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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리운 사람이 있다.
△신정일 신정일 씨는 도보여행가이자 문화사학자다.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상을 바로잡으려 한다> <새로 쓰는 택리지>(10권) 등 50여권의 저서가 있다,

여기, 저기를 보아도 세상이 을씨년(을사년)스럽다.
코로나 19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세상이 그렇게 되었다.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해 이합집산이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저마다 저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들이 대세를 형성되면서
 쥐나 개나 어떻게든 높은 자리에 올라가
 완장을 차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이렇게 개인주의와 한탕주의가 설치는 세상에서
 자기만의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불과 몇 사람 안 되어
“어디 그런 사람 없소?” 하고 혼잣말을 하다가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민족시인 한용운 선생이다.

<님의 침묵>을 지은 한용운 선생이 설악산 자락 백담사에서 참선에 깊이 잠겨 있을 때 인제 군수가 이곳에 찾아왔다. 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나가서 영접을 하였지만, 한용운 선생은 가만히 앉아 있을 뿐 내다보지도 않았다.
군수는 그것을 매우 괘씸하게 여겨서 욕설을 퍼부었다.
“저기 혼자 앉아 있는 놈은 도대체 뭐기에 저렇게 거만한가?”
그 욕을 들은 한용운 선생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왜 욕을 하느냐?”
그 말을 들은 군수는 더 화가 나서 소리쳤다.
“ 뭐라고 이놈! 너는 도대체 누구냐?”
그러자 한용운 선생이 대답했다.
“나는 한용운이다.”
그러자 군수는 더 핏대를 세운 뒤 소리쳤다.
“한용운은 군수를 모른단 말인가?”
그 말을 들은 한용운 선생이 더욱 노하여 큰 목소리로 말햇다.
“군수는 네 군수지, 내 군수가 아니지 않느냐?”
기지가 넘치고 위엄 있는 한용운 선생의 말에 군수는 더 대답을 못하고 절을 빠져 나갔다.

3.1 운동이 끝난 뒤 민족 대표들은 모두 감방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이대로 죽임을 당하고 마는 것이 아닐까? 평생을 감옥 속에서 살지나 않을까?”
그들이 속으로 이러한 불안을 안고 절망에 빠져 있던 중에 33인을 극형에 처한다는 말이 풍문으로 떠돌았다.
한용운 선생은 그들이 불안해 해도 태연자약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대성통곡을 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용운 선생이 격분하여 감방 안에 있던 똥통을 그들에게 뿌리며 호통을 쳤다.
“이 비겁한 인간들아, 울기는 왜 우느냐, 나라 잃고 죽는 것이 무엇이 슬프단 말이냐, 이것이 소위 독립선언서에 서명을 했다는 민족 대표의 본 모습이냐? 이따위 추태를 부리려거든 당장에 취소해 버려라.”
한용운의 호통에 놀란 민족 대표들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한용운 선생이 3.1운동으로 3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출소하던 날, 많은 인사들이 마중을 나왔다. 이들 중 대부분은 독립선언을 거부한 사람이며, 또 서명을 하고도 일제의 총칼이 무서워 몸을 숨겼던 사람들이었다.
한용운 선생은 그들이 내미는 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얼굴만을 뚫어지게 보다가 그들에게 침을 탁탁 뱉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들은 남을 마중할 줄은 아는 모양인데, 왜 남에게 마중을 받을 줄은 모른단 말인가?”

남을 섬기는 사람은 찾을 수 없고, 섬김을 받고자 하는 사람만 많은 게 요즘 세상 풍경이다.
섬김을 받는 것, 좋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섬기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마음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유권자를 섬기고, 이 나라 이 땅을 섬겼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개인의 영달과 재부를 늘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서로 파벌을 지어 난리가 아니다.
그런데 어디 사람을 한울처럼 섬기고 사람들로부터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마중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자기 스스로가 스스로를 마중하고 칭찬하는 시대, 겉만 번지레한 시대가 오늘의 이 시대다.
세상이 한심하고 한심하다고 여길수록
몹시도 그리운 사람, 한용운 선생을 비롯한 지조 높았던 옛사람,
그들이 문득 그립고도 또 그립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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