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성(城), 그리고 일본 국화 꽃 축제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서두른다.
3대 일본 온천중의 하나인 기후현 게로를 출발해 나고야로 가는 길이다.
나고야는 산업도시중 하나다. 도요타 자동차 부품 공장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유명한 도요타 자동차 발물관도 나고야 근교에 있다.
버스로 2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거리다.
나고야에 가서 나고야성(城)을 관람하고 신설된 중부 나고야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일정이다.
산악지대를 빠져나오는 관광버스.
가을날의 밝은 햇살 받은 시골의 농가 모습이 평화로운 전원모습이다.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시냇물이 흐르고 산자락 단풍은 시즌을 맞아 울긋불긋 제대로의 단풍잎새를 보여주고 있다.
평화로운 모습에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논바닥엔 콤바인이 토해낸 볏짚이 줄 맞쳐 누워있는 포장재처럼 보인다.
추수도 끝나고 농가 모습은 적막, 그 자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커피한잔씩 나눈다. 자판기에서 뽑아진 커피 한잔이지만 비싼 원두커피 못지않게 향이 좋다.
가격도 비싸다.
믹스커피에 익숙해진 입맛. 어쩔 수 없이 그 맛을 찾아 음미한다.
1,000번의 키스향기보다 더 좋다는 커피 맛. 이젠 즐긴다기 보다 중독된 느낌이 든다.
식사후엔 늘 커피를 찾는다. 아니 즐긴다. 이젠 끊을 수 없는 기호식품이 되었다.
커피에 대한 찬·반론이 의사들 사이에도 분분하지만 내경험상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혼자 생각으로 찜찜하게 생각하기보다 즐기는 편이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우선 식사후 한잔의 커피는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고 정신을 맑게 만들어준다. 삶의 활력소가 되는 듯하다.
차는 쉼 없이 달려 나고야 성(城)에 도착했다. 입구엔 한글판 카다로그도 준비되어 있었고 여기 저기 소수의 한국 관광객들 소리가 들려온다.
성 입구 계단 옆.
나고야 여중, 고 합창단이 관람객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밝고 힘찬 그들의 모습에서 일본의 내일이 보이는 듯 했다.
질서 정연히 관람하는 일본인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성(城)에 오른다. 오르는 것은 천수각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거꾸로 위부터 한층씩 내려오면서 문화재를 관람하는 순서로 되어있다.
내려오는 계단과 오르는 계단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어 막힘과 겹침이 없어 좋았다.
나고야 성은 에도막부를 창건한 도쿠가와이에야스의 도오카이도의 요소(要所)로서 현재의 오사카쪽에 대한 방비를 목적으로 1612년 완성된 평지에 건축되어진 대표적 성으로 오사카성(大阪城) 구마모도(能本城)성과 함께 일본 3대 성 중의 하나다.
하지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중 미국의 나고야 공습시 대부분 손실되었지만 3개의 성루, 3개의 문, 혼 마루(本丸)전 등은 중요 문화재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태다.
나고야 성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용마루 끝에 얹은 샤치호코(머리는 호랑이, 몸통과 꼬리는 물고기 모양을 한 장식물)이다.
처음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기원의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후에는 성주의 권위 상징으로 용마루에 장식되었다고 한다.
황금빛 18k로 도금된 것으로 금무게만도 숫컷(북쪽)44.69kg, 암컷(남쪽)43.39kg이란다.
나고야성의 상징으로 불러지고 있다.
나고야 성 주변은 아름답게 꾸며진 정갈한 공원이다.
봄에는 사꾸라(벚꽃)꽃이 만발하고 여름엔 짙은 녹음으로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엔 아름다운 단풍과 예쁘게 만들어져 피워낸 국화꽃 전시회가 넓은 뜰에서 매년 열린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때 국화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기묘하게 키워낸 국화,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하고 옛 사무라이 인형을 만들어 국화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기모노 차림의 여인 인형도, 나고야 성 모습도 살아 있는 국화꽃으로 만들어 전시되고 있었다.
분재처럼 피워낸 꽃 모습에서 그들의 절제된 미(美)와 향기가 은은히 풍겨나고 있었다.
국화는 일본 천황가를 상징하는 문장이자 사꾸라(벚꽃)와 함께 일본 나라꽃의 하나이다.
미국인 작가 루스베네딕트는 1946년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당시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이해 폭을 넓히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한권의 유명한 책이다.
즉 국화는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 존경하는 일본인을 나타내며 동시에 칼은 칼을 숭배하고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나타낸 것이다.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현실적인 분석이었다.
옛날 이책을 읽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국화꽃 축제를 감상했다.
아름답게만 느껴졌고 예쁘게 각인되었던 국화꽃 모습이 그들의 이중성이란 표현을 생각하니 또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정식군대는 없지만 자위대란 이름으로 강하게 육성되는 그들의 군사력, 첨단장비를 내세우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정보능력.
점점 커져가는 그들의 군사력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나고야성에서 느끼는 평화로움. 조용함. 따사로운 햇살. 국화꽃 축제의 국화향기.
떨어지는 단풍 잎새와 함께 가을도 깊어간다.
저편에서 한 무리의 사진사들이 움직인다.
아마도 사진 동우회에서 야외 촬영을 나온 모양이다.
기모노 차림의 젊고 예쁜 모델. 2명이 장소를 옮겨가며 포즈를 취하면 수십명의 사진사들이 셔터를 누른다. 그 소리도 경쾌하다. 찰칵, 찰칵…
나고야 성을 배경으로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국화꽃을 배경으로 하기도 하며 눌러대는 셔터소리. 가을바람소리와 함께 여울져 흐른다.
이렇게 가을날 나고야 성은 국화꽃 축제가 있어 더욱 멋있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일본인들은 꽃을 무척 좋아한다.
꽃 한송이라도 식탁위에 시들지 않게 꽂아 놓기도 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주부들의 시장바구니를 유심히 살펴보면 꼭 꽃 몇송이는 담겨져 있다.
각박한 삶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멋과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엿보인다.
작은 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그리고 집앞 작은 공터라도 화분 몇개, 꽃 몇송이는늘 놓여있기도 하고 심겨있기도 한다.
이젠 우리도 그런 여유에 조금은 사치를 부려야 하지 않을까?
짧은 일본 가을 여행.
하지만 일본의 알프스 다테야마 알펜루트를 다녀온 성취감에 가슴 뿌듯함이 남는다.
아무 때나 갈수 없는 곳이여서 더욱 그런가보다.
여행이 늘 새롭고 즐겁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다.?
주변 삶의 그늘에서 잠시 떠나 보는것.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덮어버리고 쉼의 여유를 만끽하는것. 그게 여행이리라.
삶에는 일의 중요성도 있지만 누적된 스트레스를 과감히 풀어버리는 참다운 쉼의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나이듦의 그늘에서 맞는 가을날의 사색은 더욱 더 필요하리라.
아무리 큰 고목나무라도 잎을 버렸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초록 속에 묻혀 떨어질 수 없었다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 나에게 집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한 것 같다.
아름다운 가을을 그려 봅니다.
아름다운 나이듦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그런 11월 말입니다.
건강해야지요. 삶을 즐겨야지요.
아직 나이 탓하기엔 너무도 젊은 시절인가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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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