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사는 사람들 - 금산신문

지난 구정 때 일이다.
모처럼 내가 살던 고향의 마을을 오랜만에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아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옛 어린시절 생각을 하면서 마을 전체를 차를 타고 또 내려 걷기도 하면서 둘러 보았다.

평상시 가끔 고향에 가지만 부모님께서 충주시내에 따로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시골마을을 둘러보기란 쉽지 않은게 사실이었다.

우선 우리나라 농촌의 공통된 현실이긴 하지만 옛날에 비해 가구수가 많이 줄었다. 인구는 더 많이 줄었다.

그리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로 늘어난 집은 찾아 볼 수 없고 옹기종기 산자락에 처마를 맞대며 살던 아담한 마을은 이제 빠진 이빨처럼 듬성듬성 비어 있는 곳이 많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도 시골에서 꽤 큰 마을이었는데 자식들은 모두들 도심으로 떠나고 남아 있는 집에는 연세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고향 명맥을 유지하고 계시는 곳이 대부분 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린 아이들 만나기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학생수가 줄어들어 분교를 통합하고 오지의 학교를 한 곳 폐쇄하였는데도 전교생이 100명 이하란다.

그나마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니 이러다가 모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오후반으로 구분하여 수업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참으로 45여년만에 많이도 바뀐 모습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설령 이곳에서 생활본거지로 활동하면서도 주민등록지를 시내로 옮겨놓고 아이들을 시내 학교로 통학시키고 있는 젊은 부부도 많다고 한다.

내 자식만큼은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교육시키겠다는 교육열 때문에 그 누가 무어라고 말할수도 없단다.

자동차 소유로 통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초등학교시절, 그게 성장해서 좋은 모습으로 삶에 더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데 하는 자신의 생각이 들었다.

시골학교라고 도심보다 못하다는 뚜렸한 이유도 없건만 젊은이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어쨌든 빈집이 많고 마을이 쇠퇴하여 가는 모습이다.
마음이 울적했다.

그나마도 집은 있고 사람이 살고 계시지만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들도 많이 계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사시다가 어느 한분께서 먼저 돌아가시면 도심에 있는 아들, 딸집을 찾기보다 그저 홀로 계신단다.

늘 명분은 나는 시골사람이라 성냥곽 같은 도심 아파트에서는 못산다는 노인들의 한결같은 말씀이지만 일부는 남을 의식한 가식의 말씀이신지도 모른다.

아들집에 함께 사시면 젊은 며느리들이 불편해 한다고 한다.
어느 며느리는 아예 공식적으로 생활비 보내드릴테니 시골에 계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단다.
자기도 나이들면 늙은이가 되는데 먼 훗날 자기의 모습은 생각해보지도 않는 모양이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홀로 사는 삶」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늘 배워왔다.
그래서 사람 인(人)字도 둘이상이 모여 살아야 한다고 해서 생겨난 상형문자란다.

홀로 사는 삶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우선 얼마나 외로우실까? 적적하실까?
사람이 그리울 텐데…

대화의 상대가 없으니 말할 내용도, 기회도 없다.
혼자 먹자고 밥도 하고 반찬 만들기도 힘들 것이니 우선 영양 밸런스 맞추기도 어려울 것이다.
식사준비도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하는것인데 자기가 하고 자기가 먹고… 준비도 어렵고 귀찮은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

집안에서는 보는 사람도, 만나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보니 집 청소도, 빨래도 자연히 신경이 덜 쓰이게 되다보니 삶 자체가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아니 부자연스럽기보다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래도 낮에는 동네 어르신들과 경로당에 모이셔서 대화도 나누고 동네 소식도 들을 수 있다니 천만다행 이였다. 점심이라도 함께 가끔 나눌 수 있어 살아간다는 어느 할머니의 애절한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남았다.

젊은 시절. 지금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워낙 없는 시절이라 삶은 궁핍했다. 그저 끼니걱정 없이 지내는 것이 최대의 바램이자 꿈이엇는지 모른다.

또 그 당시는 피임기구나, 피임약 복용, 방법을 몰라 자식들은 많았다. 적어야 다섯 정도, 보통 일곱 여덟명씩 되었다.

없는 살림에 식구는 늘어 갔지만 자신들의 가난한 삶이 또 다시 대물림되지 않도록 학교 보내는데는 아낌없이 지원했다.

가난해도 학교는 보냈다.
허리띠를 동여매고 돈이 되는 일이면 힘든일 가릴것 없이 몸을 아끼지 않고 해냈다.

하지만 이제 나이들어 살아 갈만하자 자식들은 도심으로 자신들의 일을 찾아 떠났다. 자식들도 부모 도와드리기 보다 스스로 살아가기에 벅찬 생활이 현실이다.
도심의 집값은 비싸고 그의 아들 즉 손자들 교육비도 만만찮다.

불효자식이라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체바퀴속에서 스스로 자립하기도 벅차기에 부모님 도와드리기가 힘든 것이다. 사실이다.

젊은 시절, 자식위해 한없이 투자하기만 했지 나이 들어도 그 열매를 나누어 받기가 힘들다보니 어느 할머니는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들은 자신의 어려운 삶보다 자식들의 풍요로운 삶을 더 바래신다.

나는 이대로 시골에서 살다 죽어도 괜찮으니 너희들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 심정에 보답하려면 자주 전화 드리고 찾아뵈어야 하는데 삶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 내 자신도 늘 부끄럽기만 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이 계신다.

스스로 좋아서 가족과 떨어져 산속에서 살아가시는 분도 계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취미를 살려가며 멋지게 인생을 사시는 분도 계신다.

스스로 만족 할 수 있다면 그 삶은 혼자 살아도 실패하지 않은 삶이다.
오히려 성공한 삶이 될런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도 노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인지도 모른다.

첫째는 건강이다.
노년이 될수록 건강해야 할 것이다.

나이 들어 건강하지 못하다면 그건 정말 비극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볼때 나이들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하는 어느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좋은 의미가 아니고 젊어서부터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건강이 나빠진 다음부터 늦게 운동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아프다고 병원 신세지고 있으면 본인도, 가족도, 집안경제도 모두 어려워진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할때다.
가장 늦었다고 할때가 가장 빠르다는 시점이다. 운동이라고 해서 큰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걷고 꾸준히 지속하면 된다.

둘째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라는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지난날 영광스럽고 명예스럽던 직급보다 지금이 중요하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혼자 사는 삶에도 익숙해져야 한단다.
외로움에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와 자연의 풍광에 감탄하고 작은 야생화 한송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내 삶을 그 속에 매치 시킬 수 있어야 한단다.

시골 고향 마을을 돌아보며 느낀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나도 이제는 스스로 준비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모두 건강하셔요.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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