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의 하얀 집

금산으로 오는 길은 여러 길이 있지만 가장 쉽게, 빠르게 찾아 올 수 있는 길은 역시 고속도로라 할 수 있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겨난 금산 나들 목, 그곳에 오면 생명의 고향, 미래의땅, 금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에서의 접근이 쉽고 진주, 창원, 부산방면에선 대진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방면에서 금산 나들목을 오기전 “인삼랜드”라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휴게소를 만날 수 있다. 여느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금산 인삼산지 답게 홍삼전문매장이 있고 인삼생즙을 직접 마실 수 있는 찻집도 있다.

인삼재배 견학장도 마련 되어 있고 휴게소내 화장실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로 평가되어 도로공사와 조선일보사로부터 2001년도에 상을 받은 수상패가 화장실 입구에 걸려 있기도 하다.

매년 추석 전에 열리는 금산인삼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최우수 축제 5연패에 등극하여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지구촌 건강축제로 자리 메김했고 2006년 인삼 EXPO개최를 위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중이다.

나는 오늘 청정한 금산, 아름다운 나무와 정겨운 들꽃들, 충청도 땅을 넉넉히 적시며 서해로 흘러가는 금강, 푸근한 인정과 따스한 정이 함께 하는 금산 사람들을 만나고 맛과 풍류를 느끼고자 몇몇 벗님들과 함께 금산을 향해 가는 중이다.
늘 혼자만 자랑했더니 한번 가보고 싶다는 벗들과 휴일 하루 금산의 이곳 저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마침 일요일이 7일 그날은 금산 장날이었다. 2일과 7일은 금산 장날이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이 생겨나면서부터 점차 우리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장날이지만 금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관광겸 버스를 이용해 이곳 수삼센터와 인삼약령시장을 찾아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건강도 챙기고 관광도 하고 나들이 길에 신선한 바람도 쏘이고…
옛말에 꿩먹고 알 먹고 둥지털어 불쏘시게 하듯 일거삼득 아닐까?

우리 일행도 주차를 하고 장날 거리 산책에 나섰다. 예쁜 유리병에 담긴 인삼주, 인삼캐러멜 그리고 수삼센터에 들리자 눈동자가 다들 달라진다.
적당히 흙이 묻어 있는 싱싱한 수삼, 가는 것부터 굵은 것까지 여러 분류의 수삼이 넓은 수삼센터에 가득하고 허리에 전대를 매신 아주머니들의 구성진 목소리들이 삶의 현장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든다.

삶의 진정한 모습이 푸근하게, 정겹게 느껴진다.
모두들 선물용으로 한 채, 두채 인삼을 샀다. 선물용은 입구를 나오자 별도 포장 전문가게에서 이끼를 깔고 예쁘게 배열하여 랩으로 감아 포장지에 담자 깨끗한 선물 꾸러미로 변신했다. 어떤 분은 홍삼액을 사기도 하고 거실에 두어야 한다며 예쁜 병에 담긴 인삼주를 사기도 했다.
모두들 흐뭇한 표정이다. 금산에 오기를 잘했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시장을 돌아보고 선물을 사다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식사를 위해 원골 금강 변으로 차를 몰았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줄기, 늦은 가을날 물줄기는 그저 깨끗하기만 하다. 은빛햇살이 강물에 머물렀다. 낙안뜰에 이르자 앞에 보이는 기암절벽 그리고 그곳에 머문 고운 단풍잎새가 방문자의 가슴을 탁트이게 만든다.

본래 강변 가에는 민물매운탕집이 많지만 나는 오늘 특별히 이곳을 방문한 벗들에게 금산 인삼어죽을 대접키로 하고 원골 식당에 들렸다. 휴일이라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하다. 월령산 등산을 오신 분들, 오다가다 들리신 분 우리처럼 금산 장날을 찾아오신 관광객 등 사람들이 북적인다.

도리뱅뱅이와 민물튀김을 시켜 소주한잔 하면서 금산 특유의 인삼어죽을 먹는다. 맵지 않고 담백하다. 모두들 후후 불어가며 한 그릇을 금방 비운다, 금산 인삼어죽 1인분에 4,000원, 모두들 맛에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다시 한번 놀란다.

식사를 마치고 낙안뜰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내년 여름 다시 오겠다고 모두들 한 목소리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너무 자주 금산에 오면 내가 걱정인데 말이다. 비용도 문제지만 이곳 저곳 안내를 부탁하면 늘 휴일은 금산에 머물러야 할것같기 때문이다.

