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그림책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야기라도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책의 느낌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책과 단순하지만 많은 상징을 담은 책, 그림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책까지. 오늘은 단순하면서 여백과 절제의 미로 가득한 신비한 느낌의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작고 추운 마을에서 주인공 애너벨은 털실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발견하고, 그 털실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남는다. 춥고 칙칙했던 마을은 알록달록 하고 따뜻한 옷을 입은 마을로 변하게 된다.
신기한 털실을 가진 이야기를 듣고 어느 귀족이 찾아와 돈을 많이 줄테니 상자를 팔라고 하지만 애너벨은 팔지 않는다.
결국 귀족은 그 상자를 훔치게 되지만 열어보니 텅텅 빈 상자일 뿐이다. 귀족은 저주를 내리며 상자를 던지게 되고 상자는 강을 타고 다시 애너벨에게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정제되어 있지만 상자의 털실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상징, 그리고 그것을 외면한 채 담겨있는 상자만을 하는 귀족의 모습은 오늘날 사람들의 욕심을 떠올리게 한다.
한 아이의 온 마을을 따뜻하게 바꾸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평범한 일상에서 혹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조급해 하면서만 살고 있는게 아닌가 느껴졌다.
깨끗한 책 표지처럼 그림책의 배경도 단정하며 깔끔하다. 흑과 백으로만 묘사된 마을에서 털실이 주는 따뜻한 색감은 비록 짧은 이야기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이것이 그림책이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금산도서관 자료실담당 금종미
금산신문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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