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골 산자락에 갈참나무와 등나무 덩굴이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갈참나무는 자기 몸을 감고 올라오는 등나무 줄기가 미워 여름이면 잎새를 크게 키워 성장하지 못하도록 태양빛을 차단하려 애쓰고 등나무는 또한 갈참나무가 미워 나무등걸을 세게 목 졸이며 나무 가지마다 등나무 덩굴을 키워 나갔다.
서로의 미움은 극에 달하고 꽁꽁 등나무 덩굴에 목 졸린 갈참나무는 수액을 빨아올릴 수도 없고 덩굴이 나무를 덮어 탄소 동화작용을 하지 못해 끝내 말라죽고 말았다.
기쁨에 찬 등나무 덩굴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죽어버린 갈참나무를 더욱 목조이며 기쁨의 나날을 보냈으나 그것도 잠시 말라버린 갈참나무는 장마철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기쁨도 잠시 등나무 줄기도 계곡으로 갈참나무 등걸과 함께 곤두박질치고 살아나려고 발버둥 쳤으나 울창한 수림에 태양빛은 차단되고 시름시름 빛을 갈구하다가 끝내 말라 죽었다는 동화 같은 얘기.
그래서 갈참나무의 “갈”과 등나무의 “등”자를 합쳐 갈등이라 했다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고, 혹자는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얽히는 것 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 갈등(葛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견해, 주장, 이해 등이 뒤엉킨 복잡한 관계 또는 정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두가지의 욕구가 충돌하는 상태를 갈등이라 정의하고 있다.
갈등.
사람 사는 사회엔 참으로 많은 게 갈등이다.
노사갈등, 고부갈등,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갈등, 종교 갈등, 지역 갈등, 정당 내부 각 계파의 갈등. 영육의 갈등, 심리적 갈등, 선과 악의 갈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갈등 속에서 흘러가는 삶의 수레바퀴는 늘 덜컹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A"항공 조종사 파업의 경우를 한번 보자.
휴가시즌, 성수기 고객을 담보로 벌어진 노사갈등, 억대 연봉을 받는 대한민국에서 선택된 직업군. 물론 피나는 노력과 투자로 얻어낸 어려운 결과이지만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을 상대할 때 정당화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어느 인터넷에 올린 같은 항공사 승무원의 “기장님께 드리는 글”이 이슈화 된 적이 있었다. 급여 수준도 조종사의 1/4밖에 되지 않고 장거리 비행에도 잠시 눈만 붙일 뿐 서서 손님께 서빙해야 하는 중노동인데 비해 편안한 조종석에서 이 착륙을 제외하면 “오토 모드”로 세팅하고 쉴 수도 있고 외국 현지에서 체류 중 골프를 쳤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얘기, 그리고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이해 할 수 없는 일.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골프 칠 시간에 영어 공부나 하라는 등 충격적인 충고도 있었다. 그리고 조종사 파업으로 승무 수당이 줄어들어 파업 기간 중엔 월급도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푸념도 있었다.
물론 즉시 그에 반박하는 파업 조종사의 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승무원의 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였다.
양자의 잘잘못을 거론하고 싶진 않다.
단지 하나, 노사간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 가끔 TV에 비추어지는 붉은 띠 머리에 매고 투쟁, 또는 쟁취라고 새겨진 빨간 조끼입고 만장처럼 펄럭이는 여러 색의 깃발을 흔들어 대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다.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기차 레일 같은 평행선을 긋고 있으니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급기야 파업으로 치닫는 최후를 맡게 된다.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경영자는 현황을 오픈하고 근로자는 그 현황에서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협상하면서 타협점에 이루어야 한다.
우리 현실은 아직 어렵다. 경제 상황이 심각 한 수준이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밀려오는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상품들, 아니 농산물도 이젠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첨단 제품은 일본 등 선진국에 밀린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말았다. 경영자, 근로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여 같이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억대 연봉자인 조종사들의 파업. 과연 그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나는 자세히 모른다. 일간 신문에 게재되였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대한민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상대빈곤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다. 300인 이상 업체에서 실시중인 토요 휴무제도 사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이 아직 많다.
아니 일요일만 이라도 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어렵고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더욱 심화 되는 것 같다.
이제 세상은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애국심에 호소하던 국산품 애용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가 하나, 둘 문을 닫게 된 경우와 똑같다. 대형 할인매장 입점으로 그들은 설 땅을 잃었다.
아니 경쟁력을 잃었다. 아무리 이웃에 사는 아저씨가 하는 슈퍼지만 비싸면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 사줄 수가 없다.
옛말에“아재네 떡도 싸야 사 먹는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사실이다.
국가도 마찬가지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현명하다.
질 좋고 값싼 물건을 따라가고 선호한다.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기업이 존재하고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에너지 값은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어디까지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석유화 시스템에 길들어서 하루아침에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아파트 난방이 그렇고 자동차 문화가 그렇고 취사 시설이 그렇다.
도심뿐만이 아니다. 시골도 대부분 보일러 시설로 바뀌어졌다. 에너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사 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원화 환율도 수출을 목 죄고 있다.
대부분 US $이나, 유로, 엔(円)으로 수출은 결제된다.
에너지 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판가는 환율영향으로 낮아지고 생산성은 제자리다. 성력화(省力化)를 위한 투자는 계속 되어야 한다.
과연 어느 기업이 이런 여건에서 독불장군처럼 생존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무엇을 해서 살아가야 할지 기업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내 제조업설비 투자가 미미하다고 난리다. 국내투자 보다는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노동 현실이 이런 상황에 국내에 투자할 기업주가 있겠는가?
상생(相生)의 정치, 노사화합, 모두가 서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어려운 난국을 풀어가야 할 때다.
갈참나무와 등나무가 서로 미워하고 싸우다 둘 다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교훈에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롭게 살아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조금 손해보고
내가 조금 양보하고
내가 조금 더 고생하고
내가 조금 더 참는
그런 마음으로 서로서로 공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자. 우리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 주어야 한다.
갈등의 현실에서 바라본 나의 조그만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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