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국방관련 시물레이션을 연구하고 개발을 하는 대덕 연구단지의 모 벤처기업인데 필자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 왔다.
교육에 참가할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류 명문대 출신의 석·박사들로 이 방면에 전문가인 60여명의 연구원들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겁이 났던 것이 사실이지만 강의료에 눈이 멀어 덥석 강의 계약을 했던 것이다.
연구원을 대상으로 그것도 석·박사를 상대로 강의를 한다는 것이 내내 긴장을 하게 만들었는데 ‘괜히 포크레인 앞에서 호미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감 때문에 도무지 강의록을 만들 수가 없었다.
계약일로부터 강의하는 날 까지 40여일 이라는 시간을 벌어 놓긴 했는데 하루하루 머릿속에 강의 내용이 맴돌 뿐 정리가 되지 않고 긴장을 했는지 밤엔 불면증까지 찾아와 나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어느 휴일 날!
대전 시내 유명 서점을 뒤지며 프리젠테이션에 관계된 서적을 모으다시피 하여 고시공부하듯 머리를 감싸며 다시 공부를 했다.
엑기스만을 엄선해 강의내용을 정리 한 후 「파워포인트 달인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PPT(파워포인트)를 만들고 또한, 시나리오까지 작성하고는 매일 2~3시간씩 연습에 연습을 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던 생각은 ‘스피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석·박사 앞에서라고 쫄면 되겠나? 최고의 명 강의를 해야지.’ 하는 조바심과 걱정 때문에 준비과정이 더욱 어려웠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더없는 학습효과를 가져다 주웠고 나만의 자신있는 강의 기법을 터득하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강의가 끝이 났을 때 CEO가 내게 다가와 신입사원 세 명에게 ‘우리 회사’란 주제로 10분씩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라고 일러뒀는데 강평과 함께 지적 사항을 말씀해 달라는 부탁이 이어졌다.
내심 요즘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감성과 순발력으로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하겠구나! 하는 기대 속에 그들의 프리젠테이션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테이블 위의 메모장에 그들의 단점을 기록해 놓은 메모를 보게 되면
1) 기자제 활용의 미흡
2) 강약의 조화가 없는 일률적인 톤(목소리)
3) 청중과의 교감 부족 (아이 컨텍츠)
4) 파워포인트를 읽어 내려가는 수준 (핵심 키워드)
5) 파워포인트의 구성에 대한 아쉬움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의 단점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신입사원이고 또한, 처음 해 보는 프리젠테이션이라 미흡 할 수 있다.’라고 강변 할 수 있겠으나 몇 십억을 투자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그들의 논리 정연한 스피치에 의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제품의 판매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안일한 자세로 대응을 했던 세명의 신입 사원에게 호될 정도의 혹평을 쏟아냈다.
회사의 대표이사와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입사원의 프리젠테이션 기회는 자기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고 그런 기회가 두 번 다시는 없을 것인데 그 기회를 그냥 허망하게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만일 충분한 준비와 멋진 스피치로 좌중을 압도할 만큼의 프리젠테이션이었다면 아마도 본인의 입지는 물론이요 사내에서 인정을 받는 직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준비된 사람이 되세요.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났을 때 오는 것입니다.”
요즘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기획단계에서 완성까지 프리젠테이션을 이용하는데 사업 설명회, 제품 설명회, 업무보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지 제고와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말 할 것도 없이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의욕을 촉진 시키고 제품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설득의 수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프리젠테이션 스킬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PPT를 한다고 하면 스피치의 구사 능력보다 화면구성을 먼저 떠올리며 파워포인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의 구매력을 촉진시키는 주된 요소는 프리젠테이너의 화력(話力)과 매너가 70% 그리고 화면 구성 요소가 30%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중 프리젠테이너의 화력(話力)과 관련지어 말의 설득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목소리 38%, 표정 35%, 자세와 제스처 20%, 나머지 7%가 말 그 자체인 것이다.
93%가 말의 내용보다는 바디 랭귀지( Body Language)로 결정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화면의 구성 보다는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했으며, 화제(話題)의 구성이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스피치의 궁극적 목적은 설득(說得)에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 어떤 소재(素材)를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연구 그리고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전 세계 76억의 인구 중 40억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고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보의 공유가 국경을 넘어 하나의 지구촌 시대를 열어 발빠르게 진화를 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그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현장인 직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이대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나아갈 것인가? 변화는 ‘나’부터 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꾸준한 연구와 연습으로 언젠가는 ‘나’를 부각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부디 놓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기 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줘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 랜디 포쉬(Pausch)의 어록 중에 “경험이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벽은 깨라고 있는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물고기가 물을 찾듯 재미(Fun)를 추구하세요. 여러분이 삶을 제대로 이끌어 나간다면 운명(Karma)은 당신을 당신의 꿈으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랜디 포쉬의 강의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감동의 나비효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속삭인다.
“준비된 사람이 되세요.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났을 때 오는 것입니다.”
김진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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