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금산군지부에서 송년회 축사를 의뢰받았다. 다른 중요한 약속과 겹쳐 완곡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지만 몇 년 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났기에 만약 축사를 한다면 어떤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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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택 원장 연세소아과 |
그러다가 산타클로스가 직접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개당 만 원짜리 선물을 준다면 해마다 약 27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평통은 산타클로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1억원도 결코 쉽지 않은 우리에게 27조원이라는 돈은 조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 부자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재산이 100조원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한다면 27조원이라는 돈의 가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빌 게이츠 회장조차도 자신의 재산으로 전 세계 아이들에게 만 원짜리 선물 하나씩 나누어준다면 4년을 버티기 힘든 금액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150년 전부터 세상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었으니 자신의 재산으로 주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 중에서도 부자라는 얘기가 되겠지만 사실 그는 ‘이미지’만 제공했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것이라고 얘기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수도 없이 부르면서 살아온 우리는 통일이 우리 국민의 지상과제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27조원과 같이 너무 커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를 통일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헌법기관 평통은 이런 우리의 통일에 대한 관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지만 실제로 통일과 관련된 사업을 직접 실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문한 탓에 무식한 얘기인지 모르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느낀 느낌이다.
그렇다면 평통은 우리에게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통일된 이후의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이런 것들을 국민들에게 계도하고 홍보함으로써 우리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마치 박스 안에 갇힌 것 같은 답답한 모습이다. 고령화 문제, 결혼 기피현상과 저출산 등의 박스에 갇혀 있다. 세계 경제가 미국발 훈풍을 맞이하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국가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노사문제가 발목을 잡는 다는 비난과 함께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박스 속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이민정책의 확대와 남북통일을 얘기한다. 그렇지만 통일이란 것이 말과 같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3개의 분단국가 중 이미 통일을 이룬 독일은 지난 30년 간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이제 안정을 찾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영호남 감정과 비슷한 동서 간 격차로 인해 오씨(동독 출신), 베씨(서독 출신)로 일컬어지는 지역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나라 예멘은 계속되는 내전과 국제 분쟁으로 인해 아예 만신창이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로 전락했다.
통일은 분단 만큼이나 어려운 난제(難題)이다.
이제 하나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이 예멘의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유럽 최고 부자 소리를 듣던 독일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통일을 이루는데 들어간 비용이 별로 없는데도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통일이 되었다.
독일 말이 서투른 이탈리아 기자가 동독의 대변인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오해해서 ‘여행자유화가 실현된다. 베를린 장벽이 열렸다’는 오보를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실제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의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미리 준비하고 플랜을 짜놓지 않으면 당황하면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별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평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평통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역설해야 한다.
그래서 평통은 산타클로스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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