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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 난 겉멋들은 책들을 경계한다. 잘 못 골라 들면 이 책을 내가 왜 읽고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깊이 없는 친구와의 만남에서 내용 없는 대화만 잔뜩 하고 돌아온 날의 허무감처럼... 그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는 씁쓸함은 정말 싫다.
김미경의 뉴욕의 브루클린이란 낯선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두 번째 삶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가는 이 책의 제목은, 올 해 나이 쉰의 그녀의 인생은 하루로 친다면 오후 2시쯤 되지 않을까 해서 붙인 제목이란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진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일수 있다는 것을 세상엔 영원한 실패자도 영원한 성공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표지도, 220페이지의 다소의 가벼움도, 작가의 유쾌한 문체도 다 맘에 든다. 쉽고 가볍게 얘기하고 있지만 때로 눈물도 핑 돌게 하는 감동과 킥킥거리게 하는 일상의 즐거움도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소제목들이 있는데, ‘나 지금 뉴욕에서 엄마한다’, ‘나 자금 뉴욕에서 논다’, ‘나 뉴욕에서 영어한다.’ 유학도 아니고 사업도 아니고 여행도 아닌 그냥 살러간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당당하다. 그래서 유쾌하다.
남들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그녀는 그녀의 삶에서 오후 2시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아직은 해가 지려면 한참 남은 뭔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긴다. 지금 내 삶은 몇 시 쯤 와있는 것일까? 나보다 일곱 살 많은 그녀도 아직 오후 2시라는데 나도 이글을 쓰고 있는 오후 1시 35분? 이쯤이 되지 않을까???
난 이미 너무 늦었다면서 지레 포기하고 살았던 것은 없었는지 돌아봐야겠다.
아! 바로 서너 개가 떠오른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속삭여주는 이 책 너무 좋다. 이 속삭임은 달콤하지만 결코 악마의 속삭임이 아닌 식어버린 열정을 일깨워 주는 속삭임이다!!!
누구나 한번쯤 모든 것을 다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를 꿈꾼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실현할 수 있는 용기를, 이대로 살고자하는 사람에게는 잠시의 일탈의 대리만족을 준다.
사회의 잣대에 지쳐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하며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휴식이 되어줄 것이다.
금산도서관장 박찬희
금산도서관장 박찬희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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