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최한용과 茶한잔의 여유를…
다시 느껴본 가을 운동회/ASA 공장장 최한용

며칠전 관내 「J」 초등교 가을운동회에 기관, 단체장 자격의 한 사람으로 잠시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본래 추석을 전·후해서 실시 하는게 통상적인 관례였지만 금산 인삼 축제와 맞물려 조금 이르다 쉽게 가진 운동회였다.

전날까지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바람불고 비내리던 날씨가 가을 운동회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 화창한 날씨였다. 게다가 높은 흰 구름 덕분에 덥지 않고 시원하게 행사를 하게 되었고 운동장 바닥에 먼지도 일지 않아 정말 좋은 날이었다.

우리 어릴적 운동회를 추억 속에서 더듬어 본다.
교무실을 중심으로 운동장 하늘에 만국기가 걸리고, 출발 신호탄, 강강수월래 등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운동장 가운데서는 학년별 단체 행사가 진행되고 운동장 밖 트랙에서는 달리기가 계속된다.

달리기가 종료되면 1, 2, 3등에 입상된 어린이들이 줄을 맞추어 본부석이 있는 중앙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하고 상(賞)자 선명히 찍힌 공책을 상품으로 받았다.

오전내 뛰고 달리고 응원하다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운동장 한복판에서 청군·백군으로 구분된 2개의 둥그런 바가지에 오재미를 던져 터트리는 게임이 있었다. 바가지가 터지면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오색 색종이와 함께 내려오면 그때부터 식사 시간이 시작된다.

그 당시만 해도 가족끼리의 야외 모임이 없던 시절이라 운동회날이 유일한 가족 소풍이었고 면단위 소규모 지방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운동장내 나무 그늘이나 쉼터에서 바리바리 싸들고온 점심을 먹었다. 대개 추석 다음날 운동회가 많았다. 그래서 추석때 준비된 송편이나 부침개 종류가 주종을 이루었다.

우리들은 늘 먹던 음식보다 적은 돈이지만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용돈으로 장난감이나 만화책 사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목이 짜릿한 칠성사이다, 아이스케키 등도 늘 먹던 밥보다 훨씬 구미가 당겼고 관심이 많았지만 어머니는 늘 사과나 배, 감 등을 사주셨다.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고 오후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면 어른들의 행사도 많았다.

민속놀이로 줄다리기, 모래 가마니 오래들고 서있기, 새끼꼬기, 씨름, 마라톤(장거리 뛰기), 400m계주 달리기 등 동네 대항으로 치루어졌는데 시비거리도 많았다.

심판이 불공정했다느니, 달리는데 고의적으로 훼방을 놓았다거나, 부정선수 시비로 저녁때까지 시끌벅적한 하루였다.

상품으로는 집에서 주로 쓰는 양동이, 그릇 종류, 쟁반, 낫, 삽, 비누세트 등 일상 용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금은 시골 초등학교에 학생수가 적지만 우리 시절엔 2부제 수업을 할만큼 학생수가 많아 가족까지 모이면 그 넓은 학교 운동장이 구석구석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모이면 먹는 장사도 바쁜 법이다.

학교에서 지정 받은 곳에 큰 채알을 치고 멍석을 깔아 하루벌이를 위한 가설 식당을 차린다.
그 당시 대표적인 음식은 역시 국밥이었다.

큰 가마솥을 드럼통을 잘라 만든 통 위에 걸쳐놓고 나무 장작을 태우며 하루 종일 끊여 냈다.

지금이야 LPG 가스가 있어 연기도 나지 않고 편하고 깨끗하지만 그 당시는 가스가 없었다.
때론 연기가 나기도 해서 이리 저리 바람 따라 연기를 피해 가며 식사를 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야 국밥을 사먹을수도 없었고 먹을 생각도 못했지만 운동장에 바람타고 퍼져 나가는 고기 냄새는 코를 진동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들은 운동회 구경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이동네? 저동네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광장이 되기도 했다. 사돈끼리의 만남도 있었고, 친척들간의 만남도 이루어 졌다.

그런 만남은 자연스럽게 식사로 이어지고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사발로 정을 나누었다.
가마솥에서 퍼올린 뜨끈한 국에 돼지고기 몇점 집어 넣고 밥한사발 말아 깍두기와 함께하는 옛날 장터의 국밥 향기와 맛.

나는 40여년 지난 지금도 그 향기와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축제 장소나 허름한 재래 시장에 들리면 꼭 국밥집을 찾는다.

걸죽한 입담과 손맛이 어울어진 국밥, 그 속에서 삶의 모습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그런 풍경은 점점 사라져 가고 패스트푸드가 늘어가는 현실, 영양가 높고 질은 향상되었을지 모르지만 바쁘게 움직이고 빈틈없는 공간.

현대화된 시설과 공장에서 맞춤 형식으로 준비된 식단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웬일일까?
옛 향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때문일까?

관내 초등교 운동회, 본부석이 마련되고 만국기 펄럭이고 개선문이 세워진 것은 예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학생수가 너무 적다. 겨우 백명을 조금 넘으니 말이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운동회는 진행되고 있었다.

운동장 트랙에선 어린이와 부모중 한사람이 한조가 되어 손을 잡고 달리면서 숨을 몰아쉰다.
예전과 다르신 모양이다. 마음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가지 않는단다. 늘 자동차 타고 다니다 보니 힘껏 뛰어본게 언제인가 기억이 없단다.

역시 운동회는 운동회다.
하나, 둘 학부형들이 운동장을 메운다. 사진도 찍고 비디오 녹화도 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다.

내빈을 위한 공차기 프로그램 시간이다.
운동장 한 가운데 깃발을 세워 놓고 청·백으로 편을 갈라 공을 차며 돌아오는 경기다. 나도 선수중 한사람이 되었다. 공을 차며 돌고 와서 바톤을 전하는 게임이다.

어린이 응원석에서 백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 응원이 시작되고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7명이 한조가 되었는데 우리편이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이긴팀은 만세를 부르고 진팀은 박수를 친다.

상품도 수여한다. 이긴편이나 진편이나 동일하다.
잠시동안의 게임이였지만 감회가 새롭다.

내 어린시절 운동회날, 그 당시도 단체장들이 참여하는 내빈 게임이 있었다. 역대 교장 선생님, 면장님,우체국장님, 조합장님, 파출소장님 등.

세월이 흐르자 그 위치에 내가 서 있다.
벌써 이렇게 변했다. 마음은 늘 동심인데 세월의 흐름은 서 있는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햇살맑은 가을 하늘아래 열린 초등교 운동회, 나는 그곳에서 가버린 세월을 다시 돌려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관내 「J」 초등교의 무궁한 발전과 운동회 준비로 고생하신 교장 선생님이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