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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금산도서관 재직 중에 결혼하고 첫째를 낳고 보령으로 발령받아 둘째를 낳고 5년 4개월을 낯선 도시 보령에서 살았다.
결혼하고 5년 만에 부부싸움을 처음 해본 셈이 되었는데 그 날의 화근이었던 싸움의 원인보다 객지에서 친척과 아는 친구도 없이 달랑 아가들과 살 때여서 서러움이 더욱 컸던 것 같다.
그 입장은 서로가 같아서 이해하려는 마음은 모두 닫은 채 서로에 대한 서러움이 커서 공격의 촉수만 곤두세우고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읽어보니 좋다며 선물 받고 시간을 핑계로 밀쳐뒀던 김 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꺼내들고 읽다보니 난 마음이 가라앉고 즐겁기조차 했는데, 그건 같은 시간 꿈 속 갈등의 지옥에서 헤메고 있을 남편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되었다.
똑같이 함께 마음 아파야할 시간에 혼자 독서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으니 그보다 더한 복수가 어디 있으랴! 다음날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주부인 지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특효가 있는 책이냐면서 당장 읽어 봐야겠다하여 함께 크게 웃은 적이 있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였던 몇 달 동안을 그리고 있는데, 척화파인 김상헌과 주화파인 최명길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며 이외에도 영의정 김류, 병조판서 이성구, 수어사 이시백 등이 함께 갈등을 나누고, 허구적인 인물인 서날쇠, 나루 등이 이야기를 받쳐준다.
적에게 쫓기어 도망 온 피난처에서 싸울 수도 없고 항복할 수도 없었던, 그 안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의 말이 ‘부딪치고 뒤엉키며 솟구쳐 오르다가 가라앉았다.’ 암담한 현실에서 부질없는 암담한 말들만 뱉어내야 하는 이들에게 최명길은 ‘성 안에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한다. 버려야 살 수 있고, 차라리 죽고자 하면 먼저 버려야 했을 시간 속에서 저들의 다툼은 또한 허무하기도 하다. 그래서 성이 열린 뒤 가족과 다시 함께 한 서날쇠가 밭을 다시 일구면서 아이들의 장래를 가만히 그려보는 장면이 더욱 살갑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의 특성상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비롯하여 일제 식민지 시대까지...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병자호란을 가장 굴욕적인 사건으로 기억한다. 김훈의 글은 적막하다. 그 적막함이 읽는 이의 가슴팍을 조여 온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난리의 한복판을 그리면서도 글은 그지없이 차분하다. 글로써 풀어낼 수 없는 것들을 글로써 풀어내는 힘이 차분함과 그 속의 긴장을 엮어낸다.
이런 글들을 읽노라니 웃고 울고 하는 시시콜콜한 일상사가 오히려 평화며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라지만 난 그날 밤 독서로 모든 울근불근 솟아오르던 울화와 갈등의 불꽃이 사그러 들었다.
그 시절에 유명서점의 판매순위를 내는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 책들이 다 양서라고는 마하지 않겠다. 하지만 「공부도둑」의 저자 장회익은 “당연히 책에는 좋은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이 나에게 맞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자기가 현재 알고 있는 수준에 맞추어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술한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경우든 개인의 삶에 사회에 역사에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면 난 당연히 그 책을 양서로 권하고 싶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증가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도서관학계에서는 독서치료에 대한 연구가 점점 증가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도서관에서 최근 진행했던 독서치료사 과정도 그런 사회문제에 맞춰 ′책읽어주기′ 자원봉사자 양성이 목적이었다. 본인도 그렇지만 주변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나는 “행복한 책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작성자
금산도서관 관장 박찬희
금산신문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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