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예찬” - 금산신문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인간이라는 동물이 직립하여 두발로만 걷게 되면서부터 손과 머리가 자유로워 질 수 있었고 이렇게 하여 수천가지 운동이 가능해 짐으로써 의사소통 능력과 주변환경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확장되고 그 아이디어로 도구를 만들면서부터 확고한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가게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문명이 발달 되어감에 따라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동차가 일상생활화 되면서 차츰 길을 타이어에게 내주게 되기 시작했다.

두발은 이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또는 인도 위에 잠시 서 있는 동안 보행자의 신체를 떠받쳐주는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걷는다는 주목적을 상실하고 점차 편안함에 안주하면서 자동차가 도로를 꽉 메우고 사무실에서 앉아서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 덜 걸어다니게 되고 의자 생활로 인해 다리는 약해지고 체력은 나약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활동에 있어서 육체적 에너지보다 신경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저런 사유로 사람들은 질병에 시달리며 늘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니 소비되는 에너지는 적고 섭취하는 고칼로리의 영양분은 체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어릴 적엔 많이 움직이기도 했지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 제한 되어 모두가 마른 체형의 가냘픈 모습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비만과의 전쟁이라도 하는 듯 싶다.
매일매일 새로운 비만관리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기도 하고 나이든 중년뿐만이 아닌 어린이 비만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옛날, 부자 병이라 부르던 당뇨병이 문제가 되고 그에 따른 합병증 여파로 상당한 의료비 지출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그렇게 변해가고 있을까?

육류 등 고칼로리 음식도 문제지만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운동부족이 더 문제인 듯 싶다. 미국 등 서양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비만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린이 비만이 늘어가는 추세는 그냥 보고 지날 수 없는 때가 된 듯 하다.

각종 건강 칼럼이나 의사들의 충고를 종합해 보면 건강관리에 가장 좋은 운동은 역시 꾸준한 걷기 운동인 듯 싶다.
얼마전 TV에서 방영된 우리 나라 장수한 사람들의 공통점도 꾸준한 운동 즉 가벼운 걷기와 마음의 평상심 이었다.

같은 시골에 살던 내 초등교 친구 하나는 젊은 나이에 중풍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고 늘 누워있는 반신불구가 되었었다.

어느 날 어떤 계기가 되어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발작 옮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걸음으로 걷는 시간을 늘려갔다.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 거림도 있었다.

몸도 성하지도 못하면서 왜 저렇게 힘들게 넘어지며 걷느냐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몇 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길을 갔다오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일과였다. 지극 정성에 하늘도 감탄한 것일까?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완벽하진 못하지만 지팡이에 의지한 채 나름대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걷는 것은 지금도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이다. 소문이 알려지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란 TV프로그램에 방영되기도 했다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보지 못했다. 시골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그 친구는 의술이나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 친구가 자신의 현실을 비관한 채 방안에만 누워 있었다면 벌써 이 세상을 떠났을 지도 모른다. 걷는 것이 그를 살려냈고 좀 부족하지만 현실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요즈음 너무 감명 깊게 본 책 내용이 머리를 스친다.
“매일 천배를 하는 경혜의 절 이야기” 란 부제가 붙은 책.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2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천배를 하고 만배 백일 기도를 3차례나 거듭하면서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한 동양화가 한경혜 이야기.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새삼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다. 시작도 하지 않은 인생이구나. 너무 편안함에, 안락함에 안주하고 있다고, 우물속 개구리로 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고생하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살아온 삶을 그에게 비유할 수 있는가?

그런 고생스런 여건이 나에게 온다면 그것을 받아드리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는 있는가를 스스로 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만족된 삶인지를 새삼 느꼈다.

늘 불안하고 불만스럽고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에 대한 막연한 초조감으로 일관해온 자신의 삶. 늘 목말라하고 조급하고 부족함을 느끼는 현실의 삶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
저런 고통도 의지 하나로 일구어 살아가는데 나는 무엇인들 못하랴.

삶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꼭 오래 살려기보다 사는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 그 건강의 의미는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처리하면서 사는 것이다.

자식은 있으나 이제 그들에게서 효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나는 누구보다는 걷는 것을 예찬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마다 런닝머신 벨트위이기는 하지만 40분에 5km씩 걷는다. 흐르는 땀방울에 옷이 범벅이 되지만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설령 골프장에 가더라도 나는 전동 카트를 타지 않는다.

늘 걷는다. 물론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늘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일부러라도 걷는데 잔디위에서 그 시원하고 상쾌한 분위기 속에서 왜 걷지 않는지를…
건강을 위해 운동을 나왔는지 아니면 골프점수만을 세기 위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프로도 아닌 아마츄어들이…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아주 극소수 일부인지도 모른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대단한 운동 애호가 들도 많다.

철인 삼종 경기 (바다수영 3.9km,사이클 180.2km,마라톤 42.195km를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극한 스포츠)를 4년째 완주한 55세의 삼성서울병원 교수, 마라톤 완주만 100회를 넘는 현대중공업 부회장님, 극한의 사막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 전국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에 본인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며 참가하는 많은 동호인등 우러러 보아야 할 사람들도 많은게 사실이다.

프랑스 사회학 교수로 재직中인 다비드 르 브르통(David Le Breton)교수는 그의 산문집 「걷기 예찬」에서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우리시대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걷기는 더 이상 장소 이동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 아니지만 반면에 도보여행, 트레킹, 걷기 동호회나 옛순례길의 인기 산책에 대한 되살아나는 관심 등 여가 활동, 자기확인, 고요함, 침묵, 자연과의 접촉 모색 등으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강변했다.

자! 지금부터 걷고 또 걷자.
산이 있으면 산길을 걷고 들이면 들길을 걷자. 아니 포장된 도로라도 괜찮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걸으면 된다.

필요한 것은 운동화 한컬레뿐 나머지는 스스로의 의지뿐이다.
그 의지가 자신의 건강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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