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II)

김중원군이 지난 주에 발표된 내 글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뜻을 전해 왔기에 김군의 지난 몇 년 간의 서울 생활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은 자제해야 하겠다.

단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고뇌와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엄청난 노력으로 그 고비를 넘겼다는 입지전적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중원군의 얘기에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단초 한 마디는 소개해야 하겠다.

김군의 이야기이다.

“1등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계층 간 이동이 쉬운 ‘공부’라는 것이 장려되는 것이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 말고 다른 것이 시도되지도 않는 교육은 금산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대건고를 다니던 저는 금산고에 다시 오지 않았다면 예술대를 가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본 다음에 내가 뭘 할지 고민해보자” 였다면, 어쨌든 금산고에서 느낀 여유라는 것이 저에 대한 내면과 미래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거든요.”
“어쨌든 저도 금산에서 예술 계열을 꿈 꿀 수 있는 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 연극부의 활성화라든지, 밴드부라든지......
그러려면 작은 공연 몇 개 올릴 수 있게끔 극장을 대여한다든지, 아니면 연극제 같은 학생 본인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합니다.

보통 저희 학교 방송영상과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 방송반을 하며 꿈을 키운 애들이 많고 연극과, 연기과, 극작과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연극반을 하며 꿈을 키운 애들이 많거든요. 문예창작과라면 금산 백일장이 좀 더 홍보가 되면 좋을 것 같구요.

아니면 연극, 시나리오 공모전 같은 게 있어도 좋겠네요. 거기서 뽑힌 걸 금산의 방송반에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연극반에서 공연을 하고 이런 식으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언가 다른 길을 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주위의 환경과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무대를 넘어 뮤지컬 분야에까지 도전해서 공연비 5천만원을 지원 받는 커다란 공모전에 당선된 경력을 김중원군은 갖고 있다. 이렇게 전문 작가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김중원군의 앞날이 훤히 열리고 임희재 선생 이후 맥이 끊어진 대한민국 최고의 극작가로 성장하기를 금산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원한다.

◈ 미래의 직업

미국의 한 변호사가 맡은 소송에서 130만점의 전자문서를 훑어봐야하는 일이 생겼다. ‘이 많은 자료를 언제 본단 말인가...’ 한탄하는 변호사에게 조수가 컴퓨터로 정보를 추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자 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중요도 순서대로 모든 전자 자료들을 분류해 냈다. 그리고 전체 자료의 2.3%를 점검했을 때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냈다.

아날로그 세대인 이 변호사가 디지털 세계를 들여다본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의 손과 머리에 의존하던 세상이 컴퓨터와 인공지능과 SNS의 세계로 바뀌면서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혁명이다.

터키의 한 야산에서 어느 아낙네가 겨우내 먹고 남은 곡식을 땅에 심은 것이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1만년 전 얘기이다. 인류에게 문명이 생긴 지난 1만년의 변화보다 최근 10년의 변화가 더 크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은 300여 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현대에는 기술변화가 훨씬 빨라지면서 대부분의 일자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리고 이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신노동자나 육체노동자 할 것 없이 ‘반복적인 업무’에 해당되면 컴퓨터나 로봇이 바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 중산층이 맡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까지 컴퓨터에 사람이 판단하는 모든 사항을 일일이 주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대출담당자들이 사라질 확률은 98%, 접수나 안내업무 역시 96%의 확률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초등학교 교사와 의사가 사라질 확률은 0.4%, 법률가 3.5%, 음악가, 가수는 7.4%, 기자나 특파원은 11% 정도로 분석했다.

컴퓨터가 사람에 비해 열등한 분야는 미세한 손재주가 필요한 직업이다. 치과 의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카이로프라틱, 소방수 등의 직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또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로 안무 연출가, 큐레이터, 예술 감독들도 사람이 계속할 분야이고, 정신건강분야 종사자, 간호사, 성직자, 코치나 스카우터와 같이 사회적 통찰력이 필요한 분야도 직업을 유지할 것이다.

지금 초·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어른 되는 2~30년 후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을 보고 내 인생을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20년 후에 훈련되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기란 참으로 힘든 세상이 펼쳐질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인생의 방향을 찾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기준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기성세대들은 우리나라 역사가 그랬듯이 위기 아닌 시기가 없었던 시대를 살아왔다. 지금 젊은이들은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라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했다고들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디지털리스는 같은 종족이 아닐 지도 모른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고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말이다.

<The past is a foreign country(과거는 외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영국 소설에 등장해 속담처럼 쓰이는 말이다. 과거의 경험을 금과옥조로 삼는 어른들에게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살 젊은이를 바라보지 말라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변해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자라기 위해서는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본인’이 서로 의사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삼각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기성교복과 같이 틀에 짜여진 미래설계가 아닌 학생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그런 과정 말이다.

현실로서의 금산 교육에는 부모는 학교에 미루고 선생님은 학생에 미루고 학생은 부모를 원망하는 삼각 소통이 아닌 ‘삼각 불통’이 없다고 얘기하기 힘들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회원 교육장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이끌어주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이끌어주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원석(原石)’들이다. 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학부모’를 지적하고 싶다. 자녀교육에 헌신적인 부모도 많이 있지만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다 보니 자녀에 대한 관심이 ‘용돈 주는 것’으로 그치는 부모도 역시 많이 볼 수 있다.

‘삼각 소통’으로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제2, 제3의 최귀식과 김중원이 끊임없이 나오는 고장, 인재가 득실대는 금산을 꿈꾸어 본다.

김호택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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