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이 위험하다?( XVⅠ )

그런데 금산에서 금산인삼을 만들어 파는 업체에서 렉서스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금산과 금산인삼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회사 오너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하면서 연륜도 쌓인 좋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 한 번 터질 때마다 흔들리는 상황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단골 고객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수출도 많이 하는 회사는 더욱 그렇다.

회사 사주는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정신으로 수십 년 간 열심히 일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금산에서도 유명한 인삼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수많은 사기꾼에게 사기도 당해 보고 물건 값도 떼어 보고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회사를 일구었다.

그렇지만 나만 잘 하면 뭐 하나. 한 건 터지면 금산이라는 이름 들어간 제품 전체가 욕을 먹고 소비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데…

간신히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돌아서면 또 다른 건이 터지면서 다시 주저앉아버리는 일을 여러 번 당해본 사업가라면 당연히 금산 브랜드를 버리겠다는 생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고육지책으로 이해가 된다.
이러니 이런 상황에서 이 업체들에게 그런 전략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기껏 좋은 제품 만들어 판매처 확보해 놓으면 뭘 하나. 가짜 사건 한 번만 터지면 반품이 물밀 듯이 들어와 버리는 것을…

이처럼 몇 번 당한 업체들이 살기 위해, 그리고 더 발전하기 위해 채택하는 영업 전략을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어찌 할 수가 없다. ‘금산’과 ‘인삼’이 떨어진다는 것을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큰 회사에서- 인삼이 금산을 떠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나의 불안하고 방정맞은 예감이 기우(杞憂)였으면 나도 참 좋겠다.

홍삼점유율은 하락중

금산인삼을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우선 나쁜 소식 먼저 하나 전하려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난 해 생산된 건강기능식 식품(이후 건기식)의 생산실적을 발표했다.

그동안 두자리 수 이상으로 성장하던 건기식의 성장률이 지난 해에는 3% 성장에 그쳤다고 한다. 1년 전 성장률이 30%에 달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담할 지경이다. 경기가 나빠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에게 더욱 서운한 소식은 그동안 영원할 줄 알았던 홍삼제품의 비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홍삼제품은 6484억원 어치가 생산돼 1조 4천억원 정도의 건기식 생산량 중 가장 높은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아직도 건기식의 왕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전년도에 53%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7%p 하락했다.
1년에 7%라면 결코 작은 비율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겨우 3% 성장한 건기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면 판매량도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가장 타격을 받은 업체는 정관장일테니 금산인삼이 받는 타격이 심각하다고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관장은 홍삼제품의 80%를 차지하는 거인(巨人)이다. 설사 큰 타격을 받았다 치더라도 버틸 여력이 있다.

그동안 비축해 놓은 체력도 있고 매니아로 분류되는 소비자층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네임도 절대강자라서 해외 시장에서도 여전히 신뢰를 잃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관장 이외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이다. 이런 회사들은 매출이 줄면 줄수록 타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체력을 비축해놓은 회사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 중 많은 비율이 금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홍삼제품의 비중이 전체 건기식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건강식품의 운명 (1)

건강식품은 그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 보통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한때 ‘남자에게 참 좋은데…’ 라는 무식하지만 용감한 광고로 ‘떴던’ 건강식품이 있었다.
엄청난 광고를 퍼부었고 그만큼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때의 일장춘몽이었다는 얘기가 뒤 이어 들리고 있다.

천0’라는 이름의 그 식품회사는 벌어들인 돈으로 대단한 시설투자를 다시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공장 가동이 시원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의 영화를 잊지 못해 그 식품회사 사장님이 또 다시 TV 광고에 나와 응큼한 미소를 흘리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건강식품을 개발해서 다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소비의 주체는 여성이다. 과거 남편이 월급봉투 갖고 집에 들어오던 시절에는 가장이 경제권을 쥐고 있었었다.
그렇지만 옛날과 같이 남편이 건강해야 돈을 잘 벌어올 수 있고 가족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의 가족관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 되었다.

지금은 통장 온라인으로 월급이 이체되고 그 도장과 통장은 마나님이 갖고 있다.
어느 집에나 통용되는 현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대세는 집집마다 돈 쓰는 주체가 남편이 아닌 부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인은 자신의 아들 딸에게는 엄마가 된다.
당연히 가장 먼저 지갑을 여는 대상은 자식들을 위한 목적을 위해서이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두 번째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남편을 위한 물건은 가장 마지막 선택이라는 것이 백화점 업계의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홍삼제품도 판매가 주춤하자 ‘00 장군’ 식의 이름을 사용해서 청소년과 성장기 아동을 상대로 한 제품을 만들어 재미를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키가 더 빨리, 그리고 크게 자란다는 광고에 현혹된 주부들이 자식을 위해 건강식품을 샀다.

건강과 관련된 제품은 아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주부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사먹는 소비층이 발전해 왔다.

그런데 건기식 시장 전체가 주춤하고 홍삼제품 시장이 축소되었다는 것은 주부들이 남편 건강만 챙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스스로의 건강마저 후순위로 밀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천0식품은 남편들에게 아내의 건강을 챙기는 건기식을 사서 선물하라는 이미지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작한 모양이다.

소비의 주체를 혼동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앞장선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천0 식품의 사장이 다시 광고시장에 나와 여성을 위한 제품을 광고하면서 남편들에게 구매를 촉구하는 건기식 판매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작금의 분위기로 볼 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들어 그 광고 횟수가 줄어든 것을 보면 성과가 바란 것 만큼 있지는 않은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하고 방정맞은 짐작이 든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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