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려면

금산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지역 현안으로 전 군민이 분노하는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김호택 원장
연세소아과

박동철 군수가 12년 간 재임하면서 지역 경제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고, 경치 좋은 산이란 산은 다 파헤쳐 졌다. 그래도 이런 재앙은 다음에 좋은 군수가 나타난다면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나는 기대한다.

문제는 우리 지역에, 그것도 산꼭대기에 전국의 의료폐기물을 가져와서 돈을 벌어먹기 위해 폐기물처리장을 만드느라 소송 중인 인간이 있고,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런 인간들을 현직 군수가 옹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괴물이 우리 지역에 들어선다면 금산인삼 브랜드는 그 가치가 엄청나게 훼손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금산 주민들은 다음에 어떤 군수를 뽑아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 절대로 이 괴물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인물은 능력 여부에 관계없이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 지역 민심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난 8년 간 금산을 망칠대로 망쳐먹은 박동철씨가 한 번 더 해먹겠다고 나섰을 때 나는 분노했다. 선수로 뛸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소위 ‘야권단일화’에 관여를 했다. 당시 인터넷 방송으로 방송되는 후보의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단일후보가 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더니 단일 후보로 선정된 출마자가 나에게 마이크 잡고 유세에서 스피치를 해달라고 했다. 약속은 약속인지라 몇 차례 마이크 잡고 떠들기도 했다.

“박동철씨는 세월호 선장이다.
세월호 선장이 어째서 죽일 사람인가? 그 사람이 불쌍한 아이들을 물에 빠뜨렸는가? 아니면 배를 침몰시켰는가?

그 사람의 죄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도망 나왔고,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임무를 저버렸던 것이다.

박동철씨, 금산이 어려울 때 어디에 있었는가? 인삼농협이 망가질 때 무얼 했는가? 목소리 우라늄 광산 결사반대하느라 군의원들 머리 삭발할 때 무엇 했는가?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해죽거리고 웃고 돌아다니고, 막걸리 받아먹으며 술 취해 돌아다니는 동안 금산은 이렇게 망가졌다.

선거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고, 금산은 또 지난 4년 동안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개인적인 실망도 컸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차별대우를 받으며 많이 힘들어 했다.

다시는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내가 나설 명분이 없었고, 새로 출마하는 군수 후보들을 비롯한 도의원, 군의원 후보들의 자질이 훌륭하다고 느꼈다.

많은 분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절대 마음 변하지 않으려 했다.

금산로타리클럽에서 세 명의 회원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군수 후보 한 분, 도의원 후보 한 분, 그리고 군의원 후보 한 분이다. 모두 20년 전후의 봉사활동을 함께 한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지만 욕을 먹고, 서운하다는 말을 듣고, 나중에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 지언정 선거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생 같은 ㅂ씨가 처음 군의원 출마하면서 사무실 개소식에 축사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짧은 말 속에 함축된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잠시 생각하다가 천안 출장 가서 강연 후 이루어진 식사 자리에서 천안사람들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천안 국회의원 Y씨 얘기였다.

“천안에서는 선거로 Y 이길 사람 아무도 없어.” 여기에서는 그런가 보다 했다.
“4선 국회의원인데, 아직도 사람이 겸손해.”
이 말에 귀가 솔깃했다.

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덕목 중에서 ‘겸손’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생각이 아니라 많은 선각자들의 말씀을 들으며 그렇게 정리된 것이다.

겸손하다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상대방의 생각과 말을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의 저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이 겸손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것도 지위가 높아지고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겸손하기는 더욱 힘들다.

ㅂ씨에게 ‘겸손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출마자 중 가장 겸손한 사람은 ㅂ씨와 K씨이다. 양보할 줄 알고, 져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에 누구를 지지하는가? 혹은 누가 가능성이 높은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선거 후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은?
“언제까지나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시라.”

사족(蛇足) : 마지막에 이런 말도 덧붙였다. (괄호 안의 얘기는 하고 싶었지만 못한 얘기이다)

“기왕 축사 할 거면 군수 후보나 도의원 후보 축사하는 것이 더 폼 나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을 하실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금산군의원, 중요합니다.
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법을 만듭니다. 필요 없는 법은 폐기하기도 합니다.

금산에서는 군의원이 법을 만듭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조례는 만들고, 불필요한 조례는 없앱니다.
(그러려면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미래의 금산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군수와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하는지 감시도 합니다. 김모 의원이 박군수가 ‘마지막으로(?)’ (제 돈 주고는 절대 사지 못할) 비즈니스석 비행기 타고 출장을 빙자한 외유를 떠나는 예산을 삭감시켰다고 합디다. 제가 이 얘기 듣고 참 잘했다고 했습니다.

의원을 뽑는다는 것은 경비견을 뽑는 겁니다.
(우리를 대변할 사람을 개에 비유해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서울교대의 함교진 교수는 선거로
우리가 뽑는 사람이 독재를 하면 늑대, 선정을 펴면 개로 비유했습니다.)

만약 서너명만이라도 바르고 공정하고 겸손하고 열정적인 군의원이 있었다면 박동철씨가 그동안 그토록 마음 놓고 해먹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제 정말 좋은 후보들을 뽑아서 금산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봅시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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