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고를 시작 할 때 첫 번 째 제목이 ‘죽기 전에 다 가지 않아도 괜찮아’였습니다. 하지만 톤이 무거워서 이 제목을 포기했습니다. 아래 여행의 기록은 몇 년 전 캄보디아를 거쳐 라오스를 18일 다녀 온 여행기를 몇 주간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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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행했지만 20페이지의 글이 나올 때가 있고 40여 일의 긴 여행을 다녀와도 1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때가 있다. 나는 다른 여행가들에 비하면 고작 캄보디아 라오스를 18일 동안 다녀왔다. 그러나 광복절 특사를 기다렸던 것 마냥 생각의 포로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왔다. 아니, 환호성이라기보다는 울부짖으며 달려 나왔다. 이때 가져가서 읽은 소로우의 ‘월든’ 은 생각들을 방생하게 한 물꼬였다. ‘월든’이 아니라 어떤 책을 가져갔어도 난 감수성 그 자체였다. 내게 좋은 여행의 기준은 여행노트의 분량이다. 라오스 여행은 두 권의 노트가 필요했지만 11박 12일 청소년과 함께 갔던 터키 문화기행은 한 줄의 문장도 건질 수 없었다.
살만한 시절이라 그런지 여행이 일상이 되었다. 봇물 빠지듯이 나갔다. 심지어 IMF와 신자유주의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고 여행수지 그래프는 꺾이질 않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묻혀 살던 이들이 피곤을 털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고 뾰족한 방도 없는 막막한 현실에 마음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간혹 여행을 통해 몇몇은 책을 출판하고 여행의 전도사가 되어 한철 강사로 활약했다. 여행학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10개월 여행에 3,000만 원이 필요한 여행학교도 있다. 이 여행학교를 다녔던 제자를 만났더니 표정이 시큰둥했다. 여행은 훌륭한 학교지만 어느 때나 필요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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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면 유체이탈의 여행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여행학교를 다닌 중학교 때 제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학교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다른 친구에 비해 1년 늦게 입학한 친구였음에도 ‘늦게 올 걸 그랬어요. 20살 언니들이 느끼는 것과 저랑은 다른 거 같아요’ 개인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에 가면 모든 풍경들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타고르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중학생한테 보여주면 그저 수면제에 지나지 않듯이 여행도 때가 있다. (특히 문화기행인 경우)
남들은 한번 쯤 타보는 비행기를 마흔이 되어서 탔다. 그것도 내가 선택한 여행이 아니라 학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4개월 해외이동학습에 걸려 함께 나갔다. 첫사랑이 낙인처럼 남듯이 처음 가 본 필리핀은 내게 강력한 한방이었다. 필리핀에서는 7개월을 머물렀다 왔다. 태양의 나라에서 마음이 뽀송뽀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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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2월 초 처음으로 내 선택으로 여행을 했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는 ‘월든’을 펼치자마자 마음이 눅눅해졌다. 아침 탁발이 끝나고 한참 지난 오전이었다.
오랫동안 ‘마츄피츄’가 내 여행의 마침표였다. 하지만 같은 극의 자석처럼 ‘마츄피츄’는 밀려났다. 버킷 리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동기유발을 위해, 무기력한 삶을 털어내기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었다. 같은 극처럼 밀려난 ‘마츄피츄 여행’은 왜 자꾸 현실이 되지 못하고 밀려났을까? 그리고 그 소망은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을까? 다들 팍팍한 삶이 지겨울 때 ‘떠나고 싶다’를 외치는 것처럼 현실을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자기위로의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00여 곳’
여행을 떠나라고 자극하는 문장들. 그리고 섹시한 문장으로 유혹하는 각종 여행 패키지 상품들. 우후죽순 나가고 있지만 혹시 여행 산업과 미디어의 큰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리게 된 문장.
‘죽기 전에 다 가지 않아도 괜찮아’
/오아시스(여행플랫폼 달팽이 대표)/piung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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