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靑南臺)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뜻으로 1983년부터 약 20여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양지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 충북도로 이관되면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대청호반 한켠에 자리잡은 청남대.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개방후 3년이 훨씬 지나서야 나는 그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청남대를 가려면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매표소에서 우선 입장권 및 버스표를 구입해야 한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단체는 자체버스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개인은 왕복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입장료 5,000원, 버스 이용료 2,000원으로 7,000원이 필요하다.
버스는 수시로 운행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버스는 매표소 광장을 출발하여 대청호반 호젓한 산길을 따라 굴곡진 도로를 달린다.
대청호 주변에 갈대가, 아니 억새가 핀것은 이 길이 산자락이었음을 알려준다.
댐 준공으로 물이 고여 있기는 하지만 그전에는 산이었다는 것을 식물 군락지는 간접적으로 속내를 들어낸다.
오가는 차량이 없으니 달리는 2차선 도로는 한가하다. 제법 성장한 백합나무 가로수가 단풍 잎새를 자랑하며 우리를 반긴다.
이 도로는 2004년 「산림청 주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로 장려상을 받은 바 있단다.
약 15분 정도 달리다 보니 지금은 근무자가 없지만 개방되기전 군병력이 경계하던 초소가 보인다.
서슬이 시퍼렇던 5·6공시절.
새도 허락없이 날지 못했다는 곳.
이곳엔 아무도 출입할 수 없었다.
옛부터 살아오던 주민들도 불편이 많았으리라. 여기저기 묵은 전답에 잡초만이 무성하다. 차는 정문에 도착하고 예쁜 안내원이 올라와 간단하게 청남대 내력을 설명해준다.
우선만난 건물.
지금은 대통령 관련 자료 전시관, 화장실, 휴게소로 쓰여지고 있었지만 개방 전에는 군 경비병력의 숙소로 쓰였단다.
경비 인원만 25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모든 시설은 대청호를 끼고 있어 최고의 수질관리는 물론 국가 1급 경호시설로써 4중의 경계 철책이 녹쓴채 아름다운 산자락에 덩그런히 남아 있었다.
본관으로 향하는 길.
정원수가 잘 꾸며져 있다.
정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150m 도로 양옆으로 수령 70년 정도의 아름다운 반송이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영춘재(迎春齎)라 불렀다던 본관.
1층은 회의실, 식당, 접견실, 손님실이 있고 2층은 대통령 전용공간으로 침실, 서재, 거실, 가족실, 한실 등으로 꾸며져 있었지만 그렇게 호화롭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았다.
단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대청호반의 아름다운 풍광은 대통령 별장다운 모습이었다.
본관 구경을 마치고 주변 산책에 나선다.
오각정 오르는 길.
대통령 내외분과 가족들의 산책코스로 가장 사랑을 받았다는 곳이다.
많은 야생화와 숲이 어우러져 삼림욕에 적합하고 낮에는 호수와 산을, 밤에는 달 구경과 대청호반 물위를 스쳐온 바람을 만날 수 있는 곳.
붉고 노란 단풍나무 잎새가 푸른 소나무의 청정함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의 극치를 이룬다.
오각정에는 방문객들이 의자에 걸터앉아 사진찍기에 바쁘다. 본관에서 350여m 정도의 오솔길.
천천히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마사토로 다져진 흙길을 걷는 여유로움.
신선이 따로 없다.
그 길따라 오른길을 다시 내려간다.
본관 뒤쪽으로 양어장 가는길.
공사중이라 비단잉어는 볼 수 없었지만 연못 위로 만들어진 목재 산책로. 바로 연못 물위를 걷는다.
뒤편에 수질정화를 위해 심었다는 메타세콰이어가 군인들이 열병하듯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끌어올린 물이 소리없이 흐른다.
헬기장으로 만들어졌다는 광장에선 농악 풍물소리가 고요를 깨운다.
동호인 그룹인가 보다. 젊은 학생부터 중년 아주머니까지.
꽹과리, 북, 장구로 구성된 화음에 신명을 더한다.
바람에 대나무가 서걱인다.
이곳 충청도에선 대나무 군락을 보기 어려운데 잘 관리한 덕분인지 푸른 모습이 너무 깨끗하다. 대나무 서걱이는 소리와 참나무 가랑잎새가 가을을 노래하는 듯 장단을 맞춘다.
