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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금산문화의 집‘우리동네 영화관 마실’ 프로그래머)의 영화의 은밀한 매력...첫번째 이야기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해. 이 세상엔 말야.
그걸 느끼면 참을 수가 없어. 나의 가슴이 움츠려 들려고 하지.’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뷰티’ 대사 중에서

아름다움에 관한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늦가을이겠죠. 무심하게 날아다니는 봉지. 소년은 우연히 날아다니는 봉지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고’ 그걸 보면 ‘참을 수 없다고’ 합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해병대를 퇴역한 스테인레스 같이 단단한 군인입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말수가 적은 식물인간처럼 살아가고 소년이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오직 카메라로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찍고 다니는 일입니다.

대학 시절 한때 시인이 되고 싶어 시를 쓰기도 하고 시인들의 시세계를 탐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만난 시인 황지우는 ‘시적’ 상황을 말하면서 시의 소재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 곳곳에 널려 있다고 합니다. 단지 우리들이 그 아름다움을 지나치고 있다는 겁니다. 홍상수 감독은 한국영화를 고전에서 현대영화의 단계로 올려 준 감독입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를 홍상수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영화 평단에서 ‘홍상수’가 단골메뉴가 되는 건 이런 공로 덕분입니다. 1년에 1편씩 작품을 찍어내는 다산왕이면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이 세상에 유일한 건 없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인물의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다양한 유기작용을 포착해내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홍상수의 영화에는 지나친 긴장이나 엄숙함이 없습니다. 예술을 강조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는 이들의 경직성과는 달리 어깨에 힘을 빼고 놀 듯이 영화를 찍고 힘을 빼고 말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있습니다.) 홍상수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식안이 있기에 그는 소재를 찾느라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대구에서 예술영화 전용관을 운영하는 영화 활동가
남태우 씨의 책 제목.

아름다운 영화를 보면 참을 수가 없어 금산문화의 집에서 예술영화 동아리 ‘우리동네 영화관 마실’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는 영화광 오아시스(장경수) 인사 드립니다. 현재는 대전 상생시네마클럽에서 사무국장을 하면서 도서관이나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 찾아가 영화의 영토를 넓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뿐 아니라 청소년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해서 2년 전까지는 간디학교에서 있었습니다. 영화와 청소년은 저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들입니다.

영화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가까운 청주에서 영화 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영화의 매력을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도 영화는 저를 설레게 합니다. 하지만 대중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영화들 그리고 작은 존재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영화들은 늘 찬밥이었습니다. 그래서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는 영화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 되새김질 하는 영화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여기에 소개할 영화들은 처음 들어 본 영화들이 많을 겁니다. 멀티 플렉스에서 자주 보는 영화들은 얼마든지 손만 뻗으면 만날 수 있지만 여기서 만나는 영화들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기억의 창고에 처분 될 영화들입니다. 진흙 속의 연꽃 같은 영화들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의 존재를 흔드는 영화들입니다. 오랫동안 천천히 유심히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보인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독자님들도 이 지면을 통해 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묵은 영화만 아니라 최근 화제가 되는 영화들도 소개하겠습니다.

‘예술(영화)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 자신을 잊을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글. 사진 오아시스 장경수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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