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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순환
함께 배우는 중입니다.

진악산이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봄꽃들이 피고 지더니. 어느새 낮에는 시원한 바람이 반갑다. 학교안과 밖이 온통 젊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과 장난과 잔소리와 시끌벅적 음악 속에서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가 시작된다.

고등과정은 ‘프로젝트 공장’ 같은 일상이 계속되는 중이다. 학기중간에도 새로운 프로젝트의 싹이 우후죽순 일어나고 있다. 쓰레기 문제, 갈등해결, 젠더 이슈 등 학내외 이슈에 대한 공감을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음악, 그림, 사진, 글쓰기 등 자기 관심분야의 주제들에 몰입하는 친구들이 있다. 지지청(지구를 지키는 청소년)에서는 지구의 날 행사를 비대면 교류활동으로 기획했다. 지역 마을을 찾아가, 청소나, 주택 리모델링을 도우며,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만나고픈 현장을 찾아가 진로나 삶에 대한 고민도 나눈다. ‘지역’을 중요한 배움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만남’을 중요한 배움의 내용으로 생각한다.

지구의 날 행사 웹포스터.

이런 일상은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미 정해놓은 수준의 달성을 위해, 일방으로 달려가는 방식의 배움이 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학습자는 자기 배움의 주인으로 인정받는다. 자기 속도와 방향을 찾도록 권장된다. 사실은 서로의 욕구가 부딪히고, 상황에 얽히며, 맨땅에 헤딩할 때가 더 많다. 배우는 법을 배우고, 찾는 방식을 찾는다. 변화에 적응하기보다,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

중등과정에서는, 학교 바깥과 연결하며 배우는 ‘활동분기’가 끝나고, 학교안에 머무르며 배우는, ‘학습분기’가 시작된지 몇 주가 지났다. 학교에서 펼쳐지는 일상속에, 다양한 관계가 엮이며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도록 하는, 학교 문화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도록 돕는 강력한 지원군이다. 다들, 때로는 호기심어린, 때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자기 나름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다. 한편으로, 이곳은 자기 삶을 찾아가는 서로 다른 ‘우주’가 만나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공간이다.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탐방 인터뷰 중.

이런 일상에서는, 서로 다른 수십 개의 ‘우주’가 매일 변화되어 연결된다. 근대 이후 학교에 일반화된 ‘선명한’ 구분선(교과목, 학년 등)이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각자의 호기심과, 탐구 주제, 그리고 서로가 맺은 약속이 중요하다. 그렇게 나와 너, 기획과 실행,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서로 혼재되어 새로운 활동을 엮어간다. 서로의 연결고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촘촘해지며, 하나의 마을 공동체처럼, 서로를 ‘순환’의 고리로 연결한다. 구성원의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은 모두 하나의 생태계처럼 연결되어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배움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어린 안전한’ 공간 만들기다. 안전한 공간이 자리잡히면 연결과 학습이 자연스레 일어난다. 다양한 자극이 서로의 온도를 높히며 서서히 영감과 창조의 불이 붙기 시작한다. 불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며 불은 점점 커진다. 그 불은 다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리며 역동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안전한 공간을 심화 확장시킨다.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는 중.

배움과 성장을 생태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자연과 사회의 촘촘한 관계망이 나를 살려오지 않았던가. 더 나아가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또다시 관계망을 엮어가는 이야기들이다. 배움의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이 나와 공동체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각자 삶속의 실천도 결단하게 만든다. 만남과 연결이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무엇을 배울까 보다 누구를 만날까,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보다, 어떤 과정이 일어날까가 더 중요하다. 자연의 생태계처럼, 배움 중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관계망을 중심으로, 삶과 교육을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나와 우리를 키워온 연결망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 그것은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배움과 성장을 만들어준 신비로움을 찾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야외수업 중.

‘생태계’의 관점으로 우리 교육을 다시 설계해볼 수 있을까. 현장마다 교사마다 서로가 가꾸어온 배움의 연결망을 함께 엮어서, 전체 교육 생태계가 ‘드러나게’ 하는 작업은 몽상에 불과할까. 각자의 진영과 일과속에서 헤쳐나와, 함께 손을 잡고, 새롭게 생태계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학습자(청소년과 시민)가 주도하는 평생학습의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교육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미래교육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남과 순환’의 관점으로 삶을 다시 바라보기. 함께 고민해볼만한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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