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고 또 새로운 한해가 밝아왔다.
똑같은 시간의 흐름이지만 늘 느낌은 다르다.
세계 모든 곳에서 2007년이 가고 2008년이 시작되는 새로운 아침.
국가별로 시차는 있지만 그 태양빛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축포가 터지고 오색 풍선이 하늘로 오르고 요란한 함성과 함께 붉은 태양을 맞이한다.
어제와 똑같은 태양이지만 느끼는 모습에서 모두들 감정이 다르고 경건해 보인다.
TV를 통해 전달되는 세계의 새해 일출 모습. 모두들 경건하고 두손이 모여진 모습이 보인다.
갈구하는 마음은 모두들 사람이기에 피부 색깔이나 언어의 다름도 차이가 없나보다.
모두들 무엇을 희망했기에 저토록 경건한 순간일까? 짧은 순간이지만 모두에게 희망이 보여지는것 같아 반가울 뿐이다.
이렇게 2008년 새아침은 시작되나보다.
시간의 흐름은 멈출수가 없다. 흐르는 물과 같아서 쉼이 없다. 지구가 태양계를 돌면서 스스로 자전하기에 하루가 가고 또 이어진 날들이 모여 1년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 흐름속에서 나이를 하나씩 먹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밟는다.
그게 세월의 흐름이고 삶이고 역사가 되는것 아닐까?
늦은 밤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잠들었는데도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5시. 우연히 TV를 켜니 KBS1 「신년기획 금강산4계」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금강산의 자연 모습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촬영된 기록물이다.
봄날 꽃피고 여름날 무성한 이파리들, 가을의 단풍 그리고 겨울의 눈 모습 등이 기암절벽과 함께 자연모습 그대로 펼쳐진다.
아직 나는 금강산 구경을 가지 못했다.
갈 기회도 없었고 딱히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통제된 사회에서 스스로 활동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풍경이라면 남한의 설악산, 지리산도 위치에 따라 금강산에 버금가지 않을까?
그런 곳이 있는데 괜히 제약받는 곳까지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가지 못한 자의 구차한 변명인지도 모르지만…
1시간 가량 방영된 금강산 4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년 새아침 해맞이를 가기 위함이다.
날씨가 춥다는 기상예보를 접하고 털모자, 장갑, 점퍼 등 단단히 챙기고 집을 나섰다.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밖에 나오니 눈이 많이 내려 있었다.
차량위에 쌓인 눈을 대충 치우고 조심조심 차를 움직인다.
산자락 입구까지 타고 갈 예정이다.
산자락 입구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언덕길을 오르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 오른다.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아직 산에 오른 사람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 수를 헤아릴 정도다.
산속의 눈은 더 깊다.
단단히 준비한 옷 덕분에 그리 춥게 느껴지진 않는다.
자주 오르던 산길이지만 미끄럼 때문에 주의하여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다리에 힘을 준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이지만 평상시도 정상에 오르자면 1시간 가량 걸리는 곳이다.
등산로 확실하고 키큰 소나무로 꽉찬 아름다운 등산길이다. 평상시 꽃도 만나고 숲도 만나고 새들도 만나는 그런 좋은곳이다.
지금은 도심이 된 주변. 덕분에 이산은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허파역할을 하는 쉼의 장소가 되었다.
신(神)은 4계절에 공평했나 보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능소화, 가을엔 국화 등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피웠다.
대신 꽁꽁 얼어 버리는 겨울엔 순백의 눈꽃을 만들었다.
푸른 솔잎에, 마른 참나무 가지에 환한 눈꽃이 피어 어둠속에서 흰 광채를 발한다.
정말 아름다운 동양화 한폭을 보는 풍경이다.
눈 내리고 바람 불고 나뭇가지 흔들리고 소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 때문에 힘겨워 하는 모습이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오르는 산길이 힘들지 않다. 산뜻하고 신선하다.
점차 어둠이 걷힌다.
새날이 밝아오는 모양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산 정상.
해맞이를 위한 발걸음은 눈길을 재촉한다.
추위보다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꽁꽁 동여맨 옷차림에다가 서두르는 발걸음은 왕성한 에너지를 만들어 발산하는 모양이다.
‘헉헉…’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랐다.
꽤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서 동녘 하늘을 바라보며 해 뜨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연로하신 노인 몇 분까지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며 정상까지 올라 오셨다.
산 정상엔 산불감시 초소가 세워져 있다.
정상에선 주변 나무에 가려 저 동쪽 식장산 뒤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감시초소 옥상으로 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대전시내 전경. 아직 어둠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넓은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는 차량의 미등이 붉게 꼬리를 문다.
밤새워 빛을 밝힌 가로등도 이제는 졸고 있나 보다.
참 산이 많다. 산 너머 또 산이 있고 그 뒤편으로도 산들이 겹겹이 진을 쳤다.
동녘하늘에 구름이 길게 누웠다.
일출(日出)모습을 제대로 볼수 있을지 점차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의 함성이 터지고 저 아래 마을에선 풍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대전의 동쪽 식장산 너머로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7시 46분.
붉은 해가 솟는다. 마치 이글거리는 불덩이 모습이다.
조금씩 조금씩 얼굴을 비친 태양은 금새 제 모습으로 솟아오르더니 이내 구름 속에 잠겨버린다.
사람들은 모두들 두손을 모으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무언의 소원을 빌고 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부자되게 해달라고, 사업이 번창하게 해달라고…아이들은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빌지 않았을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모두가 비슷하리라…
그렇게 2008년 새해는 시작되였다.
이제 새 정부도 들어서고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모두가 잘 될것 같은 마음이다. 기분이다.
지난 10년 모두들 너무 어려웠다. 경제는 어렵고 사회 갈등은 고조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이젠 모든 것을 덮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때다.
모두가 노력하고 합심하면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가리라…
스스로도 다짐해 본다. 열심히 하는 한해가 되기를. 그리고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이제 모두들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길은 올라오기보다 내려가기가 더욱 힘들다.
미끄럽기 때문이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길은 미끄럽지만 해돋이를 볼 수 있었기에 마음은 흐뭇했다.
마음 비우고 오려했는데 미끄럼 신경 쓰다 보니 마음 비울새를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외로운 청솔모 한 마리가 이 나무 저 나무들 사이를 오가며 오르내리고 있었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산림문화타운 군민 사전 예약 및 할인 혜택 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