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우 군수에게 바란다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사람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짐작만 해도 치열한 싸움 끝에 맛본 승리의 기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펼칠 기회를 갖기 위해 싸웠고, 이제 그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축하한다.

김호택 원장
연세소아과

당선인보다 훨씬 더 많은 낙선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나 자신이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온몸을 다 바쳐 싸웠기에 지치고 실망된 마음 역시 짐작만 해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인생은 긴 것이고, 지금의 실패가 다른 더 큰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위로를 드린다.

금산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다른 지역보다 더 치열했다. 우선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자들의 면면이 훌륭했고, <의료폐기물 처리장>이라는 괴물이 지역민들의 감정을 폭발시켰기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여년 간 금산에서의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나에게는 이번 선거가 가장 힘들었다고 느낀다. 그동안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공공연하게 표현해 왔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개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문정우 후보는 내가 30년 간 서울 살다 귀향해서 가장 먼저 사귄 친구 중 한 사람이다. 내가 <금산로타리클럽> 회장 할 때 총무 맡아 주었고, 10년 간 해오던 <금산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을 물려받은 사람도 문정우 후보였다. 30년 가까운 인연으로 맺어진, 나에게는 동생과 같은 사람이다.

박범인 후보는 내가 금산문화원장을 할 때 금산군청 문화관광과장을 지낸 사람이다. 10여년 겪어 오면서 그 인품과 능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상헌 후보도 그 능력과 인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각 후보의 캠프에 참모로 뛰는 사람들 중에 가까운 사람들이 십여 명씩 있으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입지가 너무 좁았다.

세 후보 중 누구에게도 가까이 갈 수 없었기에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중립을 선언했는데,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선거전이 치열해지자 나는 이삼일에 한 번씩 지지자가 바뀌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아다니면서 “이게 사실인가?‘ 하는 진위를 묻는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아야 했다.

지역 신문들도 패가 갈려 마치 패싸움을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심지어 신문 기사 내용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 그것이 내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헛소문까지 돌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어려웠다.

여기에서 분명히 얘기하는데, 나는 내 생각을 글로 쓰면 내 이름을 걸고 쓴다. 여기저기에서 내 의견과 생각이라고 내 이름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직접 쓰고 말하지 않은 내용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본의 아니게 유세차에 올라가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학 시절, 나는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2년 간 함께 기거한 사실이 있다. 고대 법대 신입생으로 들어왔다가 3학년이 되면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되고는 떠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어른이 큰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았던 사이였는데, 이 어른이 민주당 지원유세왔다가 금산과의 인연을 얘기하면서 내 부친과 나와 삼남약국에 대한 얘기를 길게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유세장을 찾았다가 나를 알아보고 유세차 위로 올라오라는 정세균 의장의 권유를 피하기는 어려웠기에 선거 기간에 문정우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전쟁터에서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문정우 후보가 금산군수로 당선되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오랜 세월 동안 뚜벅뚜벅 걸어오면서 엄청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아왔기에 고생한 보람을 찾았다는 축복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몇 년 동안 변함없는 믿음으로 함께 해준 참모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렇지만 행복은 여기까지이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나는 박동철씨가 처음 군수로 당선되었을 때 금산신문에 당선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이런 요지의 글을 실었다. “박동철 군수의 당선을 위해 고생하신 참모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렇지만 이제 빠져라. 군수가 소신껏 자신이 구상한 바대로 군정을 이끌어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 박수치고 응원하면서 훌륭한 군수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이제부터 할 일이다.”

불행하게도 박동철씨의 12년은 측근들에 의한 발목 잡히기의 세월이었고, 금산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그래도 박동철씨는 김행기 군수가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군수를 시작할 수 있었기에 별로 한 일이 없어도 무난히 재선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금산은 성장동력을 엄청나게 깎아먹은 어려운 상황이다. 누가 군수가 되어도 어려운 형편이다.

문정우 군수에게 축복과 축하의 말씀만 전하고 싶고, 좋은 얘기만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신임 군수로서 풀어나가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측근들이 발목을 잡는다면 금산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다.

문 군수에게 가장 먼저 그동안 진행되어온 악의 고리를 모두 끊고 잘못된 일들을 다시 되돌리라고 권하고 싶기는 하지만 옳은 일도 때와 장소를 가려 시행해야 한다. 너무 갑자기 정의의 칼을 휘두른다면 지역의 화합을 해치고 그렇지 않아도 추락될 대로 추락한 성장동력을 더 잃어버릴 수도 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지혜롭게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지난 12년 간 망가진 금산을 재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문정우 군수는 역대 어떤 군수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로 금산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듣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과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양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만약 타협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마음 속으로 기분 좋고 신념을 지켰다는 즐거움은 있겠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말하게 하세요.
들으세요. 그리고 협의하세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문정우 군수는 취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협치(協治)’를 얘기하였다.

어려운 지역 사정을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덕목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하지만 협치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협치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문군수가 앞으로 수도 없이 느낄 것이 분명한 ‘속 터지고 짜증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문 군수의 초심이 변하지 않고 협치하겠다는 마음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금산은 다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금산이 아름답다.”

김행기 군수가 만든 표어대로 ‘아름다운 금산’을 문정우 군수가 만들어 줄 것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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