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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길상사(吉祥寺) 에서의 하루

이번엔 서울 성북동에 자리한 길상사를 찾아간다.

한번 방문했던 곳이지만 충북 청원 문의면 대청댐 자락에서 사진미술관 겸 차(茶)문화 공간을 열고 계시는 지인(월강 :권영오) 께서 직접 촬영하신 사진에 법정스님의 고귀한 글귀를 넣고 출력하신 150여편의 서화전시회를 열고 계셔서 보기위함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길상사와 인접한 곳에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2013년 봄철 정기전시회가 ‘표암과 조선남종화파’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 줍고, 한번 방문으로 두 목적을 이룰 수 있으니 이게 진정한 일석이조아닐까?

지금 대전에서 길상사 찾아가는 길은 편하다.

KTX를 이용하면 한시간도 못되어 서울역에 도착한다.

서울역 도착후 지하철 4호선을 타고 15분 정도면 한성대 입구역에 내린다.

6번 출구에서 길상사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지만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걸어가도 20여분이면 길상사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길상사 찾아 걷는 길, 성북동은 예부터 완사명월형(豌沙明月形)의 명당자리로 명성이 자자했다.

부촌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부유층 사람들의 0.1%가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담장은 높고 마치 가려진 모습이 요새같다. 마치 성곽같다는 기분이 든다. 대문은 무겁게 느껴지는 육중한 철문이다. 우리 힘으론 열지도 못하겠다. 요소요소에 CCTV 등 보안설비가 겹겹히 감시하고 있다. 높은 담장 밖으로 손을 내민 초록은 그늘길을 만든다.

저택주변에 외국공관도 많이보인다. 그렇게 높은 담벼락 보며 오르다 보니 삼각산길상사 일주문이다. 길상사는 천년고찰도, 문화유산이 깃든 절도 아니다. 이제 겨우 16년된 절이다.

군사정권시절, 실세들이 들락거렸던 고급요정 대원각(大元閣)의 소유주 김영한이 법정의 무소유에 이끌려 대지 7,000평, 당시 싯가 1,000억대 규모의 재산을 조건없이 헌납해 법정스님이 가꾼 지금의 길상사가 되었단다.

유래를 읽다보면 준공식에서 김영한이 지금의 범종각인 팔각정(요정시절 아가씨들이 옷을 갈아입던곳) 에서 맑고 장엄한 범종소리가 울려퍼지기를 간절히 바랬다는 이야기가 내 가슴을 울려주기도 했다.

지금은 당시 소유주 김영한의 공덕비만이 길상사 한곳에 남겨져 있을 뿐이다.

삼각산 길상사(三角山 吉祥寺) 길상사 일주문에는 사천왕상이 없다.

초파일이 지났건만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고찰인 서울의 조계종 본사인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정도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단다.
법정스님의 위업을 느낄 수 있었다.

무소유를 강조하시면서 일체의 직위를 가지시지 않으셨던 법정스님 한분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 인줄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초파일에 걸린 연등이 사찰을 빼곡히 메웠다.

오색연등은 산사람들의 소원성취와 자비를, 하얀연등은 망자(亡者)의 극락왕생을 기원함이란다.
짙푸른 녹음,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봄꽃이 연등과 어울려 절집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서화전이 열리고 있는 설법전에 오른다.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글 서화전’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동천과 월강, 두 작가님이 각기 참여하셔서 5월15일(수)부터 5월20일(월)까지 열리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이 마지막 날인데도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었다.

초파일날에는 발디딜틈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단다.

전시작품중 판매된 금액은 모두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 100%기부되어 좋은 일에 쓰여진단다.

봉사로 전념하신 월강선생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설법전을 가득채운 작품들, 그리고 향기로운 법정스님의 주옥같은 글들, 그 글에 맞추어 선별하신 멋진야생화, 풍경, 꽃, 나무 등 사진작품들, 방문객들의 질문에 응하시기 바쁜 작가님, 그리고 그 작품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아가시는 방문객들 모두가 바쁘지만 즐거운 표정들이다.

설법전은 일종의 강당이라 볼수 있겠다.

금동석가불좌상이 제일 앞쪽에 봉안되고 중생의 시주로 하나씩 올린 수백개의 조그만 옥불(玉佛)이 석가불을 동그랗게 에워싸 대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옥돌은 모두 인도에서 가지고 온것이란다.

서화전 전시물을 모두 감상하고 길상사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돌아본다.

정말 도심속 산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새소리 맑게들려오고 계곡엔 적은 수량이지만 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게 귀전을 간지른다.

길상사의 불전(佛殿)은 지장전을 제외하고는 기존건물을 개조·개축한 것이란다.

절 맨 위쪽에 법정스님 3주기를 맞아 금년 3월7일 김호석화백이 그린 법정스님의 진영을 봉안한 진영각(眞影閣)에 들렸다.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과 저서가 전시되어있는 곳이다.

법정스님이 돌아 가시기 전까지 쓰시던 유품으로 밀집모자, 소니 라디오, 면도기, 붓,먹, 벼루, 시계, 옷, 원고지, 종이 그리고 그 동안 출판하신 저서가 그대로 남겨져있어 마치 법정스님을 뵈온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시된 책을 헤아려 보니 아직 내가 읽지못한 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

법정스님의 책은 모두 읽었다고 스스로 자부했었는데, 절판이 되어 구할 수는 있을런지 궁금증이 든다.

봄꽃과 초록이 잘 어울어진 길상사, 느티나무 두그루의 의연함과 기상, 오색연등의 아름다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법정스님의 법문, 바람에 우는 풍경소리, 조용조용 명상하듯 걷는 방문객들 법정스님을 기리는 방문객들의 한결같은 마음, 법정스님 한분의 영향력이 이토록 클 줄은 정말 몰랐다.

언제 다시 단풍이 아름다울때 한번 더 방문하리라,그렇게 길상사에서의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최한용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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