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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영화의 은밀한 매력세번째 이야기...2019년 외국영화, 웃는 얼굴로 돌아보다
(사진제공=오아시스)

1. 콜드 워

차갑지만 뜨거운 전쟁 그리고 운명을 숙명으로 바꾸는 징글맞은 로맨스

콜드 워는 제목답게 흑백영화의 차가운 톤에 계절이 겨울이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 할 때 둘이 만난다. 이런 불리한 환경을 담기 위해 사용한 화면비율은 4:3이다. 인물들은 시대의 압력에 눌린 것처럼 화면의 아랫부분에 머물러 있고 인물들을 견고한 시스템에 가둬놓은 효과를 보여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시대의 공기와 극장의 한기를 녹이는 건 노래와 루마니아의 전통춤이다. 그리고 이별과 만남의 징글징글한 반복을 통해 운명을 숙명으로 만드는 뜨거운 로맨스가 역설적으로 제목과 배치된다.

2. 결혼 이야기

썰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뻘밭처럼,
헤어지면서 드러나는 관계의 정체

감독 노아 바움벡의 영화를 볼 때마다 설익은 느낌이 들었는데 ‘결혼 이야기’는 잘 익은 작품이다. 제목은 평범하다. 내용도 평범하다. 같은 꿈을 꾸었던 부부가 헤어지는 과정을 2시간 17분에 담았다.
미국의 가족 이데올로기에 태클을 하는 건 불경이라서 헐리우드 대중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의 예술영화 감독들의 작품 속에서는 가족 이데올로기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곤 했다. ‘성난 황소’와 최근 ‘아이리시맨’을 만든 마틴 스콜세지가 있다. ‘결혼 이야기’의 중반부까지 ‘우디 앨런’감독이 떠올랐다. 뉴욕을 배경으로 가족과 부부들의 막장스런 형태를 냉소적인 유머로 잘 버무린 감독이다.
‘결혼 이야기는’ 이혼 과정을 치열하게 묘사한 영화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과 혹은 결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너무 가까우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결혼 이야기를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아사코

널 평생 못 믿을 거야,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줘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1월 1일. 모 평론가의 블로그 순위에 들어 있길래 보았다.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연인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아사코가 새로운 연인을 수용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순탄하게 사랑의 꼭지점까지 정주행하던 영화는 2/3 지점에 이르러 강한 U턴을 한다. 급작스런 전환은 아사코의 또 다른 얼굴이며 아사코가 마주할 또 다른 아사코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아사코가 달아나는 연인 료헤이를 쫒아갈 때 카메라는 멀리서 찍는다.  다시 두 사람이 달리는 교차편집 장면은 마치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영화 ‘아사코’는 촬영기법 중의 하나인 <줌인 트랙 아웃> 기법과 닮았다. 디지털 줌으로 인물에 접근하고 카메라는 뒤로 빠지듯이 연인 료헤이가 아사코를 보는 방식이 그랬다. 아니 우리 일상의 연애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장면이지 않은가? 몸과 마음이 따로국밥이다. 단칼에 베어낼 수 없는 통제하지 못하는 마음의 중구난방에 속수무책인 인물들을 ‘아사코’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4. 레토

엔딩 크레딧 음악이 극의 처음으로 역주행하게 만드는 키노밴드의 아우라

영화는 요절한 재러교포 ‘빅토르 초이’의 삶을 다룬 흑백영화다. 영화는 주체할 수 없는 젊은 뮤지션들의 역동을 담는 영화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엔딩크렛딧에 나오는 빅토르 초이가 함께 한 키노밴드의 ‘여름’은 영화 전반부의 밋밋함을 다시 보듬게 만드는 아우라가 있었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5. 로마

남성권력의 몰염치에 그녀들 최후의 마지노선은 우애의 공동체다.

‘칠드런 오브 맨’과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삶을 다룬 영화다.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 클레오를 통해 주인공 가족의 불화와 그리고 남성권력의 몰염치를 묘사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건 우애의 연대다.
놀라운 건 아카데미 촬영상을 감독이 받았다. 원래는 멕시코 출신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 (그래비티/버드맨/레버넌트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3년 연속 받았다)에게 부탁했지만 사정이 안되는 바람에 부득이 감독이 촬영을 하게 되었다.
영화는 중산층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력을 시종일관 담담한 카메라와 흑백화면에 잘 담아냈다.

/오아시스(우리동네 영화관 마실 프로그래머)/piung8@hanmail.net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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