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을 우리는 옛부터 의식주(衣食住)라 불렀다.
즉 입고 먹고 거처할 수 있는 곳을 해결하는 것을 첫째로 꼽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입어야 했고 살아가려면 먹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며, 가족이 집단으로 살아가고 쉼을 위한, 잠자기 위한 장소인 주거 생활이 필수였다.
단지 생활의 여유에 따라 얼마나 편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보다는 영양가 높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여부, 또는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아니 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간단한 동굴이라도 서식지를 만들어야 하는 삶의 기본 자세로부터 출발한 것이 현재의 주거 생활까지 발전된 것이라 생각된다.
태초에 지구가 생성되면서부터 물이 흐르고 공기가 있고 초목이 생겨나고 그와 함께 동물들이 하나 둘 생겨났으리라. 종교적 의미를 떠나 인류의 탄생과 진화된 과정을 분석하고 증명하기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사람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게 되면서부터 과학의 힘을 빌어 현재는 지구가 하나 되는 공동체 의식과 삶은 윤택한 생활 형태로 바뀌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삶은 살아가기 위한 최저 수단보다는 이제는 삶을 즐기며 풍요롭고 안락한 하나의 문화로 점점 바뀌어 왔고 그것은 고정 될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 계속 바뀌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것은 패션 문화가 그렇고 음식 문화가, 아니 주거 문화도 바뀌어 갈수 밖에 없다.
이젠 의식주라는 단순 기능이 아닌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향해 끝없이 변화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상향에 종점은 없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오로지 변화와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산악 등반처럼 정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의 문화 속에 나는 오늘 일본인들이 즐기는 도시락 문화에 대해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그들은 도시락을 오벤또(お弁 )라 부른다.
일본인들의 도시락은 실로 다양해 그 종류만도 셀 수 없이 많다. 가격도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하는 값싼 것부터 4~5만원하는 고급 도시락도 있다.
우리 어릴 적엔 학교 갈 때, 도시락은 필수였다.
지금은 학교에서 대부분 급식을 하기 때문에 도시락 준비가 별로 없는 편이다.
그 당시 우리 어머님들은 아침마다 아이들 학교 도시락부터 아버지의 점심 도시락까지 집집마다 몇 개의 도시락 준비에 분주했고 반찬 준비를 별도로 해야 할 정도였다.
책가방엔 흘러내린 김치국물로 늘 음식냄새가 배어 있을 정도였다.
눈으로, 향기로 먹는다는 일본인들의 도시락.
왜 그들은 그토록 도시락 문화가 발달했고 지금도 즐겨할까?
첫째, 봄철 하나미(花見)라 불리는 봄꽃놀이들의 영향이 크다고 나는 본다.
일본인들은 벚꽃(그들은“사꾸라”라 부른다. )피는 봄이면 가족 중심 또는 회사부서 중심으로 만개한 벚꽃 나무아래서 꽃을 보며 즐기는 꽃놀이를 갖는다.
그때 필수적인 것이 도시락이다. 준비도 번거롭지 않고 각자 개인별로 앉아 먹기 편한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흩날리는 꽃잎을 세어가며 식사하고 오징어 찢어가며 술 한 잔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벚꽃이 아름다운 명소는 아침부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사람을 내보내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경쟁도 한다. 동경 도심속의 우에노 공원이나 신주쿠 교엔 등은 정말 아름다운 녹지 공원이다.
도심 한복판 넓은 녹지엔 울창한 벚꽃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조성된 인공 연못엔 큰 잉어와 자연적으로 날아든 청둥오리들이 그 곳에서 생활한다.
드넓은 푸른 잔디밭, 울창한 수림 등은 정말 부러운 도심속 공원이다.
이런 숲은 사람들의 마음을 청량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이젠 그런 숲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새들은 불러 모을 공원을 도심 속에 여러곳 만들어야 한다.
틈만 나면 개발을 논리로 나무 베어 버리고 아파트 짓고 콘크리트 구조물 올리는 우를 이젠 좀 버려야 할 때다. 정말 부러운 공원이 동경엔 많다. 그리고 그곳을 사랑하고 관리하는 방문객들의 의식 수준도 부럽다. 쓰레기 한점 볼 수 없다.
나무 한그루 꺽어진게 없다. 잔디밭에 들어가는 어린이들도 볼 수 없다. 일본인들은 하지 말라고 게시된 내용은 철저히 지키는 습관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커가며 그 규율을 따라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의 공원 잔디밭을 보면 길이 생겨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길이 생길 우려가 있으면 그곳에 길을 만드는 기지도 있다.
같이 즐기고 여유를 느끼며 후손을 위해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의 규율 속에서 나는 늘 부러움을 느낀다. 우리도 이제 조금만 더 지키면 못 할 것이 없는데 왜 늘 주저거리기만 할까?
아마도 “빨리 빨리”문화와 지키는 사람만 손해 보는 과거 때문 아닐까?
줄서기보다 새치기 하는 사람이 더 득을 보고 부동산 투기 등 지탄받을 일을 한 사람이 더 잘 사는 세상이 되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둘째, 협소한 일본인들의 주거생활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집에서 이것 저것 준비하기 보다 사먹는 것이 비용면이나 번거로움에서 편리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가정을 방문하거나 회사에서 업무차 미팅을 가져도 점심은 대부분 밖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하나의 접대문화가 되었다.
셋째, 해안선을 따라 활처럼 굽어진 일본의 2000km에 이르는 지형의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거리가 멀다보니 기차 여행할 기회가 많고 기차 여행 중에 식사를 하려니 도시락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나의 생각이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엑키변(驛弁)이라 하여 역장이 강력히 추천하는 도시락이 많다. 지방 특산물을 소재로 하여 자신 있게 만든 도시락을 별식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전 그곳에서 도시락을 사서 기차 안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식당 칸이 아닌 자기 자리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일부 여행사는 지역마다 특산물 도시락을 연계하여 온천 관광 등을 묶어 여행 이벤트를 판매하는 상품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혀끝의 즐거움 뿐 아니라 눈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 요리에서 당당히 한 분야로 꼽히는 도시락.
평범한 도시락이 아닌 저 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사람들을 사로잡는 각양 각색의 도시락을 그들은 만들어 낸다.
그리고 도심 한복판에서도 점심때가 되면 도시락을 가게 앞에 진열해 놓고 소리치며 호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을 위한 판매 전략이다. 매번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사무직원들을 위해 값싸고 실속 있게 준비해 판매 하는 것이다.
사무직원들은 그저 음식점을 배회하기보다 간편하게 사서 사무실내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 음식점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되고 값싸고 실속 있게 스스로 즐기는 음식을 선택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것 같다.
일본인들의 도시락 사랑 아마도 그것은 간편함과 시간을 절약하는 그들의 습관에서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정말 맛있는 그들의 도시락, 나는 일본 출장 때마다 도시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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