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카센타에 들렸습니다.
값은 좀 비싼 편이지만 늘 양심적으로 체크하고 완벽하게 고쳐주는 단골집입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 늘 사전예약을 하고 가는 편입니다.
주택가 이면모퉁이에 있어 간판도 잘 보이지 않지만 늘 대기 차량으로 기다림이 필요한 유명한 곳입니다.
한번 오시면 또 오시게 만드는 주인장의 철칙이 있어 그런가 봅니다.
아니 양심적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절대 거짓이 없고 보탬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분해했다가도 부품에 이상이 없으면 그저 청소해서 다시 조립해 주는 곳입니다.
물론 무보수로 말이죠. 그리고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석사 사장 이력답게 전자식으로 바뀌어진 요즈음 자동차 엔진 트러블에 척척박사 입니다.
부부가 알콩달콩 함께 일합니다.
부인은 경리, 컴퓨터를 활용한 차량별 이력관리, 부품 구매일을 하시고 사장님은 고장판단을 결정하고 종업원들은 작업을 수행합니다.
입소문은 대단해서 예약은 필수 사항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나는 그날 스노우 타이어(SNOW TiRE)를 교체하려고 갔었습니다.
혹시 눈길에 어려움이 있을까 봐 매년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를 하지요.
경험하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일반 타이어와 스노우 타이어는 눈길에 확연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답니다. 체인은 끼우려고 해도 작업이 번거로워 실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행이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하고 나면 언제 눈이 오더라도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빙판에는 스노우 타이어도 그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 합니다.
타이어 회사에 오래 근무해서가 아니라 한번 장만하면 몇 년 겨울은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12월에 장착해서 봄이 오는 2월말쯤 교체하면 되니까 그렇게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스노우 타이어라 평상 운행시 소음이나 승차감 때문에 꺼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 느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내 감각이 좀 우둔해서 그럴지 모르지만…
아무튼 유비무환(有備無患)이겠지요.
그날도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밸런스는 사장이 직접 체크해 주셨답니다.
단골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고객을 중시하는 사장의 마케팅 전략이겠지요.
아무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좋은 집 입니다.
식당이나 카센터나 가게나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손님이 몰리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웬지 가고 싶어지는 집, 이유가 있지요.
식당이라면 맛이 있어야 하고 써비스가 좋아야 하고 사람의 정을 느낄수 있어야 합니다. 청결은 기본이구요.
위치나 거리 규모는 그보다 뒤에 속하지요.
한번 갔던 손님이 또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가고 싶도록 충동을 느낄수 있게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번창하는 집은 늘 손님이 붐비지요.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무실에는 예쁘게 생긴 새 연탄난로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사무실 안은 훈훈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연탄난로였습니다.
모두들 기름난로나 보일러, 아니면 전기 히터를 쓰고 있는데 불편한데도 연탄난로를 쓰는 것을 보고 또 한번 새롭게 느꼈습니다.
에너지 절약, 아니 비용절약을 위한 사모님의 제안이었답니다. 조금 불편해도 아끼면서 사는 삶, 그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얀 함석으로 동그랗게 만든 연통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난로 뚜껑을 열어 봅니다.
2구식 연탄난로, 24시간에 6장이 소요 된 답니다.
한 장에 300원, 하루에 1,800원 한달에 60,000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연탄은 1장에 300원인데번개탄은 500원이랍니다.
불을 꺼뜨리면 비용상 더 손해랍니다.
정부보조금 때문이라는군요.
정말 오랜만에 볼수 있는 정겨운 난로 풍경입니다.
내가 어릴적 도시에서는 연탄이 유일한 난방 방법이였지요.
때로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많았습니다. 갈라진 방바닥 사이로 가스가 스며들어 큰 사고가 났던 것이지요.
나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나무를 해서 불을 때고 밥을 해 먹었지요. 그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는 연탄 난로를 거실에 피워 놓은 친구들 집이 그렇게도 부러웠답니다.
지금은 농촌에도 대부분 가스를 사용하다보니 연탄을 사용하는 집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연탄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답니다.
연탄화덕을 사용하던 포장마차 선술집,
호호 불며 맛있게 먹던 호빵을 데우던 연탄난로, 이발소 물을 데우던 연탄난로, 상가집 밖에서 조문객들의 몸을 녹이던 야외 모닥불 같던 연탄불.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던 80년대 주공아파트.
겨울이 시작되면 월동준비로 김장담그기와 가득 쌓인 연탄 광만 보아도 배불러 하시던 우리 부모님들.
눈 내린 겨울 길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일부러 깨서 깔아 놓았던 연탄재.
환경미화원의 리어카에는 겨울이면 연탄재가 가득 쌓였던 시절. 그 무게만큼이나 미화원들의 삶도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골목 골목을 누비던 연탄실은 작은 트럭들.
쌀과 연탄은 꼭 한집에서 팔았던 시절.
새끼줄을 구멍에 끼워 양손에 들고
날랐던 19공탄.
겨울이면 쉬는 날 없이 돌아가던 연탄공장
프레스가 ‘쿵’하고 한바퀴 돌면 완성.
연탄이 콘베어 위로 줄줄이 흐르던 공장 풍경.
얼굴과 작업복은 깜둥이가 되고 하얀 이빨과 눈만 반짝이던 종업원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 자리엔 연탄공장이 없다.
그 많던 연탄 실은 트럭도 볼 수 없다.
대신 늘어난 것은 기름 실은 주유소 차량과 주유소의 밝은 조명 뿐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연탄처럼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준적 있냐고, 아니 자신을 깨뜨려 남의 미끄럼 낙상을 방지해준 적이 있냐고,
버려지는 연탄재도 할말이 있었나 보다.
다가오는 연말(年末)
잦은 송년모임, 술만 소비 할것이 아니라 추위에 떠는 주변도 살펴 보아야 할때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같은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 보아야 할 것 같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아니 살아야 하기에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처럼 스스로를 태워야 할때 인 것 같다.
요즈음 아파트가 주거생활의 주체가 된 지금 편리함과 자유로움에 묻혀 옛 우리 어머님들이 고생스럽게 꾸려가시던 단독주택 아니 농가주택의 부엌에서 사용하시던 연탄의 고마움을 잊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주무시기 전 밑불을 살피시던 어머니.
조금 일찍 갈아도 되시련만 연탄 한장 아끼기 위해 늦도록 주무시지 않고 드나드시던 부엌 연탄 아궁이.
그렇게 보살피고 아끼던 검은 연탄도 이젠 삶의 주변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도심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아마도 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으리라.
박물관에라도 전시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겨울도 가고 연말년시가 다가온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 모습이 가끔 TV화면에 보인다.
가득 쌓인 연탄 모습에 만족해 하시는 독거노인의 환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남았다.
카센타를 방문해 따뜻함을 느낀 연탄 난로.
그 하얀 함석의 연통에서 옛 정이 살아나고 있었다.
난로 위에서 데워지던 노오란 양은 도시락 모습도 눈에 어른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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