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가을, 산막이 옛길을 걷다.[2/2]

정말 방문객이 많다.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이곳으로 온 걸까? 가을의 절정이라 그럴까?아니면 마땅히 갈곳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않다면 건강을 위해 걷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것일까? 대한민국에 부는 걷기열풍. 어디 이곳 뿐이랴. 제주 올레 길부터 지리산 둘레 길,대청호 로하스 길,해인사 소리길 ----등등 전국적으로 지금은 그 이름도 새롭고, 재미있고, 소문난 길도 많은게 사실이다.

모든 길은 처음부터 있지않았다.누군가가 처음 걸었고 그 발자욱을 따라 걷다보니 생겨난게 길이다,길은 꼭 사람들만의 전용물은 아니였다.동물들의 길도 있다.어릴적 철사로 만든 올무를 매 놓고 산토끼나 동물들이 지나가다가 걸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산토끼나 멧돼지도 꼭 다니는 길로 다닌다,자신의 안전을 담보받기위함 아니였을까? 모든길은 그렇게 생겨났다.

자연을 벗삼아 여유롭게 걷는다는 것, 몸에도 물론 좋지만 얼마나 마음적으로 여유로움인가. 자연을 찾아 떠나고 걸어보는 것,어디를 간들 좋지않은 곳은 없으리라.

세상에 가치없는 식물이 어디있고 아름답지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모든 자연은 그대로가 섭리고 그대로가 생명이다.숲이 있어 좋고 산이 있어 계곡이 깊은것 아닌가.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의 그 무엇을 제공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뿐이지.

서서히 산막이 길을 향해 오른다.아직 가을볕이 따갑다.그래서 그늘이 좋고 길옆 과수원의 붉은 사과모습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도 느낀다.작년 가을에 왔을때보다 달라진점이 있다면 주말이긴 하지만 방문객이 무척 많아졌다는 것이다.주차장은 많이 넓혀졌는데도 차를 주차할 곳이 없다.

길은 그대로 인데---.오솔길은 신작로가 되였고 가파른 산 경사진곳에 설치된 목재 데크길은 이제 폭이 좁게만 느껴진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교행시 부딪칠 우려가 있을정도니 말이다.

입구초입 소나무 숲 사이로 출렁다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개수 공사중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건너 다니다 보니 그 굵은 밧줄도 이겨내질 못했나 보다.머지않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위해 열심히 공사중이였다.

가을의 자연은 어느계절보다 아름답다,푸르르던 이파리들이 노랗게,때론 붉게,그리고 갈색으로 변화되여 찬란한 색갈을 구성하고 산을 물들인다.그 빛이 맑은 괴산호에 비추어지며 물속에 또 다른 단풍의 세계가 펼쳐진다.맑고 푸른 괴산댐 호수물,여유롭게 선착장을 오가는 유람선.

배속의 사람들은 절경의 산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그들의 모델이 되여주고 그들은 우리의 모델이 되여준다.

옛날 호랑이가 머물렀다는 굴앞에 놓여진 호랑이 모형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중이였다. 자연에 오랜동안 노출되여 빛이바래 새로운 색채를 열심히 입히고 있었다.일하는사람들은 화가일까? 전문가 일까? 시공하시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게 보였다.

산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는 얼음골을 지나 물레방아가 설치된 장소까지 왔다. 이 가뭄에도 물은 쉼없이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었지만 축으로 연결된 디딜방아는 할 일(?)이 없었는지 걸쳐진채 쉬고 있다,

단풍의 아름다운 모습, 이미 떨어져 낙엽으로 남겨진 모습.

그 사이엔 시간의 흐름이 있었겠지만 단풍은 미적감각을 자랑하고 낙엽은 이제 쓰레기로 전락되여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밟히는 신세가 되여 버렸다.

친구들과 지난 인생얘기를 나누며 정답게 걷다보니 벌써 산막이 마을끝에 도착했다. 다시 돌아가는 선착장엔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바람시원하고 자연모습 아름다운 산길을 따라 되돌아감도 좋으련만 저렇게 줄을 서서 기다릴까? 배삯도 편도에 5,000원이라는데---.

산막이 마을엔 예쁜 펜션도 많이 생겼고 카페도,음식점도 생겨났다. 길 모퉁이에서 착하게(?) 생기신 농부 부부가 농기계에 직접 과수원에서 조금전 수확했다는 사과를 싣고 오셔서 팔고 계셨다, 시식용으로 연신 사과를 깍아 지나는 사람들에게 권하신다.

정말 맛이 꿀맛이다, 물기도 많고 시원하다.과육도 풍부하고 당도도 높다. 깊은산, 맑은 물가에서 이슬을 먹고자란 사과는 역시달랐다.

물가옆 느티나무가 자라는곳, 그곳 매점에 사람들이 많다. 막걸리, 빈대떡,도토리묵, 커피, 라면, 오뎅,아이스크림까지----. 전선용 목재보빈을 탁자삼아 물위를 스쳐온 바람을 맞으며 맛 보는 괴산 막걸리 맛.일품이다. 입가를 지나 목에 넘어갈때 싸~~하게 느껴오는 상쾌함이란---. 경험하지않은 사람은 말 할 자격이 없다.

빈대떡의 구수함도 식욕을 돋아준다.모두가 가족이라는 종업원들의 분주함이 보기좋다.

괴산댐 호수,잔잔한 물결위에 유람선이 지나자 물결이 번진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조용한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로움을 느끼는 호사.가을날의 빛이 반짝 반짝 호수위에 보석처럼 빛난다. 이곳이 산막이길로 유명세를 치루지 않았다면 그저 시골의 한적한 농촌 모습으로만 남겨졌을 텐데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호수옆 산자락따라 데크로 만들어진 왕복 8.8Km의 숲속 길. 산행도 좋지만 가볍게 걷기에 아주 적당한 거리아닐까? 산행이 목적인 사람들에겐 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등산코스도 마련되여 있어좋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호수의 풍경도 일품이고 맞은편 모습이 마치 한반도 지형을 닮아 시진 촬영장소로도 으뜸이란다. 오늘은 걷기로 만족해야 했지만 다시 오는날 배낭메고 산에도 오르리라.

가을 햇살이 점점 서산을 향해 갈때쯤 우리는 다시 정겨운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기위해 청주로 발걸음을 되돌려 간다.

저무는 가을을 오늘 나는 마음껏 부지런히 마셨다.낙엽이 길 위에 바람타고 딩굴고 있다, 마치 갈색나비들이 날개짓하는 모습처럼 오르내리며 구르기를 반복한다, 이 가을이 가면 저 길 위엔 낙엽대신 하얀 눈보라가 춤을 추고 있겠지. [끝]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트윗하기

최한용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