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식품의 운명(2) -
한때 비타민 C가 최고의 건강식품이던 때가 있었다.
00은단이라는 회사는 은단 만드는 것을 포기하다시피하고 기계를 잔뜩 사서 비타민C만 찍어댔다고 한다.
비타민C 르네상스였다. 삼남제약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비타민C를 만들었다.
삼남제약뿐만 아니라 160여개 되는 제약회사(건기식 만들면서 이름만 제약이라고 붙이는 회사 말고 c-GMP 시설을 제대로 갖춘 진짜 제약회사를 말한다)들 중에 비타민 C 만들지 않은 회사가 없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 열기가 가라앉으니 비타민 C 찾는 사람 보기가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비타민C의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진 것이다.
비타민 C 전도사로 알려진 서울대학의 이왕재교수가 금산경찰서를 방문해서 경찰관들에게 비타민 C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교수는 금산뿐만 아니라 비타민 C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청중이 있다면 어디라도 찾아가 비타민 C의 중요성과 효능을 강조한다. ‘전도사’라는 이름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금산경찰서에서도 많은 경찰관들이 그 강연에 느낀 바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그 자리에서 이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나도 알지 못하던 얘기를 몇 가지 들었을 정도로 강연은 진지하고 재미있고 유용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교수의 강연 직후 한 때 금산의 모든 약국에서 비타민 C가 품절되기도 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약품으로 만들어내던 비타민C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약품 원료는 가격이 더 비싸서 만들어 파는 대로 손해를 보는 구조로 바뀌어 버렸다. 삼남제약도 생산을 포기했다.
그래서 지금 유통되는 거의 모든 비타민 C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 건강식품’이다. 의약품과 건강식품은 제품 원가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원료의 순도 차이는 정말 미세할 정도이지만 가격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타민 C의 열기 자체가 식었다. 건기식의 유행성과 무관하지 않다. 한 때 홍삼 만큼이나 명성을 떨치던 비타민 C가 순식간에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 비타민 C도 이럴 진대... -
비타민 C 가 선풍을 일으키자 ‘홍삼과 가장 센 경쟁상대가 비타민 C가 될 것’이라고 많은 의사들과 영양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비타민 C만은 다른 건강식품과 같은 짧은 라이프 사이클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 이유는 비타민 C만큼 건강과 관련된 많은 연구 논문을 갖고 있는 건강기능성 식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타민 C의 역사도 건강식품치고는 상당히 오래 되었고, 그만큼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제품이다.
그렇다면 비타민 C는 어떤 건강식품이기에 다른 종류와는 차별화된 대접을 받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인삼과 홍삼의 효과 중에서도 ‘항산화 효과’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니 조금 장황한 얘기가 되겠지만 금산 사람이라면 항산화제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항산화제의 역사 -
조금 거창한 얘기이지만 지구가 만들어지던 46억년 전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상황은 불교나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지옥’, 혹은 ‘연옥(煉獄)’과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지표면은 엄청나게 뜨겁고 태풍과 같은 거센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휩쓸고 다니는데다가 지진은 무시로 일어나고 화산폭발은 매일 수백 개씩 터지기 때문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늘상 보는 현상이었다.
공기는 유황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연기 또한 자욱한 그런 모습이었다.
생명체가 태어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39억년 전에 비로소 땅이 식어서 굳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5천만 년 후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태어난다.
여기에서 5천만년이라는 긴 세월에 ‘불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이 이처럼 발달한 지금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는 없다.
이미 만들어진 생명체를 이리저리 변화시키는 재주는 있지만 말이다.
생명체를 만들려면 DNA가 있어야 하는데, 아미노산이 수백 개 이상 모여 단백질을 형성하고 그 단백질이 수만개 이상 합쳐져야 DNA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어렵게 맞추어져서 만들어지는 것도 겨우 가장 원시적인 간단한 생명체일 뿐이다.
게다가 그 합쳐진 방식도 아무렇게나 붙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생명체를 구성하는 방식과 같은 원하는 배열이라야 한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생명체가 태어난 것이다.
이런 불가능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래서 우리가 이 땅에서 살게 되었기에 지금도 생명체 외계유입설을 비롯한 외계인이 지구를 발전시켰다는 믿지 못할 얘기와 같은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설(썰?)’들이 사라지지 않고 돌아다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 단 한 번 가능했던 생명현상에 대탄생(Big birth)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생명현상은 오직 단 한 번 있었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조상을 갖고 있다.
그것이 흑인과 백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자도 쥐새끼도, 심지어 박테리아와 곰팡이까지도 38억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조상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최초의 생명체가 태어나고 20억년 정도는 박테리아 정도 수준의 생명체만 존재할 수 있었다.
워낙 지구의 환경이 척박했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 중에서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은 사이아노 박테리아(남조류라고 번역한다) 종류였다.
이 남조류가 번성했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혁명’이었다.
당시의 지구에는 산소가 지금의 화성 만큼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산소를 에너지로 하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유황을 에너지원으로 살고 있었다.
이 남조류는 전 세계 바닷속에서 번성하면서 최초로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섭취해서 산소를 부산물로 배출한 것이다.
세월이 10억 년 흐르자 지구상에는 산소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금 산소의 공기 중 비율이 21%라고 얘기하는데 한 때 30%를 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기본적으로 산소는 다른 물질을 만나면 반응해서 함께 살고 싶어 한다.
단독의 존재로는 조금 불안정하다.
대부분의 산소는 수소와 결합해서 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산소와 수소는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이 둘이 만나면 함께 잘 산다.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혼자 살면 어떤 물질이라도 만나서 그 물질과 반응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주 못된 성질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의 물질에게는 방해꾼, 훼방꾼, 혹은 집안을 망치는 침입자의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산소가 넘쳐나기 시작하자 그동안 존재했던 유황을 먹고 살던 생명체들은 거의 멸종을 당한다.
산소의 반응하기 좋아하는 성질이 이들에게는 ‘독(毒)’이 된 것이다.
그리고 유황 먹고 살던 생명체가 멸종하고 난 뒤에 새로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은 생명체가 태어나기 시작했고 이 생명체 중에 인류의 조상도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호택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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