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금산경찰서에서 경찰발전위원회가 열렸다.
회의 중에 조법형 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사회악 근절’ 의지를 금산에서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
4대 악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불량식품을 일컫는다.
조서장은 이 중에서 금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량식품이라고 했다.
나도 조법형 서장에게 ‘과거에는 부정인삼, 혹은 중국 밀수삼과 관련된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금산인삼의 명성과 지역의 경제를 위해 발표를 자제하든지 축소해달라는 지역의 민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지역과 지역 경제를 위하는 길이라는 여론과 민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IMF 구제금융 시기에도 겪어보지 못한 불경기로 지역 경제와 인삼약초 시장이 바닥을 헤매는 시기이다.
거기에 이렇게 연속적으로 부정인삼과 밀수삼으로 여론의 뭇매를 두들겨 맞고 나니 시장 자체가 스스로 일어날 힘이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려워졌다.
임기응변식, 시간이 지나면 또 소비자는 잊어버릴 것이라는 안이한 대응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위험 수위를 넘어 버렸다.
그러니 이왕 매를 맞은 김에 완전히 발본색원해서 다시는 금산인삼의 명성을 더럽히는 작자들이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제 와서 쉬쉬하고 넘어가기에는 금산은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 몸에 진흙을 묻힐 것이라고 미리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금산인삼은 진흙탕에 넘어지면서 몸을 버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 그대로 기왕 진흙 밭에 넘어진 차제에 아예 진흙밭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면 다음에는 더 이상 옷을 버리는 일이 없을 것 아닌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기왕 버린 옷이니 진흙을 조금 더 옷에 묻히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 옷 새로 갈아입고 나서 진흙 밭에 뒹구는 우를 범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조법형 서장의 이름 자체가 법(法)의 형(衡)평을 구현하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 아니냐는 질문도 함께 했다.
조 서장은 이름의 뜻도 그러하다면서 임기 중에 다시는 가짜 만드는 인간들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 수사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
강문규 수사과장에게서 소위 ‘방문판매’라고 부르는 관광버스로 노인들을 모셔다가 등 치는 인간들에 대한 수사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과장에 의하면 이런 업소가 금산에 60여개나 있다고 한다.
이익을 나눠먹는 경로를 듣고 기가 찼다.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차마 신문지상에 공개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제품이라도 좋은 물건이라야 할 것 아닌가. 유효성분이 7%라고 포장지에 적혀 있었지만 실제 검사해 보니 0.1%밖에 들어있지 않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녹용과 함께 넣어 만들었다는 제품에서 녹용이 들어간 양을 보니 녹용 18양으로 4,000봉지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 양이면 -과장 조금 더 보태서- 사슴뿔 씻은 물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수사하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수사에 가용한 인원이 6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 사람들에게 불량식품 단속만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럴 만도 하다고 나도 공감했다.
강과장에 의하면 금산군청에는 단속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27명 있다고 했다. 군청에서 나서서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지도 감독하고 제품을 수거해서 검사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감시가 될 것 같은데 군청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어렵다는 것이다.
이 60여개 업소의 주인들 중에 금산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강과장은 밝혔다.
그렇지만 제품에 「금산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인식되어 금산이라는 이름을 써먹어야 하기 때문에 죽자사자 금산의 외진 구석에 공장 짓고 물건 만들어 팔아먹는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차단하는데 허가권을 가진 금산군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작에 금산군청이 이런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처럼 개나 소나 불량식품 만든다고 금산에서 설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나도 금산군청이 이런 작자들을 단속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한계가 있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인정한다.
본시 ‘건강식품’이란 것이 의약품과 달리 성분 함량을 표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일정 시설을 갖추고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들어주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업소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지도 감독한다는 것도 말같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게다가 어느 원료를 어떻게 넣는지 까지 감독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걸리면 감옥 가면 된다. 이미 전과도 있다. 그리고 겪어 보니 법도 우리에게 중형을 내릴 수는 없더라.’는 심뽀로 일 벌리는 인간들을 사전에 단속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사건으로 금산인삼은 크게 멍이 들었다.
지금은 비상계엄을 발동해야 하는 위기상황이다.
‘법적 운운’ 하고 뒷짐만 지는 배부른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도 멋모르고 몇 번 사용하기는 했지만 ‘부정인삼’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오고, 또 누가 만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몇 분 뜻 있는 사람들이 ‘부정인삼’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삼제품이라고 표기해놓고 인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면 부정인삼 맞다.
그렇지만 식품위생법 상에 건강식품은 그 제품에 들어간 원료의 종류만 표기하면 된다.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 하는 함량은 써 놓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홍삼 씻은 물로 제품을 만들어 놓아도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적인 허점이 있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사기꾼같이 7%라고 표기해 놓고 0.1% 들어 있었다면 사기죄가 성립된다.
따라서 부정하다는 의미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나는 모르겠고, 인삼 전체에 대해 부정한 이미지만 확산시키는 용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뜻있는 여러 사람이 모여 금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 사기꾼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열린 귀로 주어들은 얘기 -
술자리에서 관광버스 영업에 대한 얘기를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주제는 물론 이런 인간들이 노인들을 등쳐먹는 ‘지옥 갈 놈들’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인간들이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는 얘기를 접하기는 힘들다.
공장을 운영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을’에 해당하고 ‘어떤 제품을 얼마의 가격에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유통업자들이 ‘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 다리 건너 들은 얘기로는 이 인간들이 만들어달라는 가격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없더라고 했다.
그러니 자연히 원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싸구려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 유통업자들도 나름대로 분업화가 되어 있어서 버스기사 떼 주고 호객꾼 몫 챙겨가고 이것 저것 비용 쓰면 자기들도 별로 남지 않는다고 엄살을 떤다고 한다.
남지 않을 리야 없겠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에 젖은 작자들이나 이런 사업(이런 짓도 사업이라고 해야 하나)에 뛰어 들테니 한 번에 왕창 ‘한탕’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뜻이겠다.
어쨌든 공장 차려 놓고 이런 인간들 물건 만들어준 사람들 중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물건 값 떼이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태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들었다.
과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진실에서 그리 크게 빗겨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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