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해동 용궁사는 일반적인 한국의 사찰 공간과는 아주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일주문에서 시작해서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 앞에 이르는 진입공간이 있어 나무와 숲을 만나고 물을 건너며 당간지주와 부도를 통과하는 공간으로 되어 있으나 해동 용궁사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
그런 공간대신 대웅전에서 바라볼수 있는 끝 없는 바다가 넓은 공간으로 펼쳐진다.
바다는 연못같은 고요함이 없다.
바다는 잠들 수 없다.
쉼이 없다.
늘 요동치고 움직인다.
늘 깨어 있으라는 부처님의 묵시적인 가르침이 내재되어 있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법당문을 나섰다.
대웅전 뜰을 지나 계단을 몇 걸음 오르면 해수 관음 대불을 만날 수 있다.
꼭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 불상이다.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구분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붐빈다.
용궁사를 방문한 사람이면 아마도 누구나 이곳에 와서 무언가를 빌고 싶은 욕심이 생길것이다.
꼭 한가지는 들어 준다는 전설이 있기에…
대불이 바다를 굽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향을 사르는 공간과 촛불을 밝히는 촛대를 두는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방문객들이 절을 올릴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 있다.
모두들 신발을 벗고 오른다.
속내는 알수 없으나 모두들 간절한 모습이다.
“우리 자식놈 좋은 대학에 붙게 해 주세요.”
“우리 남편 사업하는데 큰돈을 벌게 해 주세요.”
“꼭 이번 년말 인사에서 남편 승진하게 해 주세요.”
“로또 당첨 한번 점지 해 주세요.”
“가족들의 무사 안녕과 건강을 지켜주셔요” 등등 아닐까? 하고 스스로 추측해 본다.
개인에겐 한가지 소원이라지만 해수관음 대불에겐 얼마나 많은 기도들이 매일 들려올까?
절박한 중생들의 욕심이리라.
마음을 비우고 깨끗이 하여 더 큰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겸손을 배워야 할것이다.
지상낙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현재 있는 곳이 지상낙원 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늘 자신에게 있건만 볼수 없는 것은, 느낄수 없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욕심에 억눌려 피어날 수 없는 꽃이 된것이다.
사랑하라
우선 자신을 사랑하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놓고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처럼 스스로의 문제를, 아니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간절히 원할 때 해수관음대불도 응답하여 주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할 일은 뒤로 미룬채 아니 오를수 없는 나무를 바라보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의존 하려는, 미루어 보려는 욕심 또한 내부에서 키우고 있는게 사실이다.
믿음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도 더 중요한것이다.
짧은 시간에 돌아본 부산 해동 용궁사.
늘 사진으로 만, 아니 TV에서 가끔 소개되는 바닷가 아름다운 절 모습으로만 기억되었던 것을 이렇게 기회가 되어 돌아 볼수 있어 좋았다.
용궁사 산책길 곳곳엔 마음을 다시한번 되새겨 볼수 있는 글이 새겨져 있다.
너무 내용이 좋고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있어 몇 구절 옮겨본다.
“내가 이 세상에 올때는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죽어서는 어느곳으로 가는고!
재산도 벼슬도 모두 놓아두고
오직 지은 업을 따라 갈뿐이네
- 법구경에서
성 안내는 그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인생(人生)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궂은 날도 날이 새면 해가뜨지 않던가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활짝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너의 과거를 알고 싶거든
지금 네가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너의 미래를 알고 싶거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아라.
푸른 파도. 철석이는 파도 소리.
바위에 부디쳐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
아취형 대리석 다리. 웅장한 대웅보전의 위용.
그 위 온화한 미소의 해수관음대불.
해변가 바위에 누군가의 정성으로 쌓아 올려진 돌탑.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일출암(日出岩).
곳곳에 각인된 마음을 움직이는 글귀들.
바다를 껴안은 아름다운 풍경 용궁사.
모두가 새롭고 인상에 남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부산 볼일 중에 덤으로 얻은 용궁사 참배.
시간적 여유가 없어 새로 개장했다는 자갈치 시장도 들리지 못했다.
미련이 있어야 또 오는것 아니겠는가?
미완은 늘 아쉬움이 남지만 그 나름대로 계속 될수 있는 인연의 끈이 될수도 있기에 아쉽지만 자갈치시장은 다음으로 미루자.
해동 용궁사여!
부산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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