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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일상
양봉체험중인 주제별 체험학습.

어느새 여름이다. 진악산이 짙은 녹색으로 바뀌고, 시원한 바람이 반갑기 시작한다. 숲에는 온갖 생명들이 약동하고, 학교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마다 개성과 사연을 가지고 나름의 인과관계로 돌아가는 건 숲에서나 학교에서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모두가 함께 모인 아침 전체모임에서 긴장이 감돈다. 지난밤에 생활관에서 사건이 있었단다. 날선 분위기가 이어진다. 스스로 정한 규칙이 중요한 친구들과, 어떻게든 일탈이 즐거운 친구들 사이, 오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존중과 돌봄의 문화 만들기는 이런 일상에서 진행되는 어려운 미션이다. 오가는 대화를 관찰하던 내 머리속에, 지난 몇 년간 있었던 6월말의 비슷한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중이다.

어쿠스틱 공연-숲

어찌 보면, 쓸데없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다양한 성향의 10대들이 모여 충돌하고, 욕망하고, 부대끼는 일상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똥을 잘 삭히면 거름이 되듯, 관점을 바꾸면 우리의 일상은 서로의 가능성이 일어나도록(bottom-up)하는 놀라운 실험실이다. 골치 아픈 문제 상황이 새로운 프로젝트 이슈로 바뀌고, 머리 아픈 갈등 상황이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변화되는 ‘연금술’. 그것이 그동안 우리를 키워온 숨은 스승이다. 그렇게 한계와 문제들을 끌어안고 씨름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위대한 성취도 삶을 떠나서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온갖 생명들과 함께 커가는 여름 논의 벼포기처럼, 우리도 함께 부대끼며, 한뼘씩 자라나는 중이다.

전체모임을 마친 후 돌아서니, 또다른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이런 쓰임을 받으랴. 아이들이 반장인 자기 말을 안 들어서 답답하단다. 진로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와 연애상담을 의뢰하는 친구가 있다. 요즘 1학년들은 개념이 없다며 힘들어하는 선배가 있는가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학교가 갑갑하다며 고민하는 신입생도 있다. 요즘 모기가 너무 많아 괴롭다는 하소연까지 사연도 참 다양하다.

음악분야의 진로탐색을 주제로 한 주제별 체험학습.

고민들은 간절하나 당장 제시할 해결책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또, 답이라고 주어도 그렇게 안되는 경우도 많다. 잘 듣고, 적절한 추임새(오, 그래, 좋아 등)를 넣으며 공감하는 게 대화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는 법이다.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뻔히 속사정을 아는 사이끼리의 상호 부조 관계가 문제 해결에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서로 묻고 답할 대화의 기회가 적절히 제공된다면 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내면의 현자(지혜로운 교사)를 만난다. 안타깝게도 이 분은 우리가 일상의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도망가려 할 때는 잘 나타나지 않으신다. 탓하기를 멈추고,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돌아보며, 성찰의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종종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답을 만나곤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너 좀 성숙해졌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루일과가 시작되면서, 삼삼오오 자신이 선택한 수업 장소로 이동한다. 작년 이맘때와는 또다른 풍경이다. 해마다 이맘때 마무리되던 걷기 여행이나, 해외이동학습은 출발도 못해보고 모두 연기되었다. 대신, 학생들이 기획한 주제별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익숙하던 많은 것을 바꾸는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바뀌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을 알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서 우리는 새로워진다. 길을 만들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을 바꾸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변화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청년 협업농장에서 농활중인 주제별 체험학습.

두 시간이 주어지는 점심 시간에는 각자의 프로젝트 활동이 한창이다.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어가려는 성평등위원회, 벌 키우기에 도전하는 양봉 프로젝트 팀, 채식과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프로젝트 팀의 점검 미팅이 진행중이다. 서로 묻고 답하며 목표와 진행과정을 점검하고, 만난 장애물을 검토한다. 새싹 인삼 키트 제작, 3D 프린팅, 목공, 작곡 등 각종 개별 프로젝트 들도 곳곳에서 작업 중이다. 연이어 오후에도 여러 수업들이 이어진다.

창조를 향한 열정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그렇게까지(프로젝트를 시도할 정도로) 좋아하진 않아요’ ‘안되면(망치면) 어떡해요?’ ‘(그 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직업으로 삼기엔 그렇잖아요’ 우리는 흔히 이런 말로 변화로의 초대장을 거절하곤 한다. 그러면서 마치 로또당첨 같은 바램을 가진다. ‘좋아하는 것을 만나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만 하면’ 내 인생은 단번에 달라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쌓여 지금의 모습이 드러나듯, 지금의 활동이 모여 미래의 내 모습이 만들어진다. 현재 주어지는 여러 가지 활동과 기회들이 엮여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만난 문제를 해결 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잠재력이 싹트고, 자라난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의 목적도 그 과정속에 함께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해가 진 숲 속의 학교는, 각자의 동아리와 소모임 활동으로 벌집처럼 시끄럽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다들 정말 열심이다. 무엇이 우리를 몰입하게 하는 걸까? 우리들의 변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 여름밤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오늘 우리들의 하루에 ‘변화를 위한 일상’ 이란 제목을 달아본다.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중이다. 우리들 모두 흔들리며 피어나는 중이다.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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