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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미쳐 알지 못했던 영화의 은밀한 매력네번째 이야기... 술을 땡기게 하는 4편의 영화들

술을 땡기게 하는 영화가 있다.

술꾼은 아니지만 도저히 취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가 미칠 듯이 아름다워서 혹은 비극적인 캐릭터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리고 인물을 가혹하게 몰아치는 파렴치한 세상 때문에 거리두기를 포기하고 몰입했다가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박하사탕’은 한 인간을 일그러지게 만든 최루탄 같은 시대의 공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여러 영화들이 나왔었다. 1,000만을 넘은 ‘택시 운전사’가 있었지만 대중적인 화법이 지나쳐서 역사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역사는 영화 소재로 매력적인 재료지만 잘못 요리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국뽕이 되거나 죽도 밥도 아닌 이종교배 음식이 되기도 한다. ‘박하사탕’의 광주 시퀀스는 영화 전체 분량 중 1/4 정도만 나오지만 몰락한 인물 영호의 원죄를 찾아가는 백 플래쉬 형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은 결코 분리 할 수 없는 한 몸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 운동’은 지금까지 한 지역의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 한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뜨거운 화염이었다는 걸 주인공 영호를 통해 역설한다. 그 비극에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극장을 나와서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마셨다.

‘석양의 갱’은 ‘마카로니 웨스턴’의 좌파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이다. 서부극영화에 최적화 된 감독으로 생각하겠지만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4시간 짜리라는 놀라운 갱스터 서사극을 만들었다. 게다가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3시간짜리 서부극이다. 서부극에 시도하지 않는 롱테이크를 통해 서정적인 서부극을 완성했다. ‘석양의 갱’은 한 좀도둑이 멕시코 혁명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어깨에 힘 뺀 감독의 재기발랄함에 신나서 속도 조절을 못하고 마시다가 식당의 밥그릇에 그날의 결과물을 반납했다.

혼자 왔으면 나는 엉엉 울다가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동행들을 생각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내려오고 극장 문을 나설 때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은 다시 턱밑까지 차올랐다. 잠시 호흡을 조절하고 극장 화장실까지 가서 물로 눈물을 훔치었다. 슬픔에도 여려 종류가 있다. 쉽게 증발되는 슬픔이 있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지금거리게 하는 슬픔이 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은 전자에 속한다. 인간의 동정을 유도하는 슬픔이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데 30 년이 걸렸다. 그만큼 묘사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누구도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뜨거운 소재였다. 영화 ‘1987’은 절묘하게 촛불혁명이 완성 된 2017년에 개봉 되었다. 권위주의 지형에서 민주주의 지형으로 바꾸느라 수고한 촛불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선물같은 영화였다. 아니 몇 십년 더 나아가 몇 백년을 매운 권력의 회초리를 견뎌온 시민들의 등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위로의 영화였다.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음악카페에 가서 안치환의 노래를 신청하고 술 한잔을 마셨다.

‘지구를 지켜라’의 감독 장준환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시대극의 강력한 아우라에 감독의 색깔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강력한 소재에 감독의 인장은 희미하지만 더 이상은 더러운 권력에 지배 당하지 말고 이제는 시민이 권력이 되고 시민이 책임지는 역사를 만들면서 가라는 계시를 던지는 영화 ‘1987’

‘러빙 빈센트’를 만나기 전 내가 알던 반 고호는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였다. 우울하게 평생을 살다가 마침표를 찍은 불행한 화가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후 고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술집을 찾았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10년 동안 100명의 화가가 참여해서 만든 유화 애니메이션은 고흐의 인간미와 열정을 잠 담아 낸 화첩이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배경음악 ‘빈센트’와 반 고흐의 고백은 강한 어퍼컷이었다.

“나는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그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한편을 더 추가하자면 ‘82년생 김지영’이 있는데 지난 번 지면에 언급해서 여기에는 싣지 않았다.

/오아시스(가화리/상생시네마클럽 시네마큐레이터) piung8@hanmail.net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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