금산의 맛도 해결하고 건강도 챙기고 이제 가야할 곳은 금산의 풍경이다, 금수강산의 줄인 말이 금산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비단으로 쌓아올린 금산 (錦山).
아름다운 산과 들이 많지만 그저 드라이브겸 호젓한 가을 산길을 따라 신안사 가는 길로 나는 차를 몰아 벗들을 안내한다

꾸불꾸불한 2차선 포장도로, 주변은 농촌모습 그대로 이지만 산세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을의 전령인 단풍이 붉게, 노랗게 때론 갈색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바람소리, 낙엽지는소리, 억새 서걱이는 소리가 열린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급할 것 없는 여유, 천천히 차를 움직이며 자연에 심취한다.

노루 재를 넘는다. 왼편 언덕 위에 하얀 집이 하나 있다. 집모양이 예사스럽지 않다. 그저 농가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찻집 소취원(小取園)”이란 간판이 있다. 돌아 오는 길에 들려 보기로 하고 차는 신안사를 찾아 산길을 간다.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으로 길은 계속된다. 길 양옆은 산과 냇가뿐이다, 물소리 들리고 산새들 소리도 귀를 즐겁게 한다. 차가 지나간 뒷편엔 살포시 먼지가 인다.

꽤나 달리자 절 집이 보인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차로 와서 쉽게 왔지만 그 옛날 이곳에 스님들은 어떻게 다니셨을까?
그리고 이 먼 산 속에 저토록 큰절을 어떻게 지었을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대웅전을 돌아보고 산세를 다시 보고 우리는 되돌아온다.

오는 길에 차도 한잔 할 겸 노루재 언덕위의 하얀집에 들렸다.
입구에 차는 밖에 두라는 안내판이 쓰여있다. 자갈깔린 입구에 들어서자 예쁜노란 국화가 만발하여 우리를 맞는다. 국화향기가 이토록 그윽한지 처음 느꼈다. 예쁘게 조성된 입구.

나무에 단풍이 너무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었다.
조금 들어가자 언젠가 뵙던 아저씨다.
전에는 콘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 하셨는데 이렇게 예쁘게 집을 집고 찻집을 열어 소일 겸 운영을 시작 하신지 며칠 되지 않으셨단다.

종업원 없이 아저씨 혼자서 하고 계셨다. 안내에 따라 집에 들어서자 정말 분위기 있게 만든 찻집이었다. 대형유리창, 깔끔한 목재로 마감된 벽, 우아한 벽난로, 세련된 탁자 그리고 의자, 감미롭게 흐르는 음악소리, 몇 개 안되지만 너무 단순하고 깔끔한 소품 몇 개, 주렁주렁 복잡하게 치장된 인테리어 보다 훨씬 아름답고 간결함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들 이곳 저곳 집구경에 정신이 없다.

원두커피 한잔씩 하며 모두들 부러워 한마디씩 한다.
업(業)으로 하기보다 지나다 들리는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사람도 만나고 소일겸 시간도 보내고, 그래 노후는 이렇게 살아야 돼 하면서 한없는 부러움을 표시한다.

주인 아저씨가 이곳에 오신지 7년째란다. 처음엔 그저 콘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하시면서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주변을 예쁘게 가꾸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교분도 나누고 아침이면 뒷산에 오르며 운동도 하고 자연을 호흡하며 사시다가 새로 집을 짓고 찻집을 열게 되었단다.

개도 기르고 거위도 기르고 집 주변에 과수나무도 심고 뒷편 아카시아 꽃이 만발할때면 벌통도 몇개 놓으시고…

대화는 길어 졌지만 이제 가야할 시간이다.
찻집밖을 나오며 눈은 다시 그곳을 향한다.
“언덕위의 하얀집”
그래 나도 한번 꿈꿔보자

퇴직할때쯤 저런 집을 마련해 보자. 작지만 아름답게 지어 놓고 자연과 호흡하며 마당에 상추심고 감자 심고 고구마 심어 보자. 그리고 대문은 싸리문으로 만들자. 벗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차는 금산 나들목을 들어 오고 있었다.

너무 즐거워 하는 벗들을 보니 금산 안내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금산. 공기 맑고 바람 시원한 금산.
나는 그곳을 벌써 십년째 오가며 살고 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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