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레저타운엔 찬 바람만이…

충주호반을 찾아간다.
내 고향이자 내가 성장한 곳이고 어린 시절 꿈이 서렸던 남한강 줄기.
지금 그곳엔 댐이 생겼고 넓은 호수로 변해버렸다. 물바다가 되었다.
벌써 오래된 얘기다.

기적 울리며 조치원→제천을 오가는 충북선 기차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건만 강줄기 따라 오솔길이던 산자락엔 넓은 충주댐 순환로가 구불구불 물길 따라 예쁘게 만들어졌다.

유람선 타고 단양까지 오르내리는 충주호 선착장.
겨울철이라 관광객은 뜸하고 선착장엔 손님 기다리는 유선형 타입의 예쁜 유람선만이 깃발을 나부끼며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계단 아래 물가엔 청둥오리 떼가 물을 방석삼아 고개를 묻고 물 흐름을 타고 있을 뿐이다.
대합실 가게들도 개점 휴업중이었다.

단풍 아름다운 가을철엔 방문객이 많았을텐데, 점차 사람들이 줄어드는 인상을 받았다.
매표소 직원도 한가롭다. 출렁이는 물에 햇살이 내렸다.
선착장을 뒤로하고 강줄기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차량도 뜸하고 사람도 만나기 어렵다.
골짜기마다 가끔 예쁜 펜션 타입의 건물이 보인다.
「화가의 집」「시인마을」「호수찻집」 등 …
주로 예술인들이 생활하는 모양이다.
간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방문해서 차한잔 나누고 싶지만 닫힌 문을 열기가 망설여진다. 어떤 생각을 할런지?

잠에서 깨었는지 나는 모르기 때문이다. 내 위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스스로의 의견이 나의 그런 충동을 누르고 있다.

한참을 오르다 다시 내려온다.
강길따라 민물고기 전문식당들이 줄줄이 자리잡았다. 쏘가리, 송어, 잡어…등 매운탕과 송어 야채비빔회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다.

우리 어릴적엔 산자락에 계단식 화전밭뿐이었는데…
그리고 강자락에 마당바위라 이름붙여진 넓은 큰 바위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어린시절 눈높이로 크게 보였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조경석으로 옮겨 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K레져타운이 자리한 동량면 하천리로 향한다.
가는 길에 장선리 사과마을 간판이 보이면서 길 주변에 충주사과를 판매하는 곳이 여러곳 있다.

오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길에서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아주 옛날엔 대구사과라 했는데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점차 북쪽으로 산지가 이동되었단다.
우리 어릴적엔 과수원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온 마을이 사과 농장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온 산자락 밭에 사과나무, 배나무가 심겨져 과수원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을전체가 사과 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고향자랑이 아니라 이제 충주사과는 유명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단다.
청계천에도 충주사과나무가 심어져 가로수 길이 생겼단다.

고개를 넘어 한참을 가면 충주댐 상류 물길이 보이면서 다리건너 K레져타운이 보인다. 산속에 우뚝 솟은 20층의 콘도건물, 유럽풍 냄새가 풍기는 빌라형 별장같은 콘도들.

충주댐 호반을 바라보며 아름답게 서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점차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폐허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여름시즌이 아닌 비수기이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개인 의견이다.

놀이시설도 멈추고 넓은 운동장, 축구장에도 사람들이 없다. 별장 같은 콘도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개·보수중인지 이런 겨울날인데 문들이 열려져 있다.
높게 지어진 콘도건물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많다.
사람들이 시끌벅적, 바글바글해도 시원치 않을 만큼 넓은 장소, 가끔 오가는 차량만이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드라마 촬영장이 되기도 했고 수영장엔 여름에 아이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금년 여름엔 별 사람이 없었나 보다.

여기저기 망가진 모습이 흉물처럼 을씨년스럽다.
테마파크엔 한번 온 사람이 다시 찾아와야 사람들이 붐빈다고 한다. 한번 방문으로 끝나면 유지기간이 짧다고 한다. 오래 지속되지 못한단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이벤트와 놀이시설 개발.
끊임없는 개선과 서비스 정신이 함께 해야 하는데 악순환의 과정을 밟는듯 해서 안타까웠다.

손님이 없으니 투자가 어렵고 투자가 없다보니 사람들이 다시 찾지 않는 악순환의 과정을 보는듯 했다.
정말 아까운 별장타입의 빌라형 콘도,
너무 예쁘게 지었다.

실외수영장 및 놀이시설, 퍼터골프장… 겨울철인 지금은 찬바람만이 불어오고 있었다.
눈썰매장엔 눈이 없다.

이상난동으로 준비는 했지만 인공 눈 만들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개점휴업이란다.
물론 봄철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여름휴가시즌엔 실외 수영장, 워터파크, 수상 레져시설로 각광을 받을지는 몰라도 겨울철엔 너무도 한가롭고 쓸쓸해 보였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색다른 이벤트는 없을까?
호반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 겨울 호수를 찾는 철새 탐조 여행, 동지섣달 까만 밤을 빛내는 조명축제, 밤하늘 은하수 별빛여행…등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하고 나름대로 그려본다.

근 10여전의 일인가보다.
미국LA에 자리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입장료가 그 당시 $65로 상당히 비싼편이었다.
당시 환율이 1,000원이 넘었으니까 한화 65,000원이었다.

입장료로만 65,000원을 지불하기엔 너무 비싸서 솔직한 마음으로 망설여지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국 출장기간이었기에 다시 올 기회가 많지 않을것 같아 거금(?)을 주고 입장했다.

종일토록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돌아보며 즐겼다.
그리고 그들의 대담하고 과감한 투자, 실제무대 시현 …등에 감탄했고 내가 지불한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만족했다.

너무 아쉬워 언젠가 다시 한번 입장하고픈 그런 마음뿐이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천국,
도박 도시로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4계절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각종 세계적인 전람회와 이벤트가 년중 열려 전 세계인을 끌어들인다. 대형 호텔들이 즐비하고 그들이 연출하는 테마 쇼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풀 한포기 없는 사막에서 인공으로 조성된 골프장. 그곳에서 세계적인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역사적 현장이다.

충주호 레져타운.
세계적이진 못하더라도 국내에서 잘 운영되는 4계절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
을씨년스런 그런 관광지가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관광지로…

사람들이 들썩이는 그런 유명한 관광지로 재탄생할 수는 없을까?
지자체와 모든 충주시민들이 고민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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