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고개를 넘어 한참을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모래사장이 하얗게 이어진 부산 송정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란다.
부산에는 크게 4개의 해수욕장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 해수욕장 해운대, 광안대교 때문에 더욱 알려진 광안리 해수욕장, 그리고 송정과 다대포 해수욕장이라고 하는데 나름대로 각기 특성이 있다고 한다.
송정해수욕장은 해동 용궁사 가는 길에 있어 많이들 들린단다. 바닷가 가까이 주차할 수 있어 편리한 모양이다.
일정상 해수욕장은 여름에 만나기로 하고 해동 용궁사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해동 용궁사는 행정구역상 기장군 기장읍이지만 지금은 기장군이 부산광역시에 편입되어 부산시 일원이 되었다.
주변에 기장미역, 기장 꼼장어, 기장 짚불구이, 기장 멸치회 등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곳과 대형 음식점이 즐비하다.
해동 용궁사 안내판이 보인다.
4차선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우측으로 좁은 진입로가 나타난다.
차가 겨우 교행할 정도의 도로, 진입로가 좁다.
구불구불 굴곡진 도로를 조금 지나니 주차장이 바로 보인다.
휴일이라 그럴까?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 왔나 보다.
관광 버스도 들어오고 정기 시내 버스도 있다.
주차장 앞면에 국립수산과학원 건물이 있다.
해양환경 및 어원자원의 관리, 수산생물의 양식 기술 개발 및 자원조성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 연구기관이란다.
주차료 2,000원. 시간제한이 없다.
빈자리 찾아 차를 주차하고 입구로 향하는 길.
토산품과 절집에 어울리는 각종 기념품 판매점과 음식점이 줄을 이었다.
겨울이라 그런가,
국화모양 빵틀에서 연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밀가루 반죽에 붉은 팥을 넣고 구어낸 빵.
어릴적 참 많이도, 맛있게 먹었던 유일한 빵이다. 밀가루 반죽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우리 어릴적엔 풀빵이라고도 불렀다.
절 규모와 관광객에 비해 진입로가 너무 좁아서일까?
진입로 확장을 염원하는 프랑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의 창건으로 한국 삼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해동 용궁사(海東 龍宮寺).
입구에 들어서면 큰 돌에 새겨진 나옹화상의 시(詩)를 통해 그 마음을 잘 알수 있을것 같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느낌도 좋고 그 의미도 좋다.
버릴 줄 알아야 채울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하지만 그 욕심이란게 내 마음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쩔수 없는 중생(衆生)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옆으로 눈을 돌리니 동양철학의 육십갑자 십이지상이 늠름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삼재를 알려 준다는 갑자의 십이지상 앞에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꽤나 진지하게 보인다.
「한가지 소원을 이루는 해동 용궁사」
돌비석에 붉은 글자로 각인된 모습에서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말보다 설득력이 있어 좋다.
아니 친근감이 더 가는것은 왜 일까?
나는 늘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절(寺)은 산(山)에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 말이다.
어쩐지 도심 빌딩 숲이나 주택가에 있는 절에선 마음의 평화를 느낄수 없는게 사실이었다.
차소리 들리고 오가는 사람들 많고 그런곳에서 들리는 풍경소리는 그저 쇠조각의 떨림으로만 들려 왔다.
하지만 이번 용궁사 방문으로 조금은 바꾸어야겠다.
해변가 절집 풍경.
앞에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있고 철석이는 파도소리와 불경소리의 어우러짐은 어느 화음 못지 않게 귀전을 울린다.
뒤를 보면 산이고 앞을 보면 바다고 주변은 온통 파도에 씻긴 흔적이 남아있는 바위와 암벽들.
마치 어느 작은 섬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뒷산 소나무의 푸른 잎새.
넘실대는 짙푸른파도, 바위에 부서지며 생기는 하얀 물 거품
고개들어 보면 저멀리 보이는 수평선.
파아란 하늘, 모두가 푸르름뿐이다.
돌비석에 새겨진 춘원 이광수의 글귀도 마음을 더욱 움직이게 만든다.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靑山)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 말가
하물며 청풍명월(淸風明月)있으니
여기곳 선경(仙景)인가 하노라”
해동용궁사로 들어가는 용문석굴(龍門石窟).
이제부터 절집으로 들어가는 시작인가보다.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득남불(得男佛)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어루만졌기에 돌부처의 불룩한 배가 까맣게 변해 버렸다.
아들 낳기를 간절히 바라던 우리네 어머님들의 소망이 담겨진 듯한 손길.
그토록 소망하며 낳은 아들들은 지금 모두 효자가 되었을까? 스스로도 자신에게 물어본다.
효(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자주 찾아 뵈어야지, 전화라도 자주드려야지 하는 자책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득남불 뿐이 아닌 학업성취불, 교통안전 기원탑도 있다.
한 아주머니가 학업성취불 앞에서 떠나실 줄을 모른다.
아마 대입수능시험이라도 치른 자식이 있는것은 아닌지?
우선 대웅전 쪽보다 우측에 있는 일출암(日出岩) 쪽으로 먼저 발길을 옮긴다.
일출암쪽에는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자리했다.
바로 바다다. 해수가 파도에 밀려 오간다.
바위틈에는 이름모를 조개류가 다닥다닥 붙어 생명을 이어간다.
이곳에는 방생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주변해안에 사는 물고기들은 복받은 고기들이란 생각을 했다.
방생을 하는 곳이고 아무리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 낚시꾼이라도 절집앞에서 낚시를 할수 있겠는가?
이곳 고기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108돌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간다.
좌우에 정렬된 석등군으로 부터
열병이라도 받는듯한 기분이 든다.
108이란 숫자.
불교에서 말하기를
중생이 가지고 있는 온갖번뇌가 108가지란다.
사람이 6가지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고(苦)락(樂), 불고불락(不苦不樂) 그래서 108번뇌(百八煩惱)라 한다는데 아마도 그 의미로 만들어진 계단인가 보다.
백팔계단을 내려와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면 대웅전으로 향하는 아취형 돌 다리를 건너야 한다.
바로 밑에는 바닷물이 철석이고 그 위에선 산속에서 흐르는 물이 졸졸 흐르는 한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대웅보전.
절 역사는 깊건만 대웅보전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듯 아직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단청을 위한 불자들의 불사를 받고 있었다.
옆문을 통해 대웅전법당에 들어간다.
어느 신도는 합장을 하고 어느 신도는 연신 절을 올리고 스님의 독경은 계속된다.
불교에 지식이 없는 나는 무슨 행사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스님의 독경소리와 목탁소리는
알아 들을 수 는 없었으나 경건하게 내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웬지모를 위안이 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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