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이 위험하다?( XIII )

-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배운다 -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충청도 홀대론이 있었다.

그래도 청와대의 요직에 충청도 출신이 몇 명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에 이런 소문이 많이 들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 충청도 출신 중 한 사람이었던 윤창중 대변인이 박근혜대통령 방미 중에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로 망가졌다.

모르긴 몰라도 더 망가질 것 같은데, 남의 일이고 먼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니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

같은 충청도 사람이고, 바로 옆 동네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윤 전 대변인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윤 전 대변인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주려고 노력을 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대통령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밤을 거의 꼴딱 새 가며(신문 보도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연설문 다듬고 준비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에 여자 끼고 술 먹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새벽까지 마셨다고 하니 대통령 순방을 ‘패키지 해외여행’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마저 든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인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말이다.

희망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중앙일보 기자를 하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 원고 쓰는 자리로 픽업되어 청와대에서 몇 년 생활했는데, 이 기간 동안 건강을 많이 해쳤다고 했다.

대통령의 원고를 쓰려면 그 분의 생활과 철학을 모두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라서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야만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근무 시절에는 거의 사생활이 없었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몸을 너무 혹사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들었다.

‘글’로 대통령의 생각을 전하는 사람이 이 정도 고생했다면 ‘말’로 대통령의 철학과 국정운영을 국민과 기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대변인은 더 힘들어야 마땅한 자리라야 한다.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하는 것보다 대변인이 TV에 나와 설명하는 시간이 훨씬 많지 않은가. 직접 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여행 중에 혼자 나와 「백번 양보해서 성희롱과 관련된 문제는 본인의 해명을 인정한다 치더라도」술을 먹었다는 것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황당한 행동이 틀림없다.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이런 비난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한 경고이다. 사람은 한 번 입 밖으로 뱉어 놓은 말을 다시 담기 힘들다.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사람인지라 누구나 말로 인해 이득도 보지만 손해 볼 때가 더 많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글은 더욱 그렇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발표된 글은 더더욱 그렇다. 한 번 나간 글은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글을 많이 쓰고 많이 발표할수록 그 글이 나에게는 족쇄가 되어 나의 행동을 제한할 것이고 한 번 비난한 글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 틀림없다.

윤 전 대변인도 논설위원 출신이다.

신랄하고 비판적인 논설로 유명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글을 보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지고 나니 과거에 논설에 썼던 글들이 다시 살아나와 과거의 주인인 윤 전 대변인의 목을 죄고 있다.

그러니 조심에 조심을 더하라는 나 스스로에 대한 경고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 번 보도된 금산인삼의 신뢰도 추락은 다시 주어 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인터넷에 금산과 부정인삼을 검색하면 만년 후에도 지금 금산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과거와 같이 한 번 이런 사건 터지면 몇 달간 시장이 조용하다가 사람들이 잊어버리면 다시 활기를 되찾던 몇 년 전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명하고 그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 금산의 인삼이 그런 어려움에 처했다.

다른 예를 한 번 더 들어보자.

- 한번 망가진 명성은 회복이 어렵다 -

최근에 인도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에 대한 기사가 연달아 몇 번 매스컴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어린 아이가 성폭행 당하고, 여대생은 성폭행 당한 뒤 사망하기도 하면서 인도는 성폭행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 동안 ‘종교의 나라’, ‘성자의 나라’, ‘평화의 나라’로 인식되던 인도의 추락은 마치 가짜 사건으로 연달아 매를 맞은 인삼의 메카 금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최근에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인도를 찾는 외국인이 급감했다고 한다.

올해 1분기 3개월 동안 인도를 찾은 해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여성 방문객은 35%나 줄었다. 금산 인삼시장이 해성해성한 것과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언론보도를 보면 인도는 정말 성폭력의 나라가 확실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통계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해준다.

UN을 비롯한 여러 통계를 보면 인도의 성폭행 비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인구 대비 비율로 볼 때 우리에게 낯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는 물론이고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 스웨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인구가 많다 보니 건수 면에서 보면 2만2천 건으로 8만4천 건의 미국 다음이기는 하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1만8천 건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0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인구 대비로 볼 때 오히려 우리나라가 성폭력의 천국이라고 비난받아야 한다.

10만명 당 비율로 보면 1.8건으로 스웨덴·한국·미국·영국 보다 훨씬 적다. 인도로서는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산이 바로 그 짝 났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수십 개 지자체에서 취급하는 인삼 중에 금산에서만 유독 가짜삼, 중국삼이 횡행할 리는 없을 것 아닌가. 그렇지만 금산인삼 브랜드를 이용하려는 사기꾼이 횡행하다 보니 가짜 인삼 사건이 터졌다 하면 금산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런 문제로 매스컴에 나온 일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일부 인삼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매스컴 관리를 잘 해서 신문에만 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의 특성 상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어찌 됐든 이렇게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이렇게 수도 없이 터지는 과정에 지역의 상권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든가 다른 방법이 없다든가 하는 팔자 좋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김복만 금산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금산군 의원들이 복수의 우라늄 광산 문제로 삭발 투쟁할 때 인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작 그 인삼이 죽어가고 있는데 긴 머리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군수가 움직이지 않아서인가?

지금 삭발할 사람이 있다면 금산군수라야 한다.

부정인삼 뿌리 뽑겠다고 결의했다는 9개 인삼 관련 단체의 단체장들이라야 한다.

그리고 과거부터 부정인삼, 중국 밀수삼 취급해서 돈 벌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물론 삭발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걸리면 다 죽는다’는 독한 마음 보여주지 않으면 금산에서 터지는 가짜삼 소동이 가라앉을 리가 없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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