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치고 가재잡고
뽕도 따고 님도 보고……
봄꽃 찾아가는 길에 산사(山寺)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어 좋은 전북 완주의 송광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봄은 꽃이 있어 좋은 계절이다.
새 생명이 움트고 그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생의 신비로움에 우리는 넋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계절.
벌써 주변엔 초록이 파릇파릇 새 세상을 만들었다.
아주 짙은 7월의 녹음보다 연푸른 잎새가 더욱 아름답고 정겹게 보이는 계절이 지금이다.
버드나무가 그렇고 마늘밭과 보리밭이 그렇다.
검게만 보이던 겨울산도 이젠 연초록 치마를 입었다.
익산을 지나 장수로 연결되는 새로운 고속도로. 차는 완주 분기점을 지나 장수로 향하는 길목에서 소양 I.C로 빠져 나온다. 산 속엔 하얗게 벚꽃이 띄엄띄엄 피었다. 길가 노란 개나리와 대조를 이룬다.
완주 송광사는 지난해 여름 한번 다녀간 적이 있었다.
송광사 가는 벚꽃길이 너무 아름답다고 해서 개화 시기에 맞추어 방문하는 길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 이렷다.
우선 화심 순두부집을 들르기로 했다. 지난번 방문시 3번 놀랬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맛있어서 놀라고, 너무 사람이 많아서 놀라고, 너무 값이 싸서 놀랐던 곳.
점심식사 시간이라 조금 걱정은 했지만 우려는 사실이었다.
주차장엔 차가 빼곡이 자리잡고 식당 안은 사람들로 만원이다. 단체 손님이 많았다.
우선 굴순두부와 두부고추전을 주문했다.
손님은 많았지만 체계적인 관리로 금세 식사가 나온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지만 이곳은 아니다.
김치겉절이와 부추무침이 간을 맞추며 입맛을 돋운다.
너무 맛있어 포장 두부도 인기다. 비닐봉투에 두부 1모씩 모두 들렸다. 두부로 만들었다는 두부, 도너츠도 입맛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두부는 선물용으로 지참하고 도너츠는 이동 중에 차 안에서 시식을 하기로 했다.
역시 놀이문화엔 먹을거리가 빠지면 단팥 없는 찐빵이 될 것이다.
식사도 해결하고 차는 송광사 벚꽃길로 서서히 진입한다.
온통 벚꽃으로 가득 찼다. 2차선 좁은 도로가 벚꽃으로 터널을 이루었다. 관람객을 태운 차들이 밀려 서서히 움직인다. 어쩌면 더욱 바랬던 희망이었는지 모른다.
차에서 내리기보다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하며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려서 좋은 길은 이곳 뿐이리라. 모두들 같은 마음일까? 조금 여유를 두어도 경적소리 하나 울려대지 않는다. 이곳 벚꽃은 고목군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가지가 천변으로 흐드러지게 고개숙여 있다.
벚꽃은 만개시기를 조금 지나 낙화되기 시작했다.
조금 늦었지만 그 덕분에 우린 꽃비 내리는 터널 속을 지날 수 있었다. 개울가 흐르는 물에 벚꽃잎이 두둥실 떠간다. 또 다른 벚꽃세상이 물위에서 펼쳐진다.
나무에 매달린 꽃보다 또 다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꽃잎이 내렸기에 길섶은 마치 하얀 눈이 쌓인 듯 보인다. 꽃잎이 겹쳐 경계선을 만든다.
꽃잎은 날리고 차는 서행하고 꽃비는 열어둔 차내까지 내려준다. 손위에도 무릎에도 꽃비는 내린다.
우리를 취하게 만든 벚꽃향기.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벚꽃이 끝나는 길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송광사다.
평지에 앉은 송광사. 우선 일주문 옆 백련다원에 들린다. 지난번 방문시 주인장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방 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자극한다. 깔끔함, 정갈스런 인테리어가 눈에, 마음에 확 들어온다.
우선 온화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마치 안방같은 느낌이다.
한지로 만든 공예품이 정겹다. 메뉴첩도 예쁘다.
개량한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으신 주인장님.
지난번 전북 완주지역 문인 동우회 동인지를 통해 뵈었던 분이다. 쓰신 글을 감명 깊게 읽었던 차라 꼭 뵙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차를 음미한다.
작설차다. 뜨거운 온기가 다기를 통해 손에 느껴지고 향긋한 차 맛이 혀를 자극한다. 실내엔 가수 “장사익”의 “찔레꽃”노래가 은은히 퍼지고 창가엔 봄날의 오후 햇살이 따갑게 내린다.
창밖 마른 대추나무 가지엔 색깔고운 이름모를 새가 날아들었다. 꼬리가 몸통길이만 하다.
