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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다는 것
로컬프로젝트in 완주.

“이쪽으로 가면 마트 있네. 첫날 저녁에는 여기서 장보면 되겠다.”
“그 프로그램보다, 여기 이 워크숍 어때?”

고등과정 강당. 여기저기 주제별 체험학습을 준비하고 있는 두 번째 모임이 열리는 중이다. 서로 다른 주제(시 문학 탐방, 해양생태, 에너지전환, 진안지역 걷기여행, 로컬프로젝트in 완주, 음료문화 탐방, 얀바밍, 독서캠프, 템플스테이)를 기획하거나 선택하여, 2박 3일간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각자의 바램이 모여 흡사 장날처럼 시끌벅적하다. 한편에서는 핸드폰을 열어 검색하며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토론을 이어가는 중이다. 내 입장에선 거의 신인류다. 대부분의 정보를 유튜브와 sns에서 흡수한다. 지식을 단계나 체계로 접근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영역과 주제를 즉흥적으로 연결하고 넘나들며 자기들만의 인식체계를 만든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이미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 만들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1주일간 자기주제에 몰입하기.

중학과정에서는 일주일간 자기 분야에 몰입한 주기 집중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사진, 무용, 흙공예, 밴드, 노래, 마당극, 그림 등 다채로운 예술분야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마음껏 자기 나름의 표현에 몰입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한 주간 몰입의 이유가, 단지 각자 원하는 주제를 선택한 탓만은 아닐게다. 새로운 선생님, 낯선 경험, 다양한 참가자 등이 얽힌 다채로운 수업의 맥락은, 일주일간 ‘필연 같은 우연’을 수없이 제공했다. 새로운 경험과 연결은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꾸게 한다. 어쩌면 배운다는 것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 참 비슷하다. 배움도 삶도 인연 따라 달라지고, 늘 새롭게 바뀌어간다.

해양생태프로젝트.

한편, 여행길에 오른 체험학습 팀들은 좌충우돌 난리법석이다. 준비할 때 마음과 달리, 여행을 떠나는 순간, 약속이나 한 듯이 변수와 다름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해도 생기고, 다툼도 만들어진다.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들이 원망스럽다. 왜 여기까지 와서 쓸데없이 ‘삽질’을 하고 있나 싶다. 그러다 문득, 전환의 순간이 온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내 모습을 인식하는 순간이나, 어렵게 찾아간 현장에서, 가슴뛰는 말씀을 듣는 순간 같은 것이다. 어쩌면 배운다는 것은 여행과 비슷하다. 여행의 묘미가 여정의 중간에 있듯,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얽혀 삶도 배움도 ‘직조’되어간다.

코로나가 교육계 전체를 큰 변화에 직면시킨지도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지식과 정보를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학교라는 곳에 모여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 아직까지는,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며, 주어진 목표에 다다르려 애쓰는 모습이, 우리가 아는 학교의 익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학교는, 스스로 찾아보도록 허용되는 공간으로 바뀌어가야 하지 않을까. 배우는 법을 배우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히는 공간이 학교였으면 좋겠다. ‘삽질’과 ‘헛발질’을 통해, 과정을 만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가장 근접한 배움이 아닐까. 교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사실 삶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교육과 사회변화에 더 근본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주기집중수업.

주기 집중 수업의 마지막 날, 1주일간 몰입의 결과가 전시와 공연으로 펼쳐진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열정과 생기가 무대에 가득하다. 결과발표의 무대는 그 자체로 결과가 아니라 또다른 배움의 과정이다.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시공간은, 그자체로 배움의 시작이요 완성이 아닐까. 게다가, 이번 수업을 이끌어준 전문 강사 들은 대부분 졸업생들이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만든 무대에서, 우리들의 삶의 여정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은 무척 감동적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 받는 관계로 엮여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많은 것들이 본질만 남고 사라지는 중이다. 코로나로 일상이 바뀐 지난 2년간, 우리는 모두 함께, 학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성찰해왔다.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앞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답변에 맞춘, 새로운 교육 모델도 속속 출현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미래 교육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면 좋겠다. 우리에게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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