완주군 경천면에 이른다, 이곳은 곶감 주산지다, 집집마다 곶감 건조를 위한 간이 건조실이있는곳, 밭에는 벌써 마늘이 쏘옥~~ 푸른 모습을 내밀었다.그곳에 비료를 뿌리며 한해 수확이 풍성하기를기원하시는 할아버님의 입가엔 미소가 머문다.
화암사입구 주차장, 화암사 오르는 길옆 계곡이 자생 복수초꽃 단지(?)였는데~~~~. 아뿔사?? 아직 이르다, 노란꽃 모습은 커녕 흔적도 아직 보이지않는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 눈속에서도 자체 열을 발하며 꽃을 피운다는 노란꽃---.
그래서 어름새 꽃이란 별칭도 있다.그래 너무 성급했나보다, 앞으로 열흘은 지나야 하지않을까? 복수초꽃은 만나지 못햇지만 화암사로 오른다,산속깊이 있어 더욱 정겨운 절, 화암사. 이곳은 몇번 방문했지만 절 찾아 오르는 길이 너무 정겨운 곳이다 .계곡을 비켜가며 오르는 돌길.
우거진 나무와 산위에서 내려오는 바람소리,사철내내 조금씩 흐르며 물소리를 내는 계곡. 새들도 후르륵~~후르륵~~~.바람소리에 장단을 맞추는곳.오르는 길이 가파르긴해도 지루하지 않은 길. 그런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철로 만든 계단이 자연에 어울리진 않지만 화암사와 만난다.
국보 316호로 극락전이 지정되였다는 안내문이 보이고 우화루 옆 돌계단을 올라 작은 대문턱을 넘으면 우화루, 적묵당, 극락전이 만드는 하늘마당이 펼쳐진다.
극락전, 단청이 오래되여 빛이 하얗게 바랬다,그래서 일까? 안도현 시인은 화암사를 늙은 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골동품처럼 보이지않는 중후함과 멋이 더 돋보인다.
국내유일의 하앙식 건축구조물이라 국보로 지정되였다는데 하앙식구조의 의미가 명쾌하게 설명된 자료나 내용은 어느곳에도 없다.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라 건축 전공학생들이나 학자들이 많이 찾는다는데 좀 아쉽다. 1605년에 건축되였다니 우선 놀랍다, 건축구조개념보다 당시 이 산속에 어떻게 건축재료를 운반했는지? 기와는 어떻게 날라왔는지? 지금이야 얼마전 임도(林道)겸 소방도로를 만들어 이곳까지 차가 올라 올 수 있도록 하였지만~~~.당시는 모든게 인력(人力)으로 했을텐데---??. 사찰을 돌아보는 재미는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옛것이지만 모든게 새롭고 과학적이다,지혜를 엿 볼 수 있는게 참 많다. 굴뚝의 모양과 위치도 그렇고 해우소의 위치도 그렇다.주변에 심겨진 나무도 아무렇게나 심겨진것은 없다.
민흘림기둥,맞배지붕,방풍막,꽃무늬 문살,용머리 다포까지~~~~.주변을 돌아본다. 우화루 옆 매실나무엔 봄이 움트고 있었다, 여린가지에 푸르름이 머물고 꽃순은 아직 꼭꼭 동여맨채 찬란한 햇살을 갈구하고 있었다, 매화는 벚꽃처럼 와르르~~~~피지않는다.요란스럽지 않다,하나, 둘 모르게 살포시 핀다. 향기도 진하지않다. 하지만 겨우내 찬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기에 봄꽃의 아름다움이라 부르지 않을까? 다시 오른길을 따라 내려온다, 철제계단이 아닌 좁은 옛길로 접어들었다. 설치된 안전대도 세월이 쌓여 붉게 녹쓸었고 조심, 조심 내려오는길, 바위틈새로 얼레지가 푸른싹을 밀어냈다.화암사는 복수초꽃도 많지만 얼레지도 지천이다.
우리 어릴적 나물로도 먹던 얼레지,그 푸른 잎새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절의 이름도 꽃을 의미하는 한자화(花)로 시작하듯이 이곳은 자연화원이란다,봄철이면 노루귀등 봄꽃이 지천이란다.
궝대신 닭은 아니였지만 복수초 대신 얼레지를 만날 수 있어 오늘 화암사 방문은 목적을 이루었다고나 할까? 발걸음이 가볍다.산바람이 싱그럽다,들녁을 지나온 바람은 훈풍이 되였다.
새로 씨앗을 뿌리기위해 밭에선 모아둔 덤불더미에 불을 부쳐 태워버리고 있었다.연기는 하늘 높이 피어오르고 덤불 타는 냄새는 마치 어릴적 아궁이에서 타는 나무 냄새였다.
오랜만에 맡아본 냄새, 마치 고향 봄 들녁을 지나는 기분이다.경천 저수지에 물은 가득하고 저 멀리 산자락 들녁에는 아른~ 아른~ 봄 아지랭이 피어오르고 누렁 황소는 긴 하품을 하며 오수에 졸고 있었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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