아! 어찌 저리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조류도감이라도 찾아보아야겠다.
아름다운 새는 먹이를 찾더니 금세 기와 지붕위로 날아가 버린다.
특별히 매화꽃 한송이 띄워주신 매화차와 과일을 먹고 옆문으로 나온다. 다원을 나오는 문옆 작은 길에 유채꽃이 열병하듯 예쁘게 피었다.
금낭화도 붉은 꽃잎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주문 뒷 금강문은 보수공사 중이었다. 지붕 기와는 다 올리고 아래층 단청공사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곧 멋진 건축물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천왕문을 거쳐 대웅전에 이르는 길.
봄철 절집은 온갖 꽃들로 꽃 대궐을 만든다.
극락전, 지장전 앞쪽에 핑크빛 꽃잔디가 잔잔하게 피고 울타리 옆 벚꽃은 바람과 함께 꽃잎을 하늘로 올린다.
대웅전 앞뜰은 연등설치를 위한 줄매기와 전선공사가 한창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이 호화롭게 장식될 곳이다. 벌써 끝쪽 2열은 빨간 연등, 노란연등이 걸렸다.
연초록이 피어나고 꽃들이 하늘 향해 피어낸 사찰곳곳.
아름답기 그지없다. 바람에 국내 유일하게 십자각으로 조형된 종각처마에 걸린 풍경소리가 고요를 깨운다. 한켵엔 노오란 수선화가 목을 길게 빼고 태양 따라 고개를 돌린다.
수선화도 해바라기 중인 모양이다. 방문객들이 사찰의 아름다움보다 꽃의 아름다움에 더 매료된 듯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곳에 6000평 규모의 연꽃단지를 조성중이란다.
금년 한 여름에 연꽃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백년다원 주인장의 귀띔이시다. 또 연꽃을 만나러 와야 할까보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처럼 가볍게 왔다갈까나.
송광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저 입구에 관광버스가 멈추더니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온다. 일주문부터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 기울이신다. 얼핏 보아도 불자이신 듯하다.
관심사항이 우리들과 다른 듯하다.
우린 꽃 속에 마음을 두었지만 그들은 불심(佛心) 에 마음을 두신 것일까?
종남산 송광사(終南山 松廣寺).
남녘으로 내려온 산세가 끝나는 곳이라 종남산이란다.
송광사를 뒤로하고 2차선 도로를 따라 산고개를 넘어 위봉사(威鳳寺)로 향한다.
위봉사는 산자락 위에 있기 때문일까?
우선 노란개나리가 아직까지 만발하고 길옆 벚꽃은 아직 개화전이였다.
일주문을 지나니 맨먼저 “개조심”이란 글귀가 보인다. 아니 절에 웬 개조심…
하지만 한바퀴를 돌아도 개모습은 커녕 개 짖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위봉사는 비구니들이 머무는 도량이다.
돌계단 오르는 길옆에서 스님들이 쑥을 뜯고 계셨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까지 주변은 온통 꽃이다.
일주문 뒤편 외롭게 서있는 벚나무 한그루.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벚꽃이 만발했다.
고요 속에 꿀벌들의 날개소리가 요란하다.
이곳 벚꽃은 그야말로 만개(滿開)상태였다.
아직 가냘픈 꽃잎하나 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꽃들은 멈춤없이 모두 활짝 피어 있었다. 최고 절정기의 개화 상태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위봉사는 조용하기도 했지만 너무 깔끔했다.
보광명전 주변 마당엔 오늘 아침 쓸어낸 빗자루 자욱이 선명했다.
대웅전 돌담사이에 피어낸 돌 단풍꽃.
배롱나무 주변에 심어진 각양각색의 예쁜 튜립.
홍매화의 향기.
수선화의 가냘픔 꽃대.
하나, 둘 흰 꽃잎을 떨구는 백목련.
그 옆에 아름다운 자태의 자목련.
대웅전격인 보광명전 앞 중앙의 아름드리 적송 한그루는 위봉사의 위엄을 지켜주는 듯 고고함에 큰 기상을 품고 있는 듯 늠름하고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비구니 도량이기 때문일까?
일반 사찰과 달리 꽃 속에 정갈함이 함께 머무는 산 속의 그림이었다.
스님들의 맑은 모습과 꽃향기가 너울너울 춤추며 산사는 봄 햇볕에 머물고 있었다.
정경이 아늑하다 못해 고요하다.
봄 햇살 받으며 이런 산 속 절간에서 세상사 시름을 잊고 며칠간 푹 쉬고 싶다.
내 생애에 또 다른 하나 머물고 싶은 순간이다.
금산신문 webmaster@igsnews.co.kr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성료
