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을 위해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3월 8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성평등을 함께 고민하는 작은 행사를 가졌다.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발표를 함께 하고, 변희수님과 김기홍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 저마다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들을 적어, 게시판에 붙여본다. 한편에서는 서프러젝트 등 여성 영화를 보는 영화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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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캠프포스터(2020). |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하기 참 험난한 시대다. 각자의 다양한 지향과 성향이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기가 참 어렵다.
코로나가 우리 외부에 창궐한 바이러스라면, 혐오와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내면의 바이러스 같은게 아닐까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우리에겐 ‘생존’을 위한 방역도 중요하고, 원활한 ‘일상’ 생활 영위도 중요하다.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우리 삶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성평등 이슈를 둘러싼 갈등도 우리의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서로 각자의 입장에선 양립하기 어려운 여러 주장들도, 기약없이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만큼이나 복잡하고 답답하다. 코로나는 마스크나 백신으로 막는다지만,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이슈는 무엇으로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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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을 위해 연대하겠습니다. |
성평등을 둘러싼 10대들의 논쟁에서 무엇보다 가슴아픈건 그들끼리 남혐 여혐으로 갈려 싸운다는 점이다. 가부장제의 인식체계를 만드는 데 10대들은 전혀 기여한바가 없다. 왜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문제로 아이들끼리 갈라져 싸우게 되는 걸까. 더군다나, 지금의 10대들은 어른들과 참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삶의 거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모두 핸드폰 안에서 놀고, 배우고 관계 맺는다. 차별과 혐오로 웃음코드가 만들어지고 모두가 모두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시대 분위기에서 성장해왔다. n번방 사건은 우리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10대들은 자기 삶의 주체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고, 그렇다고 제대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문제로 힘겨워하지만, 정작 이런 세상을 더 오래 살아가야 할 사람은 10대 자신들이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10대로부터 더 깊게 고민되어야 한다. 10대들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기 삶의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며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받아야 마땅한 미성숙한 존재로 대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진짜 시민교육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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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날을 기념하여 자기 메세지를 남긴 쪽지들. |
시대가 변화했다. 성평등 이슈로 인한 갈등은 오히려 기회에 가깝다. 이를 통해 앞으로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할지 서둘러 챙겨야 한다. 어떤 관점으로 서로 만나고, 조율해야 하는지 절차와 기준을 시급히 하지만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더 민감해지고, 예민해져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우리는 갈등 속에서 수많은 선택들을 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내가 무엇을 왜 선택하는지 ‘알아차리며’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나를 둘러싼 관계의 망들을 조망하면서 나의 모습을 보기란 더 어렵다. 그래서 10대들이 갈등상황을 직접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짜 삶에서 필요한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를 보는 관점과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힘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고민은 모두 ‘관계’가 중심이다. 그래서 문제가 더 어렵다. 관계란 복합적이다. 서로간의 마음이 얽히는 총합이며, 모든 주장과 성취의 시작이고 결과다. 더군다나 관계에는 다양한 힘이 작용한다. 밀고 당기는 힘과 버티는 힘이 있고, 그것이 동시에 작용하며 움직여간다. 이 힘들 간에는 관성과 가속도도 존재한다. 작은 힘도 전체를 움직일 수 있지만, 내가 멈춘다고 해도 움직임이 멈추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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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중의 약속. |
어찌보면 성평등도 민주주의도 근본적으로는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제도나 이슈를 둘러싼 논쟁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자기성찰과 수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성평등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시공간에 따뜻함이 함께 있을순 없는 걸까. 주장과 이해관계의 격돌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고백과 공감, 위로와 덕담이 중심이 되면 어떨까. 서로가 제시하는 대안 밑에 깔린 서로의 소중함과 간절함을 만져주려는 대화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공간이 아닐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나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왜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못하는 걸까
힘들고 어렵지만 함께 보람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 믿어본다. 이렇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게 아닐까. 성경의 한 구절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난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새로운 미래가 자라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시편 85:10)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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