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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도서관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봤다. 매주 토요일은 어린이를 위한 영화상영이 있지만, 어머니 독서회의 요청으로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명화들을 상영하기도 한다. 그 중의 한편이 2009년도 작품, 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였다.
영화 속의 개츠비는 매우 멋있었다. 그의 성공의 결정체이길 바랐던 여인 데이지의 속물적인 변심이 개츠비의 죽음을 너무 허망하고 쓸쓸하게 만들었지만. 영화 속의 단단한 배우들의 구성과 화려한 의상들의 볼거리, 그리고 빨리 전개되는 이야기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좋았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 토론도 풍성했다. 그 토론의 아쉬움과 영화의 잔상이 남아있어 다시 한 번 책(김석희 옮김, 열림원 출판)을 읽었는데 영화에서는 잡을 수 없는 미세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많은 돈을 거머쥐게 된 개츠비가 밤이면 멀리 맞은편에 초록빛 불빛이 보이는 항구에 집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토요일 밤마다 현란하고 화려한 파티를 연다. 수많은 인물을 초청이 없어도 개츠비의 파티에 오게 하는데 개츠비의 속내는 단 한 사람, 데이지를 오게 하려는 파티이다. 평소에 그의 집엔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자동차 소리가 요란했지만, 막상 개츠비의 죽음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났는데도 그의 장례식장엔 그가 사랑한 여인 데이지도 없었고, 파티에 매주 다녀갔던 인사들도 없었고. 개츠비의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도, 친척도 없었다. 어디선가 신문을 보고 달려온 ‘개츠’ 성을 가진 아버지라는 사람과 데이지와 집안이라는 이유로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에 관여하면서 그를 조금 알게 된, 그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본 내가 전부일 뿐이다.
우리의 토론이 풍성했던 것은 왜 “위대한”이라는 것일까 하는 물음표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몇 년 전에 사랑했던 데이지라는 여자는 미모와 배경을 살만한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부자가 된 개츠비를 다시 만난 상황 속에는 남편의 사랑을 의심하는 데이지가 불안정한 심신을 가졌을 때이다. 그런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의 속내는 전혀 알지 못하는 개츠비의 어리석음이 위대한 것인가하는 얘기였다. 책 속의 개츠비를 5년 전의 그 기억으로 따라가 보면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5년 전 어느 가을 밤, 그들은 낙엽 지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나무 한 그루 없고 달빛이 보도를 하얗게 비추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 마주 보았다. 해마다 두 차례의 환절기에 찾아오는 그 신비로운 흥분이 공기 속에 감도는 서늘한 밤이었다......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그의 얼굴로 다가오자, 개츠비는 알고 있었다. 이 아가씨와 입을 맞추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그녀의 덧없는 숨결과 영원히 결합하면, 그의 마음은 신의 마음처럼 다시는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소리굽쇠가 별에 부딪혀 내는 소리에 잠시 더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다. 그런 다음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자 그녀는 그를 위해 꽃처럼 피어났고, 꿈은 현실이 되었다.” 이상에서 보듯이 개츠비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 여자와 헤어지기 전 5년 전으로...... 꿈은 곧 이루어질 것 같았다.
데이지가 개츠비의 차로 한 여인을 죽이기 전까지는. 데이지 그녀는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그의 남편과 줄행랑을 쳤으며 개츠비는 데이지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데이지 남편과 불륜관계였던 여인의 남편에게 총을 맞고 영문도 모른 채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으로 작가인 피츠제럴드의 생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1896년 미국에서 출생했다. 1920년 첫 장편소설<낙원의 이쪽>을 발표하고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 부와 인기를 누리자 유망하지 않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던 명문가의 딸 젤다 세이어와 결혼한다. 1925년에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였는데 그 소설을 창작할 때 젤다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매일 파티를 열었고 장교와도 사랑에 빠졌었다고 한다.
그런 배경을 알고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어보면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희에 찬 미래의 존재를 믿었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 달아났지만,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내뻗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맑게 갠 아침이.” . 이 부분을 읽고 나면 피츠제럴드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실제로 1940년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의존증, 아내 젤다의 발광과 투병생활, 외동딸의 외로운 양육과 만성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소설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부와 명성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의 연인관계였던 세일러 그레이엄의 아파트에서 44세에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 자신이 항구의 아침이면 사라질, 꿈처럼 반짝이는 초록빛 불빛을 믿고 잡으려 했던 또 한 사람의 개츠비였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100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이 시간에도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왜 위대한가?
작성자금산도서관 어머니 독서회 길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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