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 있는가

며칠전 어느 지인을 만나 일상적인 삶의 얘기를 나누던중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행복한가" 갑작스런 질문에 "글쎄"라는 대답이 먼저 나왔고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의미부터 묻는 대화로 이어졌다.

그분은 삶에 지쳐있었다.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던중 생각한바 있어 자영 사업에 뛰어 들었단다.

가지고 있던 적은돈과 퇴직금, 그리고 살고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융자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살아날줄 모르는 내수불황으로 당초 생각했던 것과 너무 판이하게 돌아 갔단다.

판매는 부진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그나마 발생되는 매출은 이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졌단다.

매장 임대료, 종업원 급여, 운영비용은 꼬박 꼬박 돌어오고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사업을 정리하자니 들어간 비용이 아깝고 그대로 하자니 얼마를 더 투입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다간 그나마 살고 있는 아파트마저 은행권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아빠만 쳐다보고 있는 토끼같은 자식들의 해맑간 눈동자가 아른 거려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20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는지 한강다리에서 강으로 뛰어 내리는지 그 속마음을 이해할수 있겠다는 섬뜩한 얘기도 했다.

소주잔 오가며 나누는 삶의 얘기는 길어졌다.

상황을 듣고 보니 무어라고 조언을 해야 할지 자신도 막막했다. 아마도 그것이 그분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지금 그렇게 처한 사람들이 많음도 알았다. 적은 돈으로 그를 구원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는 없었다.

단지 하나 희망을 접지 말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미 내손을 떠난 돈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물론 본인이 최종 판단해야 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사업을 접고 몸 건강하니 다시 일터로 나서라고 얘기했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고 조언해 주었다.

삶은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 할 수도 불행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저 지나가는 바람으로 생각하고 날려버린 돈은 인생을 배운 비싼 수업료로 지불된 것이라 생각하고 머리속에서 잊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글쎄 그런 내 얘기가 그의 귀에 들렸는지 나도 모르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정리하고 새 출발하면 그렇게 문제되지 않는 삶을 살아 갈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주고 싶었다.

삼겹살을 안주로 서로 마신 소주병이 줄을 섰다.

그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마신 양은 많았지만 그렇게 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모두가 그분 혼자의 얘기가 아니고 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 일게다. 나도 그럴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속에 맴도는 얘기, "당신은 행복한가"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일까? 누가 행복하고 누가 불행할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행복할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행복할까?

아니면 빈자는 모두 불행한 것일까 막강한 권력자의 밑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소시민은 모두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을 이루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마음의 상태" 라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 " 마음의 상태" 스스로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 할 수도 있고 불행 할수도 있다. 모두가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 있는 것이 행복이다.

"마태복음"에 이런 말씀이 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말한 가난한 사람이란 소유욕을 떠난 사람이 아닐까 요즈음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 보다 너무 많이 가지려 하기 때문일 게다.

모두는 신이 아니고 사람 이기에 더 소유하려고 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웬지 모를 걱정에 하나, 둘 소유욕에 집착하나 보다. 그럼 참 행복의 모습은 어떤것들이 있을까?

작은 일에 만족하며 감사할줄 아는 사람. 근로자로 일하는 남편의 기름 묻은 작업복을 깨끗이 빨아 다림질 하는 평범한 아내의 밝은미소 며느리에게 줄 커피잔 set를 고르는 시어머니의 온화한 미소.

남들은 깊은 잠에 빠진 새벽시간 길거리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땀방울 맺힌 얼굴모습 , 가정의 달을 맞아 시댁 부모님에게 선물할 양말 set를 구입하는 젊은 새댁 그의 등에 업혀 소록소록 잠든 아가의 귀여운 모습.

시장 한구석에서 비린내 나는 생선을 팔면서도 어려운 이웃에게 선뜻 보태주는 아주머니의 아름다운 손. 비록 길거리 포장마차지만 오뎅 꼬치를 서로에게 권하는 청바지 차림의 젊은 연인모습.

시골 나무그늘 밑에서 새참을 먹으며 지나는 길손에게 국수라도 먹고 가라며 손잡는 시골할머니의 자글자글한 얼굴에 번지는 미소. 주인따라 나와 반갑게 꼬리 흔드는 우리 토종 개의 선한 눈망울.

잘못 된 것은 내 탓이고 잘된 것은 남편덕분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남편 기살려 주는 현모양처. 묵묵히 주방에서 땀흘리면서도 찾아주는 손님 덕분에 내가 월급 받는다고 늘 웃음 짓는 식당 종업원. 내가 만든 제품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일하는 중소기업 종업원.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이다. 우린 그들의 순수함에서 참 행복을 볼 수 있다. 같은 삶을 살면서 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스스로 찾는 행복일 수 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내 마음속에 언제나 있지만 그것을 찾고 느끼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나는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머리 한자 아래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 책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7세기 대승불교의 큰 스승인 샨티데바가 하신 말씀,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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