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금산, 2014 우리의 자화상


▲ 이상헌 의원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미움과 연민의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고뇌가 담겨있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올레플라자 금산점 이용 안내’라는 전단지를 보고 현재 금산이 처해 있는 위기감과 금산군 의원으로서 갖는 소명감, 그리고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일련의 일들이 되뇌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구 금산·논산 통합 ▲백제금산인삼농협 출범 ▲약사법 개정 ▲충남도청 내포 신도시 이전과 출장소의 위상 ▲금산군과 대전시의 통합 등 행정구역 변경 갈등 등 우리 금산이 안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논산출신 김범명 후보(49,075표)와 금산출신 유한열 후보(20,653표)가 1, 2위를 해서 김범명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줄곧 유권자 수가 많은 논산 출신의 후보가 당선되고 있는데 다수의 선택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이상할리 없지만 우리지역민의 요구와 현안해결을 타 지역 출신 정치인에게 의탁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한 사람의 정치인 힘으로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므로 금산군민 모두가 하나 되어 개개인의 역량을 한데 모아 군세를 확장하고 인구를 늘려 우리의 대표를 중앙에 보내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지금도 금산발전을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인제 국회의원의 노력을 폄하하는 취지는 아님)

▒ 금산인삼농협과 백제인삼농협의 합병으로 백제금산인삼농협이 출범했다. 이로써 90년간 금산지역의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던 금산인삼농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금산인삼농협의 부실로 인해 백제인삼농협에 흡수된 것이다. 단지 농협의 일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인삼이 가지는 상징성과 인삼의 도시 금산이라는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더군다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경제의 핵인 금융의 역할을 생각할 때 더욱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농협인의 위치를 떠나 금산인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며 금산 인삼산업에서 차지하던 인삼농협의 역할을 어떠한 형태로든 복원시키는 큰 과제가 남게 됐다.

▒ 인삼과 관련한 또 하나의 과제는 인삼관련 약사법 개정문제이다. 그동안 인삼은 농산물로 분류돼 인삼산업법에 의해 관리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보건의약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인삼을 한약재에 포함시켜 약사법을 적용하는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삼이 인삼산업법과 약사법을 동시에 적용받아 이중규제를 받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약사법 시행을 앞두고 금산경제의 70~80%를 인삼에 의존하고 있는 인삼상인과 재배농민들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다. 다행이랄까 인삼산업법에 의해 검사된 인삼류의 유통을 허용한 한시적 기간을 연장하는 일부개정고시안이 고시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고 보건의약단체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약사법 개정에 대한 초기 대응전략의 부재로 인삼산업의 시장이익만 운운하는 맨얼굴을 노출하고 한시적 시간을 벌었을 뿐 국민의 안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기들의 이익을 늘리려는 단체의 전략에 처참히 패배하였다. 지금 약사법 개정에 맞서 민·관·정이 하나되어 합의안 도출에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안전한 약재공급의 명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충족시키려는 보건의약단체의 주장을 무력화시킬 논리가 필요하다. 인삼산업법과 약사법의 이중 규제를 부각하고 금산인삼의 안정성 담보를 위한 그간의 우리의 노력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적인 논리개발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도 이전하였다. 충남도청의 이전을 계기로 금산군청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기관을 서비스기관 측면이 아니라 금산군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금산군민이 대전 지향적이지 않고 금산을 위해, 금산발전을 위해 더욱 희생하고 노력해서 군세가 있었다면 대전세무서 대전지방법원 관할 출장소 개념의 서비스가 아니라 시간적·거리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금산 군민으로서의 심층적 서비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도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도청의 이전에도 소외감과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은 군민이 되려면 잃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 6.4지방선거에서는 금산과 대전 행정구역변경 추진에 엄청난 군력을 소모하였고 찬반 양측의 반목과 알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금산발전과 금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을 누군가는 정치의 논리로 이용한 측면이 없는지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산 군민 전체의 뜻을 아우르지 않고 성급하게 걸러지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정치·경제논리로 찬반에 접근한 것은 아닌지, 또 우리 스스로도 그러한 논리에 성급하게 대응한 것은 아닌지를... 금산 군민 스스로 금산군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바로세울 수 있도록 굳은 의지를 가지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단상의 계기가 된 올레 이용안내문의 요지는 올레 서비스 금산점을 축소하고 대전으로 통폐합시키는 것이다. 비용과 편익을 따져 영업소의 통·폐합을 결정하는 기업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통신 분야에서 이러한 사소한 잃어버림 속에서 불편을 겪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씁쓸함이 묻어난다.

금산신문 gsm71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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