청남대에는 다양한 조경수 100여종 5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어 나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단다.
골프장으로 가는길.
잔디는 누렇게 누었지만 그린은 파란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 산자락에 심어진 단풍나무의 아름다움.
지금이 절정인듯 싶다.
조경전문가가 배치해서 심었겠지만 그 모습은 내장산 단풍모습을 능가하는 듯 나는 그 아름다움에 빠져 버렸다.
잎새도 깨끗하다.
붉은 모습, 노란 모습.
가지마다 뻗어내린 잎새가 바람에 일렁인다.
금년엔 가을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오늘 그 아름다운 모습에 눈과 마음이 호사를 한다.
길 우측은 대청호반 푸른 물이 출렁이고 좌측은 아름다운 단풍나무 잎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초가정까지 왔다.
국민정부 초기에 초가집과 정자를 짓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인 하의도에서 가져온 농기구와 문의 지역에서 수집된 전통생활도구를 전시하고 있었다.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니 마치 섬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몇 개 세워진 솟대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분위기를 더한다.
산책로를 걷는다.
자연 오솔길이다.
양측에 통나무를 놓아 산자락과 경계의 길을 만들었다.
벌써 떨어진 참나무 가랑잎새가 수북히 쌓여 발바닥 밑에서 밟히는 소리가 ‘사그락 사그락’들린다.
언제 이런 낙엽길을 걸어 보았든가?
아마도 군에 가기전 겨울철 동네 뒷산에서 가마니에 땔감용으로 낙엽을 담던 생각이 문득 든다.
참나무는 우리에게 도토리라는 열매도 주고 아궁이 불쏘시게용으로 마른 가랑잎도 준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 별 색깔도 없이 그저 말라버리는 참나무 가랑잎은 그렇게 우리에게 겨울철 따뜻한 아랫목을 만들어 주었다.
단풍잎은 아름다움의 극치이지만 수분이 많고 잎새가 적어 떨어지면 별 쓸 용도가 없는게 사실이다.
산책로는 운치 있었다.
분위기 있고 호젓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 단풍, 노란 단풍, 때론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있는 잎새가 바람따라 머리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너무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발에 밟힐까봐 신경쓰인다.
은행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대부분 은행잎은 떨어지고 미끈한 가지만이 하늘향해 뻗었다.
노오란 잎새로 바닥을 덮었다.
한 웅큼 집어 동행자에게 뿌려준다.
잎새 하나하나가 춤을 추며 떨어진다.
하얀 눈이 소북히 쌓이듯 그 잎새가 주변을 물들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길.
낮은 계곡엔 통나무 다리 길도 만들어 졌다.
주변에 고사리가 활짝 피어 그대로 누렇게 말라 버렸다.
야생화 흔적도 보인다. 비비추도 푸르름을 잃고 말라 버렸다.
새들이 날아오른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세월 끝에 알았나보다.
하기사 누가 이곳에서 사냥할 생각을 하겠는가?
새들도, 나무도, 꽃도, 잔디도 보호받으며 무성하게 자랐다.
복 많은 자연들.
그 속에서 걷는 자신도 진정 가을다운 모습을 볼수 있어 너무 즐겁다.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울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 청남대 단풍모습에서 처음으로 느꼈다.
하지만 이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또 다른 느낌이 와 닿는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찾았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뒷자리로 물러났다.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욕을 먹기도 하고 어떤분은 백담사로, 또는 교도소를 가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이곳에서 신선노름을 만끽할 때 상상이나 했던 일이었겠는가?
독재자가 있어야 문화 유적이 남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중국의 만리장성, 서안 용마총,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 뭐 그런 것 들이다.
그저 호반의 산자락으로 남아 있었을 대청호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조성되였다는 것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단풍잎새. 너는 그 고운 빛깔을
어디서 무얼 먹고 만들었느냐?
깨끗하고 붉은, 그리고 노오란 모습까지
아마도 대청호반 물줄기 덕분이련가
아니면 호젓한 바람 때문이련가
이제 아무나 자유롭게 찾아올수 있는곳.
가을모습을 보고 사계절을 보고 싶어 겨울, 봄, 여름 이곳을 찾아야겠다.
청남대의 가을은 이토록 아름답게 물들고 겨울을 향해 깊어가고 있었다.
푸른 호반에 햇볕이 내려 반짝이고 있다.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의 보석이 되